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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통 Jan 13. 2019

해외에서 인턴하기 (4) 학교에서는 배우지 못하는 경험

[다양한 경험이 시야를 넓혀준다]

청년무역에 합격한 덕분에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발전할 수 있었다. 무역아카데미에서 2개월간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이어지는 빡빡한 국내 교육이 진행됐다. 코엑스몰이 어두컴컴하고 매장들이 아직 열지 않았을 때 등교하고 매장들이 닫고 나서야 집에 돌아갔다. 고3 생활을 방불케 하는 학습량을 소화해야 했다. 하루에 책 한 권을 배우는 밀도 높은 교육 일정과 시험 성적이 나쁘면 이름이 불리는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공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한 번은 성적미달로 이름을 불린 적이 있다. 전공이 국제통상이기에 너무나 부끄러웠다. 악이 올라서 밤늦게 까지 공부했고, 바로 다음날 성적 우수자로 선정되어서 이틀 연속 이름이 불리는 일을 경험하기도 했다. 힘들었지만 단기간에 학교에서 전공으로 4년에 걸쳐서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고 무역실무에 관해서 더 자세히 배울 수 있었다.


 2달간의 교육을 마칠 때쯤 인턴으로 근무할 곳이 LA로 정해졌다. 파견 학생에 이어서 다시 한번 캘리포니아에 가게 되었다. 2007년9월부터 대우인터네셔널 LA지사에서 반년간의 인턴 근무를 시작했다. 회사 생활은 대학 생활과는 천지차이였다. 그동안 다양한 경험을 해왔지만 9시부터 6시까지 회사원처럼 근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인턴십을 시작하고 복사, 팩스, 자료검색과 같은 기초적인 일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좀 더 거창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뉴저지 지사에 팩스를 보내는 간단한 일도 버튼을 헷갈린 나머지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어처구니 없는 실수였기에 정신이 바짝 들었다. 기본적인 일부터 제대로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안이한 태도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실수한 내용과 개선방법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금속탐지기와 모니터를 파는 업무를 맡았다. 100개 이상의 회사에 전화해서 구매를 설득하는 콜드콜을 시작했지만 거절의 연속이었다. 금속탐지기는 이미 2개의 대형 업체가 선점하고 있어서 새로운 제품을 선뜻 구매하려는 곳이 없었다. 결국 판매대수 0개. 하지만 실패를 통해서 배웠다. 거절당하는 것을 실패가 아니라 영업의 과정 중에 하나로 받아들여서 거절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게 되었다. 짧은 시간에 요점 전하기, 같은 내용이라도 전하는 목소리의 톤이나 사용하는 단어에 따라서 상대방의 반응이 달라진다는 것을 배웠다. 말할 내용을 조금씩 지속적으로 개선해서 나중에는 제법 세일즈맨다운 구매유도 전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일에 대해 접근하는 방법과 일을 처리하는 태도에도 발전이 있었다. 시키는 일을 수동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본사에서도 유명한 지사장님의 하드트레이닝을 받으면서 말하지 않아도 의도를 파악하고, 마감시한 안에 어떻게서든 성과를 내기위해 노력했다. 두 가지 이상의 아이템을 동시에 진행하거나 업무 외적인 스트레스를 경험해본 덕분에 스트레스 관리 능력도 향상되었다. 6개월간 외국에서, 그것도 종합상사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얻을 수 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라스베거스에서 열리는 최대 규모의 자동차 애프터마켓 전시회 SEMA에도 참가했다. CES와 더불어 라스베거스에 열리는 가장 큰 규모의 컨벤션이고 국내 업체들도 많이 참여한다. 주최측에서 활동했던 CES와는 다르게 회사의 입장에서 여러 파트너들을 만나서 미팅을 하고 네트워킹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인턴십 프로그램 덕분에 다양성에 대해서 눈을 떴다. 지금까지는 내가 관심 있는 것에만 집중하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하고만 사회적 관계를 맺어왔다. 외국어, 축구, 음악과 같이 나와 목적과 관심이 비슷한 사람들과 교류해왔었는데 청년무역 프로그램을 통해서 그 동안 접해볼 수 없었던 것을 경험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소통할 수 있었다. 


다양한 학교에서 서로 다른 전공을 공부하는 동기들을 만나 2달 동안 같이 생활하며 공부했던 교육과정은 정규수업을 들을 때는 겪을 수 없는 새로운 환경이었다. 같이 대우인터네셔널 LA 지사로 파견된 친구 태현이는 나와는 성격과 환경이 180도 달랐다. 호탕한 부산 사나이인 태현이와 붙어 지내면서 처음에는 나와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친구의 호탕하고 서슴없는 모습을 배울 수 있었다. LA지사에서도 각자 다른 성격을 가진 직원들과 하루 종일 같은 사무실에서 지내며 각자 다른 사고방식과 일하는 방식을 경험할 수 있었다. 


파견학생 때는 겪어보지 못했던 학교 밖의 미국인들의 일상도 경험할 수 있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 산타바바라에서는 학교 캠퍼스 안에서만 활동했는데 인턴십을 할 때는 차로 출퇴근했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출퇴근을 자동차로 하기 위해서 미국 드라마에서 접했던 느린 일 처리로 악명 높은 운전면허 시험장(DMV)에 가서 운전면허를 땄다. 영화 주토피아에서 최고의 명장면을 선사한 나무늘보가 일하는 바로 그곳이다. 실제로 긴 줄에 서서 한참을 기다리면서 과장된 것이 아니었구나 느꼈다. 벽에 걸린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주지사의 사진을 보고 내가 정말 미국에 있다는 것을 실감하기도 했다.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J형과 John형과 함께 메이저리그, 아이스하키, NBA 경기를 보며 선진화된 스포츠 시장을 관찰할 수 있었다. 시합을 보는 것뿐만 아니라 계획을 세우고 경기장에 오고 가는 과정까지가 스포츠의 즐거움이라는 것을 직접 느꼈다. 시합이 없는 평일에도 시합 이야기를 할 정도로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있었다. 인턴프로그램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기 전에는 같이 요세미티 공원에 갔다. 장거리 운전을 했지만 그것조차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도심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숨을 돌리면서 인턴생활을 돌아보며 생각을 정리했다.


 J형은 퇴사 후에 아마존에서 여성의류를 파는 사업을 하고 있다. 얼마 전에 만나서 대화를 하는데 J형 핸드폰에 매출을 알리는 문자가 계속해서 들어오는 것을 보고 남의 일로만 생각했던 인터넷 커머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걸 다시 느꼈다. 


2개월의 국내 연수와 6개월의 해외 인턴십은 단지 업무를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과 교류하며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학교 수업에서는 배우지 못하는 것들을 직접 부딪혀가며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내가 부족한 점은 어떤 것인지,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일이 나에게 맞고 어떤 일이 맞지 않는지 알 수 있었다. 짧게 봤을 때6개월 졸업이 늦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길게 봤을 때 돈으로는 못사는 좋은 경험을 했다. 


인턴에 꼭 도전해보자. 미리 취업 시장의 분위기를 익힐 수 있고 관심 있는 분야의 업무를 경험해볼 수 있다. 학교에서는 할 수 없는 경험을 통해서 시야가 넓어진다. 경쟁이 치열하지만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 만약 인턴에 탈락하더라도 도전하는 과정에서 성장할 수 있다. 자기소개서와 지원서를 작성하고 면접준비를 하면서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준비를 하면서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취업 준비 과정을 미리 해보기 때문에 남은 대학 생활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고, 알차게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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