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일기 4. 마카오에 오면 누구나 간다는 세나도 광장
grabpic film 7-8. DAY24
<세나도 광장>에 가기 위해 다시 <베네시안 호텔> 쪽으로 넘어왔다. 어쩐지 <쿤하거리>에서 세나도 광장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을 것 같은데, 나는 호텔 셔틀버스를 이용해 교통비를 들이지 않고 이동해 보기로 했다. 사실 교통비는 핑계고 버스 타고 가는 법을 찾기 귀찮았다. 원래의 나라면 현지의 버스를 타는 것을 반색했겠지만 이상하게 이번 마카오 여행은 엑소의 콘서트를 제외하곤 축축 처졌다. 날씨 탓이려나.
tip. 베네시안 혹은 COD에서 호텔 셔틀 타고 '세나도 광장' 가는 법
베네시안에서 길을 건너 <시티 오브 드림 city of dream> 건물로 들어가면 바로 앞에 코스메틱 코너가 있다. 코스메틱 코너로 들어가 앞으로 쭉 걷다 보면 왼쪽에 카지노 입구가 보이는데, 그곳을 장식하는 용 동상을 한 번 구경해주고 가던 길을 마저 쭉 간다. 계속 걷다 보면 왼쪽에는 (또 한 번) 카지노 입구가, 정면엔 매장인 막다른 곳이 나오는데 그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그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면 셔틀버스 정류장이다. 세나도 광장에 가려면 정류장 내에서도 (길을 두 번 건너면 나오는) 끝에 있는 정류장에서 'Macau Peninsula행' 버스를 타면 된다.
tip. 호텔 셔틀버스 정류장에서 '세나도 광장' 가는 법
대부분의 블로그에서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으로 따라 가면 그곳이 세나도 광장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막상 셔틀버스에서 내리니 내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어느 한 곳을 향해 가지 않더란 얘기. 어느 무리를 따라가야 하나 갈팡질팡 하다 미아된다.
셔틀에서 내려 뒤를 돌면 사진 속 <그랜드 임페리얼 호텔> 간판이 크게 보인다. 이 간판 아래 늘어서 있는 파라솔을 지나면 나오는 사거리에서 길을 한 번 건너고, 걸어온 만큼 더 걸으면 또 한 번 사거리가 나온다.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돌아 쭉 올라가면 목적지인 세나도 광장에 도착.
첫 번째 사거리. 저 앞에 버스가 멈춰서 있는 곳이 두 번째 사거리다.
걷다 보니 어느새 세나도 광장. 도착하자마자 인파에 놀랐다. 이렇게 사람이 많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많아도 너무 많았다. 상해 와이탄으로 야경을 보러 갔을 때보다 더 바글바글.
세나도 광장은 원래 내 예정에 없던 곳으로, 호텔 근처에서 딱히 할 것이 없자 부랴부랴 블로그를 뒤져 찾은 곳이다. 찾았다고 하기에도 뭣한 게 마카오 관광지를 검색하면 다들 이 곳을 추천했다. 그만큼 마카오에 오면 모두가 가는 곳이 아닐까. 방콕에 가면 짜뚜짝 시장을 가는 것처럼, 대만에 가면 예스진지를 가는 것처럼. 아무튼 이렇게 급하게 찾아 무작정 온 곳이라 이곳에 대한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었다. 뭐 이번 여행 자체가 아무 지식 없는 정말 날 것 그대로의 무계획 여행이지만.
사람이 없는 골목에서 잠시 숨을 골랐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사람이 더 많아졌다. 급기야는 너무 많은 사람들에 지쳐 그들을 피해 옆골목으로 피신했다. 메인 스트릿에서 바로 옆으로만 빠져도 비교적 한산하다.
도망쳐온 곳에서 운 좋게도 내가 그렸던 홍콩의 모습을 보았다. 지저분하지만 그게 또 마냥 더럽지 않은 곳. 미디어에서 접한 홍콩의 모습. 어디선가 영화 속에서 들었던 노래가 bgm으로 흘러나올 것 같았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골목은 점점 어두워져서 사람이 많은 골목으로 빠져나왔다. 비만 내리지 않았어도 그 골목을 좀 더 거닐었을 텐데, 또 내가 본 소설 속 홍콩은 마피아 천지라서 조금 무서워졌다. 그 마피아가 그냥 여행자 1인 나에게 해코지할 일도 그리고 정말 이곳에 마피아가 있을 리도 없는데.
사람들을 따라 걷다 보니 세나도 광장에서 제일 유명한 <성 바울 성당>에 도착했다. 오려고 온 게 아니라 걷다 보니 도착했다. 세나도 광장이 넓지 않아 생각 없이 돌아다니다 보면 유명한 곳은 다 보는 것 같다. 유명세에 비해 큰 감흥은 없었다.
되려 성 바울 성당에서 샛길로 빠지면 나오는 골목이 더 좋았다. 하긴 나야 자타공인 골목 매니아니까. 마카오에는 파스텔톤 건물이 많았는데, 파스텔 색상을 좋아하지 않음에도 이곳에선 싫지 않았다. 마냥 아기자기하기만 한 파스텔 색상이 아니라 그런가? 아니면 무어라 꼬집어 말할 수 없지만 그 속에 자잘한 홍콩만의 디테일이 살아있어서?
여긴 좀 신기한 건물이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보통은 반지하의 무언가가 있을 법한데 건물 뒤편 골목으로 이어졌다. 건물이 골목과 골목을 이어주는 통로가 되었다.
아 좋다.
이 골목은 꼭 찍어야겠다는 생각에 한참을 골목 아래에서 서성였다. 그랩픽 어플의 최대 단점은 필름 한 롤을 다 찍고 나면 그 한 롤을 업로드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는 것. 업로드를 보류하고 나중에 여러 롤을 한 번에 올릴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게 되지 않아 일단 한 롤을 다 찍었다면 그 24장을 업로드할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찰나를 놓친다면?! 이때가 그랬다. 먹구름이 가시고 정면에 보이는 벽으로 햇빛이 예쁘게 들어왔는데 그 순간을 놓쳐버렸다. 혹시 하는 마음으로 조금 더 기다려보았으나 햇빛은 다시 들어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나는 DSLR이 없으면 안 되나 봐.
세나도 광장의 입구라 해야 하나, 분수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왔다.
이제 돌아가자. 세나도 광장에서 호텔들이 즐비한 <마카오 코타이>로 돌아올 때도 내렸던 곳과 같은 곳에서 같은 버스를 타면 된다. 임페리얼 호텔 바로 옆에 길게 늘어서 있는 줄은 아마 <베네시안>으로 가는 셔틀버스의 줄인 것 같았다. 내가 출발했던 <시티 오브 드림>으로 가는 셔틀버스 줄은 내린 그 자리, 베네시안 셔틀버스 줄로 추정되는 뒤쪽에 있다.
원래는 세나도 광장에서 저녁을 먹고 넘어오려 했으나 눈에 띄는 곳이 없었다. 블로그를 뒤져보면 그럴싸한 맛집이 나왔을지도 모르지만 사람들 틈에서 찾을 기력이 없어 그냥 돌아왔다. 셔틀버스에 편히 앉아 찾아보니 마침 내가 하차하는 시티 오브 드림 2층에 식당이 많단다.
그리고 그중에 <딘타이펑>도 있길래 딘타이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마카오 맥주와 샤오롱바오, 간장 소스로 된 비빔면을 시켰다. 맥주 때문인지 생각보다 배불렀는데 샤오롱바오도 샤오롱바오지만 저 비빔면이 너무 맛있어서 배 부르게 다 먹었다.
호텔로 돌아가 조금 쉬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내 계획이었는데 호텔로 가지 않고 베네시안으로 갔다. 홍콩 달러가 너무 많이 남아서 (1,500 홍콩 달러를 가져왔는데 1,000 홍콩 달러가 남았다) 기념품이나 잔뜩 사가기로 했다.
기념품이라고 해도 <기화병가>에서 팬더가 그려진 통에 들어있는 쿠키뿐이었지만. 그러나 내가 너무 늦게 갔는지 팬더 통은 하나밖에 남아있질 않았다. 이마저도 뺏길세라 일단 그 한통을 품에 안고 매장을 훑었다. 이 외에는 마땅한 것이 없어 그냥 보통의 박스에 들어있는 초콜릿 쿠키만 잔뜩 샀다.
마지막으로 카지노도 한 번 더. 이번엔 한 테이블에 진득하니 붙어 구경을 했지만 끝까지 룰을 이해할 수 없었다.
호텔로 돌아와 맡겨두었던 짐을 찾고 다시 베네시안으로 넘어와 공항행 셔틀버스를 탔다. 비행시간보다 5시간이나 먼저 출발해서 그런지 버스 안은 텅 비어있었다. 나 외에 엑소 팬 3명뿐. 이번에도 공항까지 10분도 채 안 걸린 것 같아.
9시쯤 공항에 도착했는데 11시 15분에 발권 시작이란다. 비행 출발은 1시 15분. 한참 남았구먼. 벤치에 자리를 잡고 핸드폰으로 찍은 엑소 콘서트 영상만 주야장천 봤다.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발권! 분명 발권받을 때만 해도 1번 게이트 탑승이었는데, 출국 심사받고 들어가자마자 7A 게이트로 바뀌었단다. 이도 방송을 해준 게 아니라 내가 전광판을 보고 의아해서 직원에게 물어서 알았다. 7A 근처 면세점도 털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보딩까지 억지 시간을 보냈는데도 전혀 보딩 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설마 하는 마음에 다시 인포메이션에 가보니 1번으로 또 바뀌었단다. 그런데 왜 방송을 안 해주는 거야. 어쨌든 가까스로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2018년 8월 12일
아이폰 6S + 어플 그랩픽
여행일기 #마카오 편 연재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