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요 용자씨(용일자유시장)
글을 시작하기 전, 다시 한번 "용일 자유시장"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할까 한다.
용일 자유시장
1972년에 조성된 시장.
용일 자유시장은 70년대 전형적인 상가형 시장으로, 70~90년대 초반 인천광역시 남구 용현동의 핵심 상권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인근 시장 조성 및 성장과 교통 변화로 인해 인하대 권역과 단절되면서 급격한 지역적 쇠퇴를 경험하게 된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재개발 바람이 불었고, 용일 자유시장 또한 재개발 지역에 포함되었으나 2014년 최종적으로 재개발이 무산되면서 '지역에 대한 대안 부재' 문제가 발생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유동인구 감소 및 시장기능 정지로 인한 지역경제 침체 장기화, 생산가능 연령대의 급격한 지역 이탈, 지역기반시설 노후화, 오랫동안 비워진 상가, 폐허가 된 공가가 다수 방치되는 공가 문제 등 이 동네는 전체적으로 낙후의 길을 걷게 되었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
여러 방향으로 펼쳐져 있는 입구와 미로 같은 내부.
그 속에 오래된 이야기를 품고 있는 점포들은 과거의 영광 속에서 조용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많은 이들이 오고 가는 거리는 아니지만, 분명 변화의 바람이 일렁이고 있었다. 재개발 당시 투기 매입으로 인해 대부분의 상가가 공실로 방치되어 있지만, 비교적 저렴한 임대료 덕에 몇몇 점포들은 실험적인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디자이너 작업실 겸 스튜디오로 활용되고 있는 점포, 카페로 운영되고 있는 점포,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는 하숙집 등 젊은 청년들의 입주가 용일 자유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듯 보였다.
용일 자유시장 2층에는 옛 인하대 학생들이 생활했던 하숙집이 남아 있다. 이 곳은 현재 복합 문화 공간인 "공유공간 팩토리얼"로 새 단장하였다. 공유공간 팩토리얼은 "거리 울림"팀이 운영하는 공간으로, 지역 커뮤니티 거점공간, 청년 네트워크 플랫폼, Co-working space, 지역 활동 작가 및 기획자의 작업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들은 생활문화공동체 사업을 통해 마을학교, 문화교실 프로그램 등을 기획/진행하여 지역 간 문화 소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또한, 젊은 사람들이 조금 더 쉽게 만나고, 교류할 수 있도록 지역 청년 네트워크 파티를 진행한다.
거리 울림과 팩토리얼
거리울림팀은 무엇을 위해 지역 안으로 들어와 활동을 하고 있을까? 거리 울림의 활동가 백지훤 씨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우선 그들의 비전은 바로 "문화를 매개로 한 지역공동체의 회복과 문화마을 건설"이었다. 그들은 낙후된 공간의 재생과 문화공간 창출을 통해 지역문화예술 거점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또한 지역 청년 기획자, 예술가들의 지속적인 교류 및 협업의 장인 "청년 네트워크 플랫폼"을 구성하기 위하여 재미있는 작당(?)을 꾸며왔다. 현재 그들이 활동하고 있는 옛 하숙집, 지금의 공유공간 팩토리얼은 내부시설 노후화를 해결하고, 조금 더 안락한 공간으로 재탄생하기 위해 내부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활동가 백지훤 씨와의 인터뷰
Q. 인하대 후문과 어떤 관계인가요?
A. 원래 인천과는 연고가 없었으나, 대학을 인천(인하대)으로 진학했고 그때부터 인천과의 인연이 맞닿았습니다. 학부시절에는 수도권에서도 술값이 저렴하기로 널리 알려진 인하대 후문가를 중심으로 – 특히 학부생 때는 돈이 없었으므로 이곳을 벗어난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 생활을 해 왔으며, 이곳에서 대학 동기 및 선후배들과의 재미난 인연들이 많이 만들어졌던 추억이 있습니다.
학부를 마치고 대학원도 같은 학교로 진학을 하게 되었고, 삶의 터전 또한 이 지역에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살다 보니 10년이 넘도록 인하대 후문 인근에서 살아가게 되었고, 지금은 내가 태어나고 살아왔던 지역보다 더 친밀감을 느끼게 된 지역이 되었습니다.
Q. 대학생활이 인연이 되어 이 곳에 정착하게 되셨군요.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오셨는지 궁금합니다.
A. 2013년부터 ‘문화자치연구소 거리 울림’이라는 단체를 구성하여, 인하대 후문에서 ‘거리 울림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009년 인하대 후문 일대에 조성되었던 ‘인하 문화의 거리’ 사업 이후, 인하대 후문이 오히려 더 이전의 개성을 잃고 점차적으로 쇠락해가는 모습을 보며 아쉬워하던 찰나에, 거의 개인적인 경험 – 음악활동 등 – 등과 주변부에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과의 결합을 통해 소위 인하대 후문도 홍대처럼 뭔가 문화예술적으로 시끌벅적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싶어 시작한 프로젝트였습니다. 문화의 거리가 조성되면서 인하대 후문 일대가 차 없는 거리로 설계가 되었으나, 차 없는 거리는 한 번도 실행되지 못한 채 여전히 차들이 문화의 거리를 점령하고 있었고, 그 길을 문화예술이 넘실대는 공연장으로 만들어버리면 차들이 자연스레 못 다니는 길로 인식하지 않을까 해서 거리공연, 프리마켓을 게릴라성으로 운영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습니다. 또한 지역 내 유휴공간(건물 옥상, 빈 상가) 등을 찾아서 그곳에서 다양한 문화활동들을 진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활동을 하면서, 경제적인 기반을 만들어내기 위해 인하대 후문에서 조그만 카페를 운영하기도 했지만, 2015년 경영난 때문에 폐업을 하게 되었고 그즈음에 인하대 후문에서의 프로젝트를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인천 남구의 마을 만들기 사업 등과 연계하여 지역에서 청년들이 살아(?) 남을 수 있는 다양한 기반을 탐색하는 과정들을 거쳐왔고, 2016년 인하대 후문에서 그리 멀지 않은 용일 자유시장이라는 폐시장에 방치되어있는 큰 공간을 발견, 청년활동의 아지트로 삼고자 ‘공유공간 팩토리얼’이라 명명한 공간을 조성, 운영하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왜 하필 용현 1,4동을 선택하셨나요? 다른 지역에서의 활동도 분명히 가능하셨을 텐데요.
A.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 오면서, 무엇보다도 청년들이 기반을 잡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대안공간에 대한 목마름이 매우 컸습니다. 마침 지역 가까운 곳에 오랜 기간 동안 방치되어 있던 널찍한 공간이 있었고, 마침 임대료도 매우 저렴했기 때문에 이곳을 잘 기획하면 재미난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겠다 싶어 이 지역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공간에 대한 발견은 현재 용일 자유시장 인근에서 목공방을 운영 중인 (주)재미난 나무의 이성민 대표였고, 뭔가 재밌는 공간들을 함께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통해 이 공간 운영의 기획자로 함께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용일 자유시장의 경우 과거 인하대 학생들의 통학로였을 때 매우 번성했던 곳이었으나, 교통편의 변경 등으로 인해 통학로가 바뀌면서 급격한 쇠퇴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후 20여 년 넘게 쇠락만을 거듭해온 공간이었고, 그렇게 벌어진 ‘틈’을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된 곳이라 생각했습니다.
Q. 아시다시피(?) 제가 주로 다루는 글들은 도시재생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지역 안에서 활도 하고 계시는 백지훤 씨의 도시재생/지역(로컬)에 대한 단상이 궁금합니다.
A. 사실 제가 해왔던 활동들은 도시재생이라고 하는 거창한 담론을 가지고 움직였다기보다는, 우리가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공간이 필요했던 것이 먼저였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지역재생, 도시재생이라는 키워드가 우리에게 인지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도시재생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원도심의 경우, 다양한 내외부적 환경을 통해 성장동력을 잃어갈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내리막길을 막기 위한 내외부적 대책들을 수립하지 않으면 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 생각합니다. 따라서 다양한 방식으로서의 접근 및 관심, 연구들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되며, 지역(도시) 재생의 다양한 목표들이 있겠지만 – 예를 들면, 지역 활성화에 포커스가 맞춰거나 혹은 기존 주민들이 이전보다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적 조성을 한다거나 – 지역 활성화 등에 포커스가 맞춰질 경우, 무엇보다도 지역(공간)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들이 잘 기획, 설계되어야 한다 생각합니다. 또한 지역의 흥망성쇠의 역사들을 잘 이해하고, 적어도 재생과정을 통해 기존의 지역 구성원들이 밀려나지 않을 수 있는 고민들도 꼭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생각합니다.
Q. 지역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들이 잘 기획, 설계되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이 부분은 민간과 행정이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행정과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을 구축을 해야 한다고 생각이 드는데, 그에 따르는 노력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사실 민간에서의 합리성과 행정이 가지고 있는 시스템은 서로 다른 결을 가지고 있습니다. 민간에서는 ‘필요’가 그 사업(프로젝트)을 진행하기 위한 핵심적인 근거가 되지만, 행정에서 이야기하는 사업의 근거는 ‘법령’이나 ‘시행령’, ‘조례’ 등의 제도적인 접근의 형태입니다. 따라서 그 둘이 일을 풀어나가는 체계의 다름을 서로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생각합니다. 이는 행정에서도 이를 이해할 수 있는 노력이 매우 중요합니다만, 행정은 쉽게 바뀔 수 없는 거대한 시스템 조직임을 민간영역에서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그러한 ‘필요한 변화의 더딤’을 상호 간에 이해하고, 이를 함께 풀어나갈 수 있는 다양한 소통창구들이 많이 만들어나간다면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다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상호 간의 신뢰가 구축되는 것이 제일 중요하겠죠?
총 2번에 나누어서 용현 1,4동의 모습과 용일 자유시장에 대해서 글을 작성하였다.
고작 2번의 글로 이 동네가 가지고 있는 가치와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쯤은 알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이 거리를 걸어보며 느꼈던 점과 현재 이 지역에 "누가, 어떻게, 무엇을"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지 라이브 하게 다뤄보고 싶었다.
결론적으로, 용현 1,4동과 용일 자유시장의 시간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청년들이 있다.
과거의 화려한 모습은 아니지만, 새로운 출발을 하는 공간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모습은 아니지만, 열정을 다하는 청년들
공간과 사람의 컬래버레이션에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돌아와요 용자씨!(용일자유시장)
- Epilogue 2 돌아와요 용자씨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