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하기로 한다는 것은 명령이 있어야 한다. 외부의 명령이든 내부의 명령이든 그것이 실천되기 위해서는 내부의 명령으로 바꿔야 한다. 우리는 무수한 명령을 받고 실시간으로 수행한다. 때로는 명령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는 상태에서 수행하는 경우도 있다. 공자를 알고 논어를 읽으라는 명령은 2,000년. 대학교 2학년이었던 그 시절 나에게 했던 명령이다.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직관이 내린 꽤 강력한 명령이었기 때문에 나는 지금도 그것을 수행하고 있다.
나는 지금도 왜 논어를 읽는지, 왜 그만둘 수 없는지 이유를 알지 못한다. 25년 전 나 스스로에게 했던 직관의 명령을 아직 해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요즘 《인간 공자, 난세를 살다》 읽기 모임을 하면서 공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다가 문득 그 이유를 알았다.
나는 지금 무엇과 대결하고 있는가? 내 최대의 적은 무엇인가? 그 답을 왜 공자에게 찾는가?
나는 습관과 대결하고 있었던 것이다.
공자는 오래됀 습관들을 몸에 새기면서 보수주의자로 살았지만 그것 때문에 습관을 변혁하는 혁명가가 되었다. 구시대의 막내로 평생을 자리매김했지만 평생 습관과 싸워온 덕에 본의 아니게 새 시대의 첫째가 되었다. 습관이라는 거대한 뿌리와 싸우기 위해서 논어를 더 읽어야 한다.
습관을 혁파하려면 습관을 몸에 익히면서 그 문제점과 장단점을 입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내 몸에서 좋은 부분과 나쁜 부분을 솎아내야 하며, 습관의 나쁜 부분이 해오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습관을 사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의 공동체가 오랜 세월 유지하고 있는 습관에 반감을 갖는 것을 가지고는 해소할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