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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화초 May 09. 2019

게으른 사람이 일을 더 잘한다

어릴 때부터 친숙하게 접한 '개미와 베짱이 동화'는 베짱이처럼 자기 소신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놀면 굶어 죽고, 개미처럼 주어진 일에 대해 열심히 일만 하면 인정받고 성공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그러나 요즘 같은 시대에도 해당되는 이야기일까? 최근 어느 한 조사에 따르면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으면 내색하지 말아야 한다'에 20대는 18%만이 동의했고 50대는 30%가 동의했다. 이 수치로도 알 수 있듯이 세대가 바뀔수록 개미처럼 일하는 사람들보다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다양한 이유로 죽도록 일하기 싫을 때가 있다. 노동의 고단함과 지루함은 누구나 겪는 일이다. 대부분 출근하면 퇴근과 휴식 그리고 잠을 애타게 찾는다. 억지로 일하다 보면 금방 싫증 나기 마련이다. 그만큼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기도 어렵다.

하기 싫은 일에 대처하는 유형은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괴로워만 하는 사람들이다. 이 유형의 사람들은 보통 불평과 불만을 쏟아내지만 현재 처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의지나 행동은 없다. 주위에 이런 사람들이 있으면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일도 지레 겁먹게 만들거나 어렵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결국 주변 사람들이 뒤처리를 해주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이런 유형을 만나면 최대한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

둘째, 큰 불만 없이 기존의 방식대로 일을 처리하는 사람들이다. 존버형이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라는 말을 몸소 실천하는 분들이다. 성실함을 무기로 묵묵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처리하는 스타일로 어떠한 고난과 역경에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하기 싫은 일은 하고 싶은 일보다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유형들은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고 해결의 실마리를 하나씩 찾아 결국은 일을 완벽하게 처리해낸다.

셋째, 하기 싫은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 효율적인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보통 사람들은 일을 보다 쉽고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습관처럼 자신도 모르게 기존에 작성된 문서나 매뉴얼을 먼저 찾아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 유형의 사람들은 항상 효율성을 고민한 후 최적의 방법을 찾은 후에 행동한다. 즉,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을 연구하기 위한 시간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셈이다. 그리고 최소한의 시간으로 일을 끝낸 후 남는 시간에 여유를 즐긴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일에 대해 한 번 더 검토할 수 있기 때문에 완성도와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자칫하면 볼 때마다 탱자탱자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들의 업무는 깔끔하고 완벽하게 처리되어 있어 주위에서 일 잘한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가장 효율적인 노동자는 하루를 일거리로 가득 채우지 않으며
편안함과 느긋함에 둘러싸여 일한다.

예전에는 <시간 X 업무 = 업무성과>라는 공식이 성립되었다. 그러나 기술이 발달하며 여러 분야에서 인간이 하던 일들이 인공지능과 같은 기계가 대체하게 되었다. 각 기업에서 요구하는 성과의 형태도 단순 시간을 투입하여 나오는 것이 아닌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창의적인 것들로 변화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유형 중 가장 유리한 쪽은 어디일까? 세 번째, 효율적인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철학자로 유명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가장 효율적인 노동자는 하루를 일거리로 가득 채우지 않으며 편안함과 느긋함에 둘러싸여 일한다"라고 말했다. 몸소 느끼는 직장인들이 많겠지만 불과 몇십 년 전만 하더라도 토요일 출근이 당연한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주 5일제를 넘어 주 4일제를 시행하는 회사들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사회는 더 이상 부지런한 개미를 선호하지 않는다. 게으르지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고민한 줄 아는 사람을 선호한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는 게을러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과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분명 미래에는 본인의 의지를 떠나 지금보다는 상대적으로 업무시간이 줄어들며 게을러지게 될 것이다. 이때 게으르게 일하는 방법을 모른 채 예전 방식처럼 일하면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고생만 하는 경우가 더욱 늘어만 갈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게으르게 일 할 수 있을까? 간단하다. 쉬는 시간을 늘리고 업무 시간을 줄이면 된다. 대신 무작정 쉬는 것이 아니라 본연의 업무에 집중력을 높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최적의 컨디션으로 끌어올림과 동시에 끊임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이를 통해 과부하를 지혜롭게 해결하고 업무 생산성을 향상한다. 쉬는 방법은 개인마다 다양할 것이다. 이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유명한 스타트업들은 이 사실을 인지하고 직원들의 집중력 및 창의력 향상을 위해 회사 내 게임장, 탁구장, 볼링장 등 각 종 편의 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한국에는 이러한 복지혜택을 제공하는 회사가 많이 없기 때문에 본인의 처한 상황과 성향에 따라 동료들과 차를 한 잔 마시거나, 바깥공기를 쐬고 온다거나, 잠시 눈을 붙인다거나 등의 방법을 활용하여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일이 하기 싫다는 이유로 아무 생각 없이 쉬는 것은 큰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마련해야 한다. 아래와 같은 체크리스트들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일의 우선순위와 중요도를 따졌을 때 얼마나 긴급한 일인가?

지금 이 일을 하지 않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무엇인가?

최악의 상황을 직면했을 때 해결방안은 있는가?

해결하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가?

지금 일을 하지 않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무엇인가?

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는 자본주의의 노예로 살아가는 직장인들이 늘 직면하는 문제다. 일 하기는 싫지만 어릴 때부터 주입된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놀면 도태된다'는 의식이 주는 불안함과 두려움으로 결국 일을 하는 것도 아닌 쉬는 것도 아닌 상태로 계속 붙들고 있게 된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의무가 되면 하기 싫어지는 것은 인간의 참을 수 없는 본능이다. 매너리즘에 빠져 고통을 안고 사는 개미보다 게으름 부리며 여유를 즐길 줄 아는 베짱이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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