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 관한 철학적 고민
“교육의 자주성”에 이어 학교교육의 신줏단지, “교육과정”을 건드려 보았습니다.
언젠가부터 교육과 관련한 일을 하게 되면서 교육과정이라는 단어를 귀에 인이 박히도록 듣게 되었다. 교육에 무지했던 필자는 교육課程을 교육過程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였던 것 같다. 필자는 얼마 전 대한민국 헌법에 제시되어 있는 "교육의 자주성"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기 위해 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받으며 심사위원 중 한 분으로부터 "교육의 자주성"이 대한민국 교육학의 신줏단지라는 말을 들었다. 교육학 박사 논문을 쓰며 감히 교육학의 신줏단지를 건드렸으니 그 과정이 얼마나 험난했을지는 독자의 상상에 맡기도록 하겠다.
교육의 자주성에 이어 본 글의 주제인 "교육과정"은 아마 제도화된 학교교육의 신줏단지쯤 될 것이다.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먼저 약 70%가 한자어로 되어 있어 발생하는 또 다른 '쉬운 한글의 역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글로 표기한 한자어는 그 음(音)만으로는 의미를 온전히 전달하지 못한다. '과정'이라는 글자를 읽을 수 있다고 해서 그것이 '課程'인지 '過程'인지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課程의 '課'는 '과제' 또는 '부과하다'의 의미를 담고 있어 정해진 틀과 체계를 암시한다. 반면 過程의 '過'는 '지나가다' 또는 '거치다'의 의미로, 시간의 흐름과 변화의 과정을 내포한다. 동일하게 '과정'으로 읽지만, 그 철학적 함의는 전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