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그 고찰에 대한 의구심
안락사를 할 때 환자가 마지막 원하는 것은 사형수처럼 성직자의 기도와 성찬이 아닌
그립고 사랑하는 가족과의 진솔한 대화와 평소 즐겨 듣던 뮤지션의 음악이라 한다
죽음 앞에 음악을 선택할 권리
어차피 살아 내야 하는 인생에 있어서 뮤지션의 길은 어쩌면 죽음 앞에 선 자의 마지막 권리
같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음악에 대한 철학적 고찰도 없이 그 험난한 여정을 배짱 하나로
가기에는 의외로 인생은 만만치 않다
음악은 과거의 파장으로부터 빌려오는 미래의 허상이며 인생은 한편의 잘 짜여진 영혼의
거울에 비춰진 양자의 허구일 것이다
인생은 양자의 철학적 존엄사
음악적 철학의 관심은 인간 영혼에 있어야 하며 '선한 마음'으로 진심으로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어야 윤리적으로 좋은 작품이 될 수 있다 철학은 본질 적으로 개인의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기에, 듣는 이에게 마음의 평정을 주는 것이야 말로 이상적 뮤지션의 '선의'라 할 수 있으며
데카르트의 주장처럼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구성된 양자역학적인 영혼의 음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철학의 본질은 행복 추구
청춘 콘서트에는 무슨 고민을 안은 이들이 그리 많은가?
번뇌는 문제를 고단하게 하고 어지럽힌다는 뜻이지만, 남이 보았을 때는 갈림길에
한 발씩 서 있는 것이어서 물으나 마나 마음의 해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 일
수밖에 없다 코빅의 돌아온 복학생으로 리메이크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기억하는가?
많은 청중, 늘어선 인생 상담 라인, 핑계같이 어수선한 김제동의 사회,
뭐라 묻는지 이해도, 들리지도 못할 만큼 짧은 질문에 기막히게 단문으로 즉답을
내놓는 것 같아 객석의 탄성이 터지고는 하는데 집에 가서 누워 잠들기 전 그
즉답을 한 번씩 되짚어보라
집단 분위기에 그냥 나치보다 짧은 웅변에 속았다 싶고 유치원생 질문에 뻔한 대답인데
대중심리 흔들린 나를 무척 후회할 것이다 귀신 치유나 다단계 집회도 마찬가지로
집단 군중심리를 이용한 최면 효과를 나약한 청년들에게 주입을 시키는 것일 뿐
이미 알고 있던 인생의 데자뷰
인생은 나 자신의 철학적 데쟈뷰 이기 때문에 누구의 말에 함부로 고개를 끄덕이지 말라
살면서 감동받는 일과 공감하는 말들은 우리가 모두 타고난 각자의 철학으로
이미 깨닫고, 알고, 상처받고 있는 것이다 남의 말에 쉽게 눈물을 글썽이는 것이 반복되면
우리가 그들에게 영혼을 빼앗기는 순간이 다가온다 일제와 유신의 철학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수많은 보수단체, 극우 언론 세력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쓸데없이 목숨을 거는 파리 모기들처럼 자신만의 철학이 없이 뮤지션의 길을 걸으며
쉽사리 아무나 스승을 삼고 감동을 먹고 마음을 빼앗기는 영혼을 잃은 뮤지션은 결코
음악으로 남에게 행복을 나눠줄 수 없다.
양날의 검 부채 도사
궁금해서 물어 오는 사람의 얼굴에는 이미 답이 있다 그래서 무속인들의 사기는 쉽고도
쉬운 명리학에 그 기초를 담고 있다 ( 0 아니면 1)
정말 아쉬운 사람의 입장에서 대답을 고르면 되니까 일명 '모 아니면 도'이다
부채도사에게 어떠한 질문을 하더라도 법륜처럼 어떠한 기가 막힌 대답을 얻어낸다 하더라도
그것은 이미 당신이 가지고 간 해답인 것이다 달콤한 대답이 학습이 되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면 차라리 히말라야에 다녀와서 개폼 잡고 살기를
레전드의 철학이란?
작가의 14년 미국 유학 생활 중 많은 분들(Frank Gambale, Chick Corea, Pat
Martino,Scott Henderson, Ross Bolton..) 에게서
개인적인 레슨을 받았었고 모두 영광스럽게도 그래미상을 수상했던 분들이었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나의 음악적 철학을 바로 잡아 준 스승은 Sid Jacobs이었다
유일하게 25세 때 첫 앨범으로 그레미 후보에 한 번 올랐을 뿐 상업적 세상에 실망을 한 후
심지어 앨범도 그 후로 내지 않고 야인으로만 살아 지금은 자료 조차 구하기 힘든 뮤지션들의
정신적 지주 같은 사람이다 30년 된 시빅을 아직도 몰고 다니며 물 한 병과 채소 음식
한 끼와 12시간의 연습과 공연으로 평생을 살고 있는 그야말로, 기타의 신의 경지에 올라 있는
사람이다 M.I 에 세계에서 유명한 어떤 뮤지션이 오던 그 공연 마지막에는 이분이 무대에
올라가 정중히 합을 겨루며 피날레를 장식한다
그의 집에 가 보면 뮤지션의 철학이 어떻게 인생을 단련하게 해주는지 몸소 알 수 있다
뮤지션을 위해 늘 레슨 교재를 집필 중이었고 명상과 요가를 하며 자기 마인드를 바로 잡고
초집중 연습을 할 수 있는 유연한 몸과 마음 가짐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특히나 너무나
가난하여 일을 하는 부인에 대한 사랑이 정말 애틋한 것을 보면 남자다움도 느낄 수가 있다.
명품 가방처럼 유명한 뮤지션의 이름만을 외우며 음악을 듣고 있는 국내의 많은 이들은
뮤지션의 길과 철학 따위에는 관심이 없고, 미국 음대 학생들도 그레미 교수들에게 감히
앨범 세션을 부탁하는 등 요즘은 뮤지션을 존중하는 동료 의식은 찾기 힘들다
뮤지션의 철학은 마지막 자존심
100분 토론에 나가 100분 동안 떠들 수 있어야 철학이 있는 것이 아니다
흘러간 명곡들과 레전드 이름을 줄줄 외우며 토론을 밤새 할 수 있어야 철학을 아는 것이
아니기에 그런 것들은 DJ나 평론 나부랭이 기자들이나 하라고 까치밥처럼 남겨 두는
뮤지션이 되길 바란다. 여자로 살아 본 적이 없는 남자는 절대로 여성의 삶을 이해할
수 없는 법인 것처럼 뮤지션은 스스로 다가오는 모든 인생의 가짓수들을 이겨 낼 수 있는
타고난 자기만의 철학을 굳건히 해야 하고, 그러며 자신을 사랑 할 수 있기를 또한 바란다
인생의 모든 어려운 가짓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