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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실 Mar 22. 2021

스웨덴의1인 가구에서부터고독사까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스웨덴 사람들을 비유할 때 버블 속에 있는 사람들 같다고 말한다. 마치 투명한 막이 사람마다 씌어져 있는 것처럼 자기만의 세계에 둘러 쌓인 뉘앙스이다. 그만큼 개인의 개성과 사상이 존중되는 사회 분위기가 있다. 그런 개인들이 만나 하나의 작은 공동체를 만들어 갈 땐 어떨까. 이번 호에서는 스웨덴의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소개하고자 한다. 


인구의 반절이 ‘나 혼자 산다’


스웨덴의 인구는 대략 1000만 명이다. 그중에 50퍼센트는 1인 가구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스웨덴 젊은이들은 18살이 되면 부모의 집을 떠나 독립을 하는데, 유럽 나라들의 젊은이가 독립하는 나이가 평균적으로 26살인 것에 비하면 유럽 기준에서도 스웨덴에서는 매우 어린 나이에 집을 떠나는 것이다. 그것도 이들이 기숙사나 친구들과 모여사는 곳을 찾는 게 아니라, 온전한 자기만의 독립 공간을 구한다. 그리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일을 시작하거나 학교를 다니면서 미래를 스스로 준비한다. 이것이 실질적으로 가능한 것은 스웨덴의 탄탄한 사회보장제도 덕분이다.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보장하는 무상 의료서비스, 무상 교육 덕분에 가족의 지원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학교를 다닐 경우에는 그 기간 동안에 매달 생활비를 매우 저렴한 이자로 나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있으니, 대다수의 대학생들은 이 대출금을 받고 졸업 후 취직해서 갚아간다. 


목표는 독립적인 인생


미혼의 자녀가 부모와 사는 것이 흔한 한국과는 다르게, 스웨덴에서 20살 이상의 성인자녀가 부모랑 산다면 사람들은 그 집에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있다. 스웨덴에는 아이가 어릴 때부터 독립적으로 자기 인생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누구에게나 의존하지 않고 자율적이고 성숙한 개인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문화가 뿌리 깊게 있기 때문이다. 이 배경에는 스웨덴 정부가 1970년대 자율적인 개인이 꾸리는 현대적인 가정을 만드는 것을 채택 한데 있다. 과거 전통적인 가정처럼 가장인 남성 아래에 여성은 더 이상 종속되지 않으며 자녀는 부모에게로부터 자유롭다. 그래서 가장 가까운 사이인 부부나 파트너, 자식 부모 사이 간에도 독립적인 개인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18살 성인이 되면 둥지를 떠나 홀로 서기를 한다. 요즈음 런던, 파리와 같은 대도시에는 치솟는 집값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일부러 공동주거를 경제적인 이유로 선택하는데 비해,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는 여전히 작은 면적에서 혼자 살 수 있는 아파트들이 인기다. 현실적으로 부모와 살거나 친구와 사는 것이 경제 것인 이득이 될지라도, 혼자 사는데 더 가치를 두는 것이다. 

사진 김예솔, 푸른 잔디가 있는 공원에 휠체어를 탄 검은 머리의 여성이 휠체어에 앉아 있다. 


따로 또 같이 커플


스웨덴에는  Särbo라는 단어가 있다. Särbo는 연인이나 부부 관계이지만 한 지붕에 살지 않는 커플이다. 우리나라 말로 별거와는 또 다른 의미이다. 별거가 이별을 앞둔 커플이라면,  Särbo는 같은 공간에서 살지 않을 뿐 서로 애정을 갖고 만남을 주기적으로 갖으며, 자녀 양육이나 경제적인 법적인 부부, 파트너 로써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진행형의 커플이다. 한 예로는 한 채의 집에서 다른 층에서 부부가 따로 사는 Särbo의 경우가 있다.  한 Särbo의 인터뷰를 한 내용을 보면, 그들이 같이 살지 않기 때문에 서로를 사소하게 간섭하지 않으면서, 만나고 싶을 때는 만날 수 있는 관계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렇게 개인의 사적 영역을 지키면서 필요에 의해서 만남을 지속해 나가는 새로운 형태의 관계인 것이다.


그녀는 휠체어 탄 비혼 엄마


얼마 전 한국에서 방송인 사유리 씨가 비혼 엄마라고 밝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처럼 스웨덴에서는 결혼하지 않고 파트너 없이 원하면 혼자서 아이를 임신할 수 있다. 정자은행에서 자신이 원하는 인종, 학력수준, 건강상태를 가진 남성의 정자를 기증받는 일이 합법이기 때문이다. 한 예로, 스톡홀름에 사는 샬롯은 5년 전 낙상 사고로 허리를 다쳐 휠체어 타는 척수마비 장애인이 되었다. 엄마가 되고 싶었던 그녀는 작년 정자를 기증받아 임신을 했고 예쁜 여자아이를 낳았다. 그녀는 홀로 임신과 출산 그리고 양육을 하는 모습을 자신의 SNS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그녀가 파트너 없는 임신을 하고 출산하는 모든 과정을 본 사람들은 그녀에게 “아빠는 누구야” 또는 어떻게 몸이 불편한 여자가 혼자 애를 키울 생각을 했는지에 대한 우려 섞인 말보다는 그녀의 선택과 아이의 생명에게 열렬한 응원을 보내는 것을 보았다. 또 비슷한 사례로는 휠체어 탄 트랜스젠더 엄마의 출산이다. 어릴 적에 질병으로 휠체어를 타게 된 T 씨는 자신의 타고난 여성의 몸이 맞지 않았다. 성인이 된 후 자신의 성을 남성으로 바꾸는 수술을 받았다. 시간이 지난 뒤 그녀는 30살이 되던 즈음 아이를 갖고 싶었다. 여전히 여성의 생식기를 갖고 있던 그녀는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기증받아서 아이를 출산했다. 그녀 역시 파트너 없이 아이를 양육하고 있다. 


혼자 맞이 하는 죽음


스웨덴에서 매년 9만 명에서 9만 5천 명이 사망한다고 한다. 그중 1만 명이 가까운 이들이 가족과 친지 없이 죽음을 맞이한 무연고 사망자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매년 무연고 사망자가 증가해서 2020년 기준 923명(출처: 보건복지부)인 것을 비교해보면 인구 대비 스웨덴에 고독사는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대부분의 무연고 사망자들은 남겨둔 재산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장례비용 등의 부담은 고스란히 지자체가 안아야 한다. 게다가 이렇게 많은 이가 홀로 쓸쓸한 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사망이 된 이후에도 그들의 죽음을 2-3년 후에 발견되기가 일쑤라고 한다. 왕래를 하던 사람들이 없기에 시체가 부패되어 지독한 냄새가 나자 이웃이 경찰에 신고를 한 후에야 그 죽음이 세상에 발견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고독사를 전담으로 처리하는 전문 업체가 스웨덴에는 있을 정도이다.


혼자는 강하다


한국에서 1인 가구가 전체 인구의 38.5%를 차지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전통적으로 혈연 중심의 강한 가족의 유대를 기본으로 하는 공동체 중심의 한국 문화에도 빠른 변화가 일고 있다. 점점 스웨덴의 개인주의 문화의 모습과 많은 부분들이 닮아가고 있는 듯하다. 혼자이기에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을 사는 것은 이성적인 인간이 추구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경지일 것이다. 또 혼자서 살다 보면 타인에게 의지 않기 때문에 자기 계발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다. 하지만 스웨덴 사회의 고독사를 보듯이 지나친 개인주의가 부른 어두운 면을 우리는 미리 보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스웨덴 속담에 “Ensam är stark” 혼자는 강하다 라는 속담이 있는데, 혼자서는 강해질지라도 나는 그것이 행복한 삶과 죽음 일지 깊게 의문을 갖는다.



사회복지사전문잡지 '소셜워커' 2021년 3월호(Vol. 220)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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