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아들과 하는 대화가 즐거운 이유

by 여행하는 술샘

몰타시간 12시, 한국시간 저녁 8시

집에서 저녁 먹고 수학학원 가는길이라며 아들에게 보이스톡이 왔다.

할머니가 고기 잔뜩 넣고 끓여준 김치찌게를 먹고 나왔다고 했다. 1인실 독서실에서 시작한 공부가 잘 된단다. 학교 운동장의 공사 소식도 전했다. 축구부가 있는 학교 운동장처럼 잔디가 잘 정비되어 어쩔 수 없이 축구를 해야한단다. 강민이가 자신 때문에 자극 받고 있다고 한다. 정원이가 열심히 하니 일어나는 시간, 공부하는 시간 등. 서로 인증하며 챙기기로 했단다.

정원이가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의 대부분의 좋은 일이다. '엄마, 있잖아.'를 수없이 말한다.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하다.

아침에 가족방에 공부하고 있는 사진이 올라왔다. 이어서 '아빠, 공부중이니, 조금 있다 전화할게.'하고 짧은 메시지를 남긴다. 남편이 나하고 보이스툭 한 후에 아들에게 전화한 모양이다.

남편과의 통화는 1분을 넘기지 못한다. 늘 힘들다. 피곤하다. 오이 가격이 바닥이다. 등의 내용이다. 자신을 봐달라는 이야기인 줄 알면서도 매번 그러니. 전화가 오래 이어지지 않는다. 잔소리를 하지도 않지만, 힘내서 열심히 하라는 말 말고는 해줄 이야기가 없다.


"엄마는 지금 뭐해?" 자신의 이야기를 한참하고는 나에게 묻는다. 2월 챌린지 공지글 다듬기, [글쓰는사람들] 온라인 페이지 만드려고 아침에 미팅하고, 자료 준비. 내가 무엇을 하는지 이야기해 주었다.


가끔 고민이 되는 일이 있을때는 정원이에게 묻기도 한다. 독자의 시선, 10대의 관점이 필요할 때가 있다. 진지하게 고민해주고, 정보를 찾아봐주기도 한다.


정원이와 나는 여행을 함께해도, 떨어져 있어도 잘 지내는 엄마와 아들이다. 정원이과 통화를 끝내며 기분 좋은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전화기를 열어 통화기록을 확인했다. 남편과는 46초, 아들과는 5분을 넘겼다.


정원이는 어릴때 늘 10시를 넘어서 잠들었다. 어떨12시를 넘기는 날도 많았다. 일주일에 서너번 이상은 저녁강의를 마치고 10시가 다되어 집에 도착했다. 정원이는 잠은 엄마가 재워줘야한다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옷도 갈아입지 않고, 정원이와 침대에 누워 우리만의 의식을 시작했다.


오늘 하루 좋았던 일 세가지, 안 좋았던 일 세가지 말하기


우리는 서로의 하루에 대해 정보를 교환했다. 하루종일 함께 할 수 없는 파트타임 엄마가 아이를 알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었다. 정원이의 이야기로 친하게 지내는 친구를 알게되었고, 어떨 때 신나고, 어떤 일에 기뻐하는지 알 수 있었다. 좋아하는 것이 무었인지 알게 되었다. 가끔 속상한 이야기, 기분이 안 좋았던 이야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는 좋은 일들이었던 것 같다.

우리는 먼저 좋았던 일 세가지를 서로 나눈다. '와아, 신났겠다. 대박이네.' 정원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추임새가 이어진다.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하고 다시, 우리는 안 좋았던 건 뭐였는지 묻는다. 가끔 한가지 정도 있거나 없는 날이 많았다. 나도 안 좋은 일에 대한 건 별로 이야기 안 한것 같다. 내가 바꿀 수 없거나 해결 할 수 없는 일로 내 기분이 상하지 않았다. 감정이 태도가 되면 안되니까.


내 이야기도 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도 들어주는 시간을 즐긴다. 그런 만남이나 통화는 늘 유쾌하다. 내 이야기만 실컷하거나, 상대방의 이야기만 내내 듣고 나면 웬지 모를 불쾌감까지 생기기도 한다. 내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에 다음에 그 사람과의 만남을 고려하게 된다.

자주 만나고, 자주 통화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생각해봐도 그렇다. 특별한 일 없이도 통화하고 싶고, 만나러 가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또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인가?


기분 좋은 나의 이야기를 전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도 궁금하게 여기는 태도가 소통의 기본이 된다는 것을 정원이는 알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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