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사의 어떠한 물음표
식물원에서 좀 특별한 경험을 한 적이 있으시다면서요.
호수원에 있는 빅토리아 수련을 키우면서 새로운 모습을 관찰하게 됐어요. 수련이 개화가 끝까지 잘 될 때도 있고 안 그런 날도 있더라고요. 꽃이 생기고 개화를 하려면 최소 6시간 이상 직사광선을 받아야 하고 물도 최소 20도 이상으로 관리해 줘야 하는 식물이에요. 물도 흐르지 않게 해주고 깨끗하게 관리해 줘야 하죠. 호수원은 흐르는 물이어서인지 온실에 있는 것보다 좀 덜 자라는 것 같긴 해요.
그리고 비료도 적정한 양이 들어가서 서서히 녹아야 합니다. 보통 빅토리아 수련이 8월에서 10월 중 저녁 시간에 피거든요. 그런데 어떤 날은 개화가 끝까지 잘되는데 안 그런 날도 있었죠. 차이가 뭘까 생각을 해봤어요.
주변에 있는 사람과 빛의 양이 차이를 만드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개화할 즈음에 비가 와서 사람들이 빅토리아 수련 주변에 사람이 별로 없는 날은 완벽하게 개화를 하고, 사람이 많은 날은 잎이 끝까지 잘 안 펴지는 현상을 봤어요. 좀 더 자세히 그때를 돌이켜보면, 수련 개화 시기가 되면 저녁 시간에 호수원 데크에 카메라 삼각대를 들고 오신 분들이 행렬을 이뤄요. 수련이 있는 주변이 빽빽하게 둘러싸여요.
단순히 사진을 찍기 위해서 오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꽃을 너무 사랑하시는 분들이 많이 오십니다. 단순히 사진을 찍기 위해서 오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꽃을 너무 사랑하시는 분들이 많이 오십니다. 수련이 개화를 하면 48시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만 볼 수 있으니깐 그즈음에 많은 분들이 보러 오세요. 그중에 LED 손전등을 가져오시는 분들도 있는데 몇몇 분들이 식물한테 그 빛을 장시간 비추기도 하시더라고요.
근데 이 손전등이 2,000-5,000lm(루멘 *빛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 정도 되거든요. 태양이 20,000lm(루멘) 정도 되고요. 이 빛을 여러명이서 동시에 한 식물을 향해서 비추시니까 이때 식물이 영향을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개화가 멈추게 되는 여러 원인 중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식물원에 온 지 몇 년이 안되기도 했고 데이터가 충분하진 않아서 몇 해 더 지켜봐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