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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술샘 Aug 13. 2023

보홀에서 날아오르다

첫 번째 여행

정원이가 8살 1학년이 되는 해 1월에 필리핀 세부 보홀로 첫 번째 여행을 갔다. 생후 10개월 애 떠났던 해외여행은 정원이가 인지하지 못하던 때라 공식 기록으로 하지 않는다. 생애 첫 여권의 기록으로만 남아 있다.

2015년 1월부터 엄마와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정원이와 나는 여행을 하면서 서로가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지 않는 것을 잘 알게 되었다. 

세부에서도 다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보홀, 해변 가장 안쪽, 알로하 비치에 위치한 아모리타 리조트는 새 단장을 막 마친 곳이었다. 사람이 많지 않아 깨끗하고 조용하였다.

4박 5일간 보홀에서 지내는 동안 정원이가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낸 곳은 수영장이었다. 수영복을 입고 있는 사진이 가장 많다.

첫날 리조트에 도착해서 수속을 하는 동안 정원이는 살짝 바지를 걷고 수영장에 발을 담그고 조심조심 걷고 있었다. 집 근처에 있는 무릎 높이의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거나 큰 튜브 수영장에서 놀았던  경험이 전부였다. 수영하는 방법을 모르고, 발이 닿지 않는 곳에서 놀아본 적 없었다. 물에 뜨는 소재의 바디슈트를 한국에서 챙겨갔다. 비싸게 주고 산 수영복이었지만, 보홀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번 입고 난 후, 입을 일은 없게 되었다. 물 안에서 노는 맛을 알아버린 정원이는 더 이상 그 옷을 입지 않았다. 

너무 과하게 대비를 하였더니 위험으로부터 보호를 할 수 있는 장치는 되었으나. 오히려 즐기는 데에는 방해가 되었다.

두 번째 날 아침을 먹으러 가면서 아예 수영복으로 입고 나갔다. 밥 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을 빼고는 하루종일 물에서 보냈다. 간식을 챙거주는 직원이 물속에 있는 정원이를 가끔 불러냈다. 수영장 청소를 한다고 하루에 두 번 밖으로 나오게 했다. 그나마 잠시 물 밖에서 지냈는데, 저녁에 방에 돌아와서는 물멀미를 했다.

"엄마, 물에 떠 있는 것 같아,  몸이 계속 움직여"

그러고서는 이내 잠이 들었는데, 자고 일어나더니 바로 충전이 된 것 같았다. 다음날도 눈 뜨자마자 수영장으로 직행했다. 얕은 곳에서 땅 짚고 헤엄을 치거나, 잠영을 해서 숨을 참았다 올라오는 정도의 물놀이였지만, 정원이가 물에서 노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발을 담그기도 아까울 정도의 맑고 깨끗한 바다도 리조트 바로 앞에 있었다. 잠깐 모래놀이 정도를 할 뿐 바다는 아직 즐기지는 못했다. 밀려오는 파도는 아직 무서웠나 보다. 이후로 정원이는 수영장이 있는 호텔을 즐기게 되었다. 


보홀 여행에서 정원이가 엄마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엄마는 망고를 엄청 좋아한다는 것이다. 리조트 식당에 나오는 망고를 수북이 담아 오기를 몇 번을 하는 것을 보고 자신도 한 접시 가득 담아서 내 앞으로 가져다주었다. 이제는 더운 지역 여행을 갈 때면 우리 둘 다 배불리 즐기는 과일이 되었다.


여행은 새로움과 낯섦이 동시에 존재한다. 새로운 음식, 한국어 외에 다른 언어로 소통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알상을 호기심을 가지고 즐기는 사람은 여행을 좋아하고 즐긴다. 익숙지 않음을 불편해하고, 익숙한 것만 누리려고 하면 여행이 즐겁지 않다. 

여행을 가면서 한국음식을 따로 챙겨가지 않는다. 현지 음식 중에서 맛있는 음식을 찾아 먹고, 정 힘들면 현지의 아시안 음식점을 가끔 이용한다. 정원이는 현지음식에 잘 적응한다. 한국음식과 비슷한 카테고리에 있는 것부터 도전하면 어렵지 않다. 볶음밥, 만두, 국수 등은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모양과 내용물, 소스등이 다를 뿐 같은 범주의 것이니 쉽게 먹을 수 있다. 

여행지가 정해지면, 사용하는 언어, 화폐, 시차를 먼저 물어본다. 정원이에게는 여행을 가서 만나는 모든 것은 다른 것이 당연한 것이기에 그저 신기하고 신나는 일인 것이다. 

다름을 인정하면 모든 일이 쉬워진다 다름을 틀림으로 간주해 버리는 순간 나의 프레임에 맞지 않는 모든 것을 대하기가 어려워진다. 여행을 통해서 배운 가장 큰 지혜중에 하나가 다름을 알게 되고 받아들인다는 것이었다. 정원이도 여행을 통해 다양한 세상을 배워나가기를 바랐다.


해외여행을 하면서 그 지역에만 있는 동식물을 만나는 일도 큰 즐거움 중에 하나다. 보홀에는 머리에서 꼬리까지 13센티미터인 타시어라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원숭이를 만날 수 있었다. 또 하나 보홀의 자연에서 만났던 나비농장에서는 숲 속으로 크고 작은 나비를 다양하게 볼 수 있었다. 


보홀에서 찍은 사진 중에 나비의 큰 날개와 함께 뛰어오르는 사진을 좋아한다. 정원이는 보홀 여행을 시작으로 전 세계로 날아올랐다. 세상을 향한 탐험이 시작된 보홀에서의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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