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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kyinBath Jul 27. 2023

안녕하세요, 웨스트우드 펍입니다.

4. 그 눈웃음으로 설거지나 한다고? 그건 재능낭비야.

몇 달 전이었다. 우디 Woody를 데리러 갔더니 캐롤라인 Caroline이 나와 인사를 하며 설거지 알바는 할만하냐며 물었다. 만족 100%라며 크게 웃었더니 믿지 못하는 눈치다. 역시 그녀도 내가 설거지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르는 거다! 왜 세상은 이렇게도 설거지에 야박하게 구는 걸까.


그리고 몇 주 후 캐롤라인 Caroline에게 연락이 왔다. 펍에서 일할 믿을 만한 사람이 필요한데 내가 일 순위란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내가 그녀의 믿을 수 있는 사람 리스트 탑에 올랐을까 아리송했지만 일단 칭찬은 받고, 여기서 질문! '그럼 언제부터 설거지할 사람이 필요한 거야?' 전화기 너머에서도 펄쩍 뛰는 게 느껴질 만큼 큰 목소리로 그녀가 말했다. '그런 눈웃음으로 아무도 널 보지 못하는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는 건 재능낭비야.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라고! 미키야, 넌 플로어 floor 담당이야.'


정말 손이 부족해 새로운 직원이 급하게 필요하다는 그녀의 부탁에 며칠 후 일단 트라이얼 데이 trial day를 가져보기로 했다. 전화를 끊고 나니 겁이 덜컥 났다. 난 한국에서도 생맥주조차 날라본 적이 없는 위인이 아닌가. 거기에다 이곳은 영국. 사람들은 영어로만 주문을 한다고! 염병. 도와주려다가 오히려 타박만 받고 골방으로 나앉는 처지가 될까 걱정이 됐지만, 하겠다고 한 이상 해보는 수밖에 없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2023년 3월 29일 수요일, 결전의 날이 왔다.


출근을 하려니 뭘 입어야 하는지 물어보지 않은 게 생각났다. 캐롤라인 Caroline이 뭘 입고 일했던가 기억을 더듬어 대충 검은색 티셔츠와 블랙진을 찾아 입었다. 검은색 운동화가 없어 차선책으로 가장 바닥이 안 미끄러운 분홍색 반스 운동화를 찾아 신었다. 신발끈을 특별히 꼭 조여 묶었다.


동네 펍은 우리 집에서 느긋한 걸음으로 1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여기서부터 웨스트우드 Westwood입니다.'라고 써진 도로표지판을 지나면 곧 동네 펍이 나온다. '옛날에는 우리 동네를 방문하거나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 펍에 들려 진한 에일 Ale을 들이켜고 투박하게 담겼지만 인심 좋은 풍족한 양의 식사를 하며 여독을 풀었을 테지.' 이런 생각들을 하며 손님이 아닌 직원으로 우리 동네 펍, 뉴 인 웨스트우드 New Inn Westwood의 두꺼운 나무문을 밀고 들어갔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정말 아는 건 하나도 없었던 세계로 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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