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백수 채희태 Mar 06. 2024

점프킹이었던 후배, <해리빅버튼> 이성수를 만나다

지난 2월 27일, 마포구 상수역 근처 "제비다방"에서 40여 년 만에 반가운 후배를 만났다. 그 후배는 다름 아닌 하드록 그룹, <해리빅버튼>의 기타리스트이자 보컬 이성수... 어쩌다 가물에 콩 나듯 카톡으로 안부를 주고받기는 했지만, 직접 만난 건 진짜 40여 년 만이다. 아무리 후배지만, 묻 대중들에게 알려져 있는 아티스트로 살고 있는 후배를 만난다는 게 왠지 모르게 어색했다. 이전에도 기회가 있으면 얼굴 도장이라도 한번 찍어 볼까 생각을 했었지만, 서로가 서식하는 삶의 공간이 너무 달랐다. 공연장을 찾아 먼발치에서 응원을 할 수도 있었지만, 도저히 젊은이들 틈에 끼어 머리를 흔들어 댈 자신이 없었다. 그러다 마침 내가 편집위원으로 있는 <평생학습e음>에서 평생교육을 주제로 인터뷰할 사람을 찾던 중, 얼마 전 인스타 라이브에서 만났던 기억이 떠올라 제안을 했는데, 덜컥 섭외를 부탁받아 수줍게 연락을 했더랬다.


성수는 중학교 때 같이 농구를 하면서 만난 1년 후배다. 별명이 점프킹이었을 정도로 점프가 좋아서, 그 당시 175Cm 남짓의 키로 림을 잡았다. 고등학교 땐 덩크도 했다고 하니, 마음이 기타가 아닌 농구로 향했더라면, 공연장이 아닌 농구장에서 보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고등학생이 된 후에는 쭈욱 잊고 지냈는데, <크래쉬>라고 하는 어마어마하게 하드한 록 그룹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한다는 소식을 중학교 동창을 통해 전해 들었다. 그러다 몇 년 전(생각해 보니 10년도 훨씬 전이다), 탑밴드 시즌2에 <해리빅버튼>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해 팬들에게 여전히 건재함을 전했다.


탑밴드2에서 "Another brick in the wall part II"를 부른 <해리빅버튼>


40여 년 만에 만난 낯선 선배에게 성수는 먼저 다가와 "형~"이라고 부르며 어색함을 날려 주었다. 오랜만에 만난 후베에게 존대를 해야 하나 걱정을 했던 난, 자연스럽게 반말이 튀어나왔다. "어, 성수야~" 군기 빡씨기로 유명한 군악대에서 군생활을 하며 방위에게 존대를 했다는 이유로 고참한테 맞았던 적이 있던 나는, 현재 같이 밴드를 하고 있는 <레드스톤> 멤버 중, 서른 살이나 차이 나는 딸 또래의 베이시스트한테도 계속 존대를 하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말을 놓기도 했다. 


역시나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색하기 짝이 없다!


과거 공자는 그런 우리 민족을 향해 "동방예의지국"이라고 칭송했을지 모르지만, 난 사실 존댓말과 반말이라는 위계가 존재하는 우리나라의 언어문화가 전방위적으로 소통을 방해하고 있는 주범이라고 생각한다. 언어의 위계는 사람과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상호(相互) 작용"을 일방향의 "상하(上下) 작용"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군 히딩크 감독은 수평적 의사소통 문화를 만들기 위해 막내였던 이천수에게 까마득한 선배 홍명보에게 "명보야, 밥 먹자"라며 반말을 하라고 시켰을까? 서로 반말을 하는 것이 거시기하면 상호 존대라고 하면 어떨까?


따님,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요?
아버님, 저는 생각이 없으니 혼자 드시지요.


너무 이상한가? 아무튼... 인터뷰를 핑계로 평생을 기타리스트로, 그리고 록커로 살아온 후배를 40여 년 만에 만나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무대 위에선 카리스마 넘치는 록커지만, 직접 만나보니 중학교 시절의 에피소드를 스멀스멀 떠오르게 만드는 편하디 편한 후배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개인인 내가 공인으로 살고 있는 후배에게 편하게 연락을 할 수는 없으니, 다음엔 먼저 술 한 잔 사 달라며 연락을 해 주면 좋겠다. ㅎㅎ


참! 5월 3일(금) 밤 9시에 인터뷰를 했던 ‘제비다방’에서 솔로 공연을 한다고 하니, 코로나로 인해 한껏 벌어진 사회적 거리를 좁히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오랜만에 "라방(라이브 방송)"이 아닌 "라공(라이브 공연)"을 경험해 보길 권한다. 나도 용기를 내 가 볼까 한다. 설마 솔로 공연인데, 머리 흔들 일은 없겠지?


마지막으로 <평생학습e음>에 실린 인터뷰를 링크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장 오래된 역설, 페미니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