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글안 Jan 25. 2024

저 타샤튜더의 삶 꿈 꿔도 될까요

Gardener of Seoul Botanical Garden

www.chosimzine.com

KIM BYUNG DO

EPISODE 2




평범한 직장인이기도한 정원사 김병도는 퇴근 후의 삶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채워 가고 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30대 김병도는 어디에서 에너지를 얻는 것인지, 또 미래에 어떤 반짝임을 기대하며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지 개인의 삶에 대해 묻고 들어보았다.



Life with Good Rest


정원사님은 집 외에 자주 가는 곳 있으세요?


제가 클라이밍을 하고 있어서 식물원 근처에 있는 암장에 자주 가고, 짬이 나면 연차를 써서 식물원이나 정원을 보려 다녀요. 방문한 곳 근처에 사는 친구들이 있으면 만나기도 하고요.


클라이밍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제가 오래전부터 암벽 타기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 클라이밍을 배우고 싶었어요. 서울 식물원에 오면서 시작했는데 인생에 큰 부분이 된 것 같아요. 일주일에 3번 정도는 꼭 갑니다.


하루 종일 노동하고 또 운동을 가는 게 쉽지 않을 텐데 몸으로 뭔가 하는 걸 진짜 좋아하시나 봐요. 쉴 때는 어떻게 보내시나요?


저희는 일단 주말에 출근하는 날이 많아요. 주말에 관람객분들이 더 많이 오시니까요. 또 여름에는 매일 관수가 필요한 곳도 있어요. 주 6일 근무를 하면 하루 쉬는 거니까 집안일 하고 나면 집이나 카페에서 그림을 많이 그려요.



Being Playful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려두신 일러스트 작업물들 봤어요. 앞으로 새로이 해보고 싶은 작업도 있으실 것 같아요.


우선 'Moon trio'라는 재즈 밴드의 앨범 커버와 아트워크 작업을 했어요. 그리고 앞으로 해 보고 싶은 거는 사실 굉장히 많아요. 인스타툰도 그려보고 싶어요. 제가 식물원에서 하는 일을 알려보면 어떨까 생각은 하는데 안 하고 있네요.(웃음) 제 작가명이 ‘도감’이라 우리나라 자생 식물이나 특이한 식물을 글려서 알리고 싶다는 생각도 해봤고, 새해나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서 그림을 그려보고 싶기도 해요. 그리고 제가 실크 스크린으로 옷을 만들고 있거든요. 이것도 여러 개 시리즈 내고 싶어요. 하고 싶은 게 많아서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우선은 다 시도 해보려고 합니다.



실크 스크린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신 거예요? 좀 짓궂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세상에 내가 원하는 옷이 없었나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고요, 예를 들어 제가 사고 싶은 반팔 티셔츠가 10만 원대가 많더라고요. 저한테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라 ‘내가 만들어서 입고 다니면 어떨까’ 해서 제작하기 시작했어요. 근데 이게 막상 또 만들어보니까 재료비가 많이 들긴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자급자족으로 살아가는 방식을 좋아해요. 이런 것도 제가 추구하는 자연주의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죠. 슬로우 라이프로 살아보고 싶어요. 제가 농사지은 걸로 밥을 해 먹고, 제가 직접 만든 옷을 입고 다니는 삶이요.




Dream Life


타샤 튜더의 삶을 동경한다는 말이 딱 어울리시네요.


맞아요. 제가 원하는 삶이랑 좀 연관 돼 있어요. 타샤 튜더라는 인물 자체가 제 롤모델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항상 본가가 있는 평택에 내려갈 생각을 하고 있어요. 거기서 정원을 가꾸고 정원 문화를 알리는 일을 하고 싶어요. 타샤 튜더가 정원을 가꾸면서 반려견과 함께 했잖아요. 그림 동화 작가이기도 했고요. 저도 그림을 그리고 본가에 ‘로우’라는 진돗개 한 마리가 살고 있어요. 좀 비슷한가요?


‘병도 튜더’라고 불러드릴게요.


제가 키운 식물 잎으로 차를 우려먹고, 그날 수확한 농산물로 밥을 해 먹는 거죠. 정원에서 직접 키운 꽃을 잘라서 식탁에 올려두는 일상이요. 그리고 또 그런 삶을 저만 누리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요.





공유정원을 운영하셔도 될 것 같은데요.


그럼 좋죠. 그런 것도 제가 좀 더 배워서 준비를 해야겠죠. 제 정원에 다른 분들을 초대해서 정원에 대해 알아가고 나눌 수 있는 삶이면 더할 나위 없죠. 그런 삶을 살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예전에 부모님과 20대 중반에 카페를 했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때도 이런 취지로 도전해 본 거예요. 힘든 농사는 우리가 할테니까 사람들이 정원에 와서 신선한 농산물을 구입하고 그런 음식과 음료도 즐겨달라는 의도였어요.

방금 밭에서 수확해서 냉장고에도 안 들어간 농산물을 제공했어요. 이런 소비나 접근이 정원을 가까이하게 만드는 문화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이런 시도를 기반으로 해서 멀리 나아갔을 때는 정원의 다양한 문화를 전파를 하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정원사로서의 삶도 그렇고 제 작업물도 다 정원 문화와 연결돼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정원이 있다면 꼭 가보고 싶은데요. 훗날을 기대해도 될까요. 최근에 다녀온 정원 있으시면 소개해 주세요.



지난 늦가을에 제주도를 다녀왔어요. 제주도에 ‘카멜리아 힐’ 아마 아실 거예요. 이번에 리뉴얼을 하면서 그라스 정원이 생겼다고 해서 가봤습니다. 서울에서 보기 어려운 초원 같은 느낌이어서 좋더라고요. 높은 빌딩도 없고 뒤에 바다가 보이거든요. 정원 식물도 단조롭지 않게 식재돼서 광활한 대지에 식물이 여러 군데 잘 배치된 구성이라 눈도 트이고 사진으로만 보던 외국 정원에 온 기분이 들었어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리신 사진 봤어요. 높은 곳에서 찍으신 건지 정원 전체가 보여서 광활한 느낌이 있었어요. 저도 기회를 만들어서 꼭 가보려고요.


그라스 정원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풍경을 다 보여주고 싶어서 좀 높은 곳에서 찍어봤어요.



www.instagram.com/dogam_12


Being with A Good Companion


이런 식물이나 정원 이야기를 자주 나누는 친구나 동료가 있으세요?


감사하게도 있습니다. 거의 영혼의 파트너죠. 지금까지 정원 관련 공모전에 몇 번 나갔는데 그 친구랑 다 했어요. 신구대학교 식물원에서 수목원 전문가 과정에 있을 때 만난 동료예요. 그 친구는 학구열이 있어서 지금 식물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어요. DMZ 자생식물원이라고 국립수목원 산하에 있는 식물원이에요.


펀치홀이라고 들어보셨어요? 강원도 양구에 운석이 떨어진 것처럼 푹 파인 지형이 있거든요. 차가 없으면 가기 힘들어요. 그 친구는 건축학과 전공이에요. 저는 디자인을 전공해서 처음부터 이야기가 잘 통했던 것 같아요. 저희는 정원을 보는 관점이 비슷해요. 해외 정원 투어도 같이 해보기로 했어요.


너무 부럽네요. 좋은 동료는 꼭 필요하고 많을수록 좋은 것 같아요. 저희도 정원사님께 좋은 동료가 될게요.


instagram: @dogam_12




‘초심’은 김병도 정원사 덕분에 시작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 본 사람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나에게도 용기가 필요했지만 흔쾌히 부탁을 들어준 사람이 있었기에 출발이 가능했다. 아직 인터뷰에 익숙하지 않아서 인터뷰 전후로 여러가지를 부탁을 하느라 진땀을 뺐다. 다행히도 너그러이 도와주셨다. ‘초심’ 역시 김병도 정원사의 좋은 동료로 성장하리라 믿으며 첫 번째 인물 인터뷰에 마침표를 찍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님아, 그 빛을 비추지 마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