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사 페니다 다이빙 로그 (8/19 ~ 8/20)
작년 8월, 우리 부부는 발리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전체 일정 중 처음 이틀은 스쿠버다이빙을 하기로 했습니다.
스쿠버다이빙 동호회에서 편하게 가는 투어와는 다르게, 개인적으로 준비하는 다이빙 투어는 참으로 귀찮습니다. 결코 저렴하지 않은 비용부터, 믿을만한 샵인지, 우리가 원하는 다이빙 포인트 혹은 우리의 취향을 잘 찾아서 좋은 포인트로 안내해 줄 가이드가 있는지 등등 많은 것들을 알아봐야 합니다. 그럴려면 무엇보다 스스로 방문할 지역의 다이빙 포인트는 어떤 것들이 유명한지를 먼저 알아봐야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발리는, 애초에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8월의 발리는 바로 Molamola (a.k.a. 개복치)가 출몰하기로 유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다른 포인트는 고려하지 않고 바로 Nusa Penida (Nusa는 한국어로는 섬입니다.)에 이틀 모두를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위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첫 날은 섬의 가장 먼 곳으로 가서 가까운 곳으로 들어오면서 마지막 포인트는 주요 개복치 포인트인 크리스탈 베이 포인트로 들어오는 세 번의 다이빙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밤에 진도 6.7의 지진을 경험하고 맞은 둘째 날에는 두 번의 다이빙이 예정되어 있었고, 만타포인트를 거쳐 Nusa Lembongan을 살짝 맛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처음 발리를 방문했던터라 스쿠버다이빙 외에도 하고 싶었던 것들이 너무 많았고, 쉬는 것도 목적 중에 하나였기 때문에 아쉽지만 이걸로 이번 다이빙 일정을 접었습니다. 다음에 또 오지 뭐!
발리섬 인근에서 이뤄지는 보트 다이빙은 대부분 Sanur Beach에서 출발하게 됩니다. 우리는 스쿠버다이빙을 마치고 저녁 시간에는 스미냑 근처를 배회할 요량으로 숙소를 스미냑 근처로 잡았습니다. 그래도 걱정은 없습니다. 왠만한 샵에서는 모두 픽업 서비스를 해주니까요. 잠만 조금 덜 자고, 발리의 교통체증만 조금 버티면 됩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포인트였던 Tugu와 Ped는 전반적으로 비슷한 컨디션을 보였습니다. 마치 수족관 안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편안한 느낌을 주면서도 아기자기한 느낌의 바다였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대물이나 스쿨링(물고기들이 떼 지어 다니는 것)은 없지만, 그 평화로운 느낌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던 포인트였습니다.
아 참고로, 저는 고프로로 동영상을 주로 촬영하고, 슈기는 Sony RX100 + 전용하우징 조합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번갈아 촬영합니다. 물론, 좀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의 수중 촬영 실력도 일취월장 하겠지만요. 지금은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보고있나? #GoPro , #SONY )
평화로운 두 포인트를 뒤로 하고, 드디어! Molamola를 영접하러 Crystal bay 포인트로 향합니다. 하지만, 걱정스러운건 제아무리 시즌이라고는 해도 Molamola를 보는건 극히 운이 따라줘야 한다고 합니다. 부푼 기대를 안고 입수했지만, 50분간 추위에 벌벌 떨다 소득 없이 올라오고 말았습니다. Molamola는 심해어인데다 수온이 낮은 곳에 주로 살기 때문에 수온이 갑자기 낮아질 때마다 어디선가 슥 나타날까봐 기대를 했었지만, 운이 닿지를 못했습니다. 또 가면 돼지 뭐!
둘째 날, 역시 픽업을 당해서 사누르항을 떠나 누사 페니다로 향합니다. 배 안에도 안녕을 기원하는 짜망(camang)이 놓여 있습니다. 전날 밤, 진도 6.7의 지진을 경험해서인지 안녕을 기원하는 현지인들의 마음이 어떤건지가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냥 살려달라고 비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게 없겠다는 것도 새삼 느끼게 됐습니다. 다행히 우리는 큰 일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발리에 가기 한달 전에는 롬복에서, 우리가 발리에서 돌아온 지 한달 정도 후에는 술라웨시에서 큰 지진이 발생해서 많은 피해가 발생했던 것이 생각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부디 빠르게 회복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둘째 날 첫번째 포인트는 Manta 포인트였습니다. 이 곳에서는 정말 많은 가오리(ray)를 볼 수 있습니다. 만타, 스팅, 이글 등 모든 종류의 레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 곳의 시그니처인 블랙 만타 레이와 함께 헤엄도 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팁을 드리자면, 만타 포인트에서는 절대 만타를 따라가지 마세요. 따라가지 말고, 만타들은 스테이션을 돌면서 클리닝을 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턴을 해서 다시 돌아오게 되어 있습니다. 대충 머리속으로 어디쯤에서 턴을 할지를 생각해서 그 길목에 먼저 가 있으면 모든 사람들이 나와 만타를 모델로 인생사진을 찍어줄 것입니다.(전세계 인터넷 어딘가에 돌아다니고 있을지도!) 쫄래쫄래 만타 뒤만 쫓으며 뒷모습만 구경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라고 우리의 친절한 가이드이자 친구인 Moccomoko가 설명해 주었습니다.
둘째 날은 체력을 조금 아끼기 위해 두 탱크만 신청을 했습니다. 함께 보트에 탔던 외국인 친구들이 두번째 다이빙을 하는 동안 우리는 보트 위에서 모꼬와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햇빛을 받으며 그야말로 한가롭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발리에서의 마지막 입수였던 Mangrove 포인트는 조류가 꽤 있었지만, 마치 수중 버스를 타고 수족관을 구경하는 느낌으로 쭉 흘러가면서 풍경들을 감상했습니다. 그래서 사진이 없습니다. 동영상도 없습니다. :p
이 날, 마지막 다이빙을 마치고 출수하면서 우연히도 바로 옆으로 돌고래떼가 지나가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출수하면서 카메라를 모두 보트로 넘기고 있던 중이라 촬영에는 실패했지만, 같은 물 안에 함께 있다는 느낌이 너무 신기하고 경이로웠습니다. 스쿠버다이빙을 하면서 얻는 또 하나의 기쁨이라면, 이런 예상치 못한 경이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부부는 다이빙을 정말 많이 즐기는 분들에 비하면 한참 쪼렙이고, 본 것 보다 앞으로 봐야할 것, 경험해야 할 것들이 훨씬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경험들을 너무 급하게 채워버리기 보다는 천천히 안전하게, 하지만 너무 늦지 않게 채워나갈 수 있는 건강하고 즐거운 취미 생활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큽니다. (돈도 꾸준히 잘 벌기를.... 바래봅니다.)
fin.
#게으른부부의부지런한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