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영의 일상에 대한 전지적 평생학습 시점
제주도의 섬 우도에 다녀왔다. 보통 재방문은 첫 방문의 강렬한 느낌을 재현하기 힘들다. 영화도 후속 작품이 첫 작품을 뛰어넘기는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터미네이터 2 정도의 새로운 강렬함(T-1000의 등장)을 갖고 있지 않다면야 더 그렇다. 우도는 대여섯 번 정도 다녀온 기억이 있다. 비록 마지막 방문이 오래되긴 했지만 머릿속에 우도 풍경이 다 그려진다. 어느 지점에 무엇이 있는지도 유명한 공간은 쉽게 떠오른다. 추억 속의 익숙함과 새로움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우도를 향한 배에 몸을 실었다.
역시나 4시간 정도의 탐방은 예전 방문과 크게 다르지 않은 패턴으로 이뤄졌다. 성산포항에서 출발해 하우목동항에 도착해 전기차를 빌리고 남들과 같은 방향으로 서서히 달려 아름다운 풍경을 구경하다 맛집에 들러 점심 먹고 다시 시원한 바닷길을 달리다 뷰 좋은 곳에 정차하고 제주도의 섬 우도의 섬 비양도 갔다가 땅콩아이스크림 먹으며 우도의 멋과 맛을 즐겼다.
이처럼 나름 익숙한 곳에서 익숙한 여행을 했지만 이전과는 달랐던 것은 함께 한 동료들과의 찐한 멤버십이 만들어낸 즐거움이다. 그리고 예전에 없었던 밤수지맨드라미 책방 방문이다. '밤수지맨드라미'는 제주 바다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산호의 이름이다. 우도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서빈해변이 산호해변으로 유명한데 책방의 이름이 산호라는 게 의미가 있는 듯했다. 멸종위기의 산호 이름이라는 점에서 온라인에 점령당한 책과 서점이 아닌 동네 책방의 감성을 지키고 싶은 마음도 함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방 방문의 진짜 목적은 이 책방에 가면 만날 수 있는 우도마을신문 '달그리안' 을 보기 위해서였다. '달그리안'은 우도팔경 중 제1경인 '주간명월(晝間明月; 해식동굴 천장에 반사된 햇빛이 달처럼 보이는 현상)’의 제주어다. '어렵게 찾은 보물'이라는 의미도 있다 한다. 우리는 그 보물을 찾아 우도에 왔나 보다.^^
2017년 마을미디어 교육을 계기로 창간된 계간지인 '달그리안'은 올해 봄에 발간된 신문이 25호다. 책방에 들어가자마자 마을신문을 발견하고 기뻐하는데 그곳에 계신 마을 주민 몇 분들이 반가워한다. 놀라운 경험이다. 바로 그분들이 마을 신문을 만든 분들이고 지금 막 봄호(25호)를 책방에 가져놓으러 오셨던 것이다. 그들 또한 마을신문에 관심을 갖는 우리를 보고 놀라워하셨다. 더 놀라운 건 2017년에 마을미디어 교육을 진행하며 우도마을신문이 탄생하도록 도와줬던 강사님의 우리의 지인이었으며 이를 알게 된 마을 주민들께서 너무나 놀랍고 반가워해 함께 사진 촬영도 했다. 이 사진을 그 지인 강사님에게 받았다.^^
그땐 경허멍 살았수다(그땐 그렇게 살았습니다)
삶의 도서관(사람도서관)
해녀를 기록하다
우도복지, 우도교육, 우도오늘, 우도문화 등
볼거리가 풍성한 마을신문이다. 우도를 더 알게 해주는 신문이다. 우도 주민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해 볼 수 있는 신문이다. 지금의 우도는 인기 관광지다. 상업적인 공간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우도 주민들은 삶터에 대한 정체성과 전통문화에 대한 위협을 느꼈을 것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작은 몸부림일 수도 있다. 런케이션(Learncation)의 관점에서 우도를 경험하면 달리 보이는 것이 참 많다. 매력적인 경험이 될 수 있다.
Learncation은 Learn과 Vacation의 합성어로, 배움의 즐거움과 여행의 힐링을 함께 누리는 체험형 평생학습을 말한다. 최근 평생교육 분야에서 꽤 주목하고 있다. 이번 DDF 워크숍에서 제대로 경험한 Learncation은 앞으로의 활동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