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잡스가 했던 "A급 인재"에 대한 인터뷰는 참 유명합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A급 인재의 특성이 1) 자신과 같은 A급 인재와 일하기를 원하고 2) 관리가 필요가 없어서, 공동의 사명감만 있으면 된다 고 말합니다. 따라서 회사는 A급 인재를 채용하는 bar를 낮추지 않으면서 계속해서 높은 수준의 채용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하죠.
저는 가끔 궁금했습니다. A급 인재라는 것은 시대와 상황의 변화를 초월해서 항상 동일한 특징이 있는지, 그리고 그 특성중에 한두개라도 제 안에 있을지. 그런 제 고민에 대한 하나의 답을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는 책에 대한 유투버 충코님의 요약 영상에서 찾게 되었습니다.
충코님은 AI의 개념을 말해주기 위해서 "기생충"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옵니다. 기생충은 숙주 '속'에 존재하면서 숙주와 생사를 같이 합니다. 기생충이 너무 자라서 숙주가 죽어버리면 기생충도 함께 죽고, 반대로 숙주가 잘 살아있어야 기생충도 오래 살수 있습니다. 철학적 관점에서, 기생충은 숙주와 별개의 존재인 것이 아니라 '동일한 주체'로 존재한다는 측면에서 특별합니다. 동일한 관점에서, AI가 특별한 이유는 AI가 우리와 결합하여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된다는 해석을 내어놓고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깊게 공감했습니다. 저는 데이터분석과 전략기획이라는 업의 특성상 GPT 를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요. 문제에 대한 가설을 도출할 때, 데이터 분석을 위한 코드를 작성할 때, 긴 아티클을 빠르게 요약할 때 등등 다양한 업무환경에서 AI와 함께 일합니다. 처음 GPT를 사용할 때는 신기한 도구처럼 느껴졌는데요. 요즘은 특정 항목에 있어서는 아주 자연스러운 어떤 것으로 인식될 만큼 익숙하고 편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충코님 영상에서 말하는 것처럼, 저는 AI와 일부분 결합되어 있습니다.
이 AI 시대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 라고 영상에서 말합니다. 저도 공감하는 부분인데요. GPT를 사용하기 시작할 때, 가장 어려웠던 것은 "뭐라고 질문해야 하지" 였습니다. 제 동료 N은 이 질문에 대해서 "브랜든님, 그냥 아무거나 물어봐도 되어요"라고 말하더군요. 우문에 현답이었습니다. 제가 풀어내야 하는 문제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물어보고 저는 판단하면 되는 것. 그게 GPT를 잘 활용하는 답이었습니다.
반대로 저는 왜 GPT의 활용이 처음에 어려웠는지가 궁금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 이었습니다. 저는 업을 인하우스 전략 컨설턴트로 시작했었는데요. 제가 배웠던 문제해결 방법은 맥킨지 7step 이었습니다. 7 step 의 시작은 "문제 정의"로 시작합니다. 이 지점이 앞서 "AI 시대의 질문하는 인간"과 가장 다릅니다. 문제정의는 주어진 문제에 대해서 명확하게 하는 것이지, "이게 문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문제를 제기해줄 사람( = 상사)을 기다리는, 문제를 푸는 사람이었습니다.
GPT 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보기 위해서, 다양한 질문을 던지면서 제 성향이 조금씩 바뀌어 갔습니다.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하지"라는 스스로의 질문에, "지금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이지"가 덧붙여졌습니다. 자연스럽게 주변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다양한 자료들을 새롭게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시대의 변화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지금 시대에 필요한 A급인재"가 누구인지하는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은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제 스스로도 계속 만들어 나가야 할 답이겠죠. 하지만 - 이 시대의 변화의 큰 축에 AI라는 것이 존재하고, 그 변화의 축에 "문제의식" "질문하는 힘" "다르게 생각하는 힘" 등이 중요한 아젠다라는 것은 정확한 인사이트라고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