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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오퍼, 그리고 고민

아마존 면접이 끝나고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리크루터에게서 연락이 왔다.


"Hi Daehee, It was great meeting you last week at the Amazon Seoul Event! As a follow up

to your interviews, I would like to schedule a brief 15 minute call with you."


두근대는 마음으로 스카이프 스케줄을 잡았다. 예상대로 리크루터는 결과가 좋다며, 며칠 내로 정식 오퍼 레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통화를 마치고 출근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이 즈음해서 Spotify에서도 오퍼를 받았다. 일반적으로 해외 기업들의 오퍼는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1. 베이스 샐러리 (기본급) : 한국에서의 연봉과 동일한 개념이다.

2. 사이닝 보너스 : 회사에 입사함으로써 받을 수 있는 보너스. 보통 입사 후 1~2년 동안 1년에 얼마 하는 식으로 지급된다. 입사만 하는 데도 보너스를 받는다는 개념이 잘 이해가 안 되었지만, 베이스 샐러리를 올려놓으면 나중에 깎기가 힘드니 베이스를 올리지 않고 사이닝 보너스라는 이름으로 주는 것 같다고 추측해본다.

3. 주식 보상 : 한국에서는 흔하지 않은 제도지만 많은 해외 테크 회사들은 직원들에게 회사 주식을 보상으로 지급한다. 내가 열심히 일함으로써 회사의 주가가 오를 수 있다면 누구나 더 열심히 일하게 되지 않을까?

4. 리로케이션 보너스 : 다른 나라로 이동하면서 당연하게도 이런저런 돈이 드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 보너스로 보상을 해주는 것이다.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의 고민이 있었다. 


1. 돈 : 가장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라고 하겠다. 앞서 글에서도 이야기했듯 북미 지역의 보상이 대체적으로 유럽 지역보다 높은 편이다. 막상 두 오퍼를 비교하고 나니 그 차이는 생각보다도 컸다. 게다가 스포티파이가 있는 스웨덴은 북유럽 국가답게 세율이 어마어마했다. 월급이 한국 돈으로 800만 원 돈에 가까웠지만 세금을 떼고 나면 한국에서 벌던 것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결정적인 차이는 스포티파이에서 스톡옵션으로 주는 만큼의 금액을 아마존은 RSU로 준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스포티파이의 베스팅 기간이 더 길었다. 


결정적인 한 마디는 스포티파이 리크루터의 코멘트였다. 내가 혼자 벌어서 와이프 생계까지 책임져야 하는데, 스웨덴 물가를 체험해보니 이 월급이 넉넉지 않을 것 같다는 내 말에 그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뭐 그렇지. 스톡홀름이 보통 외벌이로 살 수 있는 도시는 아니야. 와이프도 아마 일을 구해야 할 거야." 정확하게 내가 피하고 싶은 상황이었다. 새로운 나라에 가서 사는 것도 힘들 와이프를 돈벌이로 내몰고 싶지 않았다. 1라운드는 아마존의 승리.


2. 커리어 : 아마존에서는 HR 팀 내의 포지션을 제의받았는데 솔직히 말하면 아주 끌리지는 않았다. 반면 스포티파이에서는 그동안의 내 커리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포지션을 제의받았고, 일 하는 방식도 아마존보다 조금 더 유연한 것 같았다. 아마존은 추후 시애틀이나 밴쿠버에 다른 팀으로 이동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는 장점이 있긴 했지만, 스포티파이 승.


3. 생활환경 : 앞서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와이프는 스톡홀름에 완전히 매료되어서 외국에 산다면 스웨덴으로 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불편한 점들이 많아 보였다.


스웨덴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영어를 잘하는 편임에도 관공서와 기타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스웨덴어를 써야 한다. 영어도 잘 못하는데 다른 언어를 배워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러웠다.

이민자들의 나라인 캐나다와는 달리 스웨덴의 주 인종은 아직 유럽 백인들이다. 확실히 길을 걸을 때에도 동양인인 우리는 약간 주목받는 편이었던 기억이었다.

밴쿠버까지 가는 직항 항공편은 있지만 스톡홀름은 최소 1회 환승을 필요로 했다. 새로운 직장을 찾아 한국을 떠나게 되었지만 왠지 모르게 한국과 가까운 곳에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렇다고 밴쿠버가 아주 맘에 들지도 않았다. 일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도시였고, 내가 기억하기로는 북미 도시들은 대체적으로 유럽 도시들에 비해 멋이 없었다. 반면 스웨덴의 거리는 걷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유럽 뽕을 한 사발 선사했다. 그래서 이건 무승부.


스코어는 1.5:1.5 였지만 결국은 아마존으로 마음을 정했다. 일단 스포티파이 리쿠르터에게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안될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니 한 번 연봉을 다시 올려서 오퍼를 줬지만 여전히 아마존 오퍼를 따라오기는 힘든 액수였다. 아마존 리쿠르터에게는 내가 다른 데서 오퍼를 받았는데 조금 더 조건을 좋게 만들어준다면 최종 결정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이야기했더니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줬다. 면접에서 합격하고 협상하는 걸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가능하면 몇 번 네고를 해보는 것이 좋다. 협상이 결렬되어도 합격이 취소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몇 시간 정도의 노력으로 몇 백만 원이라도 올릴 수 있다면 남는 장사니까.


그렇게 우리는 캐나다로 가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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