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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 권도 Jul 07. 2015

파리지엔처럼 살아보기!

_Bonjour, Paris! #1

지난 3월,

 뜻하지 않게 얻은 2주일이라는 시간. 우린 작년부터 여러차례 계획했다 무산됐던 파리여행을 다시 한번 시도했습니다. 일정을 짜고, 예약을 하고, 파리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도 우리가 특히 공을 들였던 두가지 계획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진짜 파리사람처럼 생활해보자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이미 파리를 몇 번 다녀왔던 나를 위해, 이번 여행에는 꼭 몽 생 미셸을 운전해서 다녀오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여행기는, 그 두 가지 특별한 경험에 대해서는 꼭 이야기하고 싶어서 쓰는 것입니다. 그래서, 뭔가 시리즈인 척 거창하게 #1을 달았지만, #2에서 끝날 아주 짧은 이야기입니다. :)



우린,

 항공권을 발권하는 순간부터 정말 그 어떤 때보다 더 열심히 에어비앤비를 샅샅이 뒤졌습니다. 처음에는 꼭 창문으로 에펠탑이 보이는 집으로 구하자. 작은 발코니가 있어서 거기 앉아서 햇빛을 받으며 커피에 크로아상을 먹을 수 있는 집으로 하자. 등등의 여러가지 조건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호텔보다는 저렴해야 한다는 모든 조건의 상위 조건이 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우리의 집찾기는 난항에 부딪혔습니다. 당연하겠지만서도, 사람이 너무 좋아서 기부의 형태로 집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고, 이것도 어느 정도의 수익을 바라고 하는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돈 = 좋은 조건임인 것을 재빨리 눈치챘어야 하는 것을 말입니다. 그렇게 한참동안 검색을 거듭하며 결정을 내리지 못하던 우리는 결국 약간의 타협을 합니다.


_조건들.

1. 깨끗해야 할 것.

2. 소파침대가 아닌 정상적인 매트리스여야 할 것. (소파침대가 어떤지 경험해본 적도 없으면서..)

3. 지하철역과 가까워야 할 것.

4. 쉐어가 아닌, 전체 집을 사용할 것.

5. 1박의 금액이 12만원 내외여야 할 것.


 줄이고, 줄이고, 줄인 조건치고 여전히 많은 것 같지만, 나 혼자 가는 것이 아닌, 우리 부부가 함께 써야하는 공간이었기 때문에 이 조건들까지 양보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이 조건에 맞는 집을 찾아내는데는 정말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지만, 결국 비슷한 조건의 몇몇 집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정말입니다.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꽤나 근접한 조건의 집을 찾아낼 수가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던 이유 중에 하나는, 이미 그 집을 이용했던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꼼꼼히 읽어봐야 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사진으로는 참 좋았는데, 리뷰를 읽어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불편사항이나 사진이나 집주인의 설명과는 상당히 달랐다는 내용도 많았습니다.


 그렇게해서 우리가 찾아낸 곳은, Charming central studio in Paris 9라는 이름의 복층구조의 작지만 깔끔한 아파트였습니다. 다행이도 호스트는 응답도 아주 빠르고, 커뮤니케이션도 원활했습니다. 또한, 예약이 확정되자마자 집과 주변 소개라면서 pdf 문서를 보내주었는데, 이 문서가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래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그 곳은 집주인이 써 놓은 소개글과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계단이 조금 가파르고, 미처 확인하지 못한 샤워부스가 작았던 것을 제외하면.)

우리가 찾아낸 Charming central studio의 Airbnb 사이트의 사진
내가 직접 찍은 1주일간 우리의 집이 되어준 Charming central studio.



파리에 도착하여

 호스트가 보내준 설명에 적혀있는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에 내리자마자 우리는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해서 조금(약 30분 정도?) 헤맸었습니다. 그러면서, 긴 비행시간과 무거운 짐, 낯선 곳이라는 생각이 들자 잠시 괜한 짓을 한 것은 아닐까 하는 기분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도로명 주소도 우리에겐 익숙치 않은데다가, 우린 이 곳의 도로명조차 알 수가 없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첫 날 저녁부터 우린 신나게 돌아다닐 생각이었는데 약간은 의기소침해져서 집주인이 추천해 준 근처의 레스토랑에서 도착파티 겸 간단하(지만 비싸)게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높게 난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우리의 파리지엔 지수를 한껏 높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아침. 커튼을 열고,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보자마자, 그 전날 밤 잠시 들었던 걱정은 정말 눈 녹듯이 사라졌습니다. 상업지구나 관광지구에 위치한 호텔에서 묵었다면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었을까요? 오래된 느낌의 창문고리, 창문 너머로 보이는 맞은편의 건물, 그리고 아침저녁 출퇴근 하는 사람들로 시끌시끌한 골목의 생동감들은 관광지의 호텔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3월의 파리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쌀쌀하고, 흐린 날씨의 연속이어서 창문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이 없어서 조금은 아쉬웠지만 저 낡은 느낌의 문고리를 젖히고, 창문을 여는 순간 들려오는 시원한 바람과 소음이 우리를 좀 더 이 도시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 같았습니다.


 또 한가지,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던 것은, 흔한 관광지의 맛집이 아닌 로컬들이 이용하는 음식점들이었습니다. 물론 그 중에는 이미 맛 집으로 유명해진 곳도 있겠지만, 우리는 매일 아침저녁 집을 오가는 길에 항상 어느 가게에 사람들이 많이 있는지, 어떤 가게들이 있는지 확인하면서 우리만의 식사 계획을 채워나갔습니다. 다행이 우리집이 있던 Rue du Faubourg Poissonnière(길이름)는 젊은 느낌의 레스토랑부터 베이글, 태국음식 등의 간단한 음식을 파는 가게들, 그리고 맛있는 바게뜨를 파는 빵집까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너무나도 많이 있었습니다.


 도착 첫 날 저녁, 가볍게 먹고 자려던 생각과는 다르게 근사한 프렌치 디너가 되어버린 <Cafe Albion>의 음식과 와인, 하루 일정을 시작하기 전, 든든한 아침이 되어준 <Bagelstein>, 프랑스 남편 코스프레 한답시고 옆구리에 끼고 들어온 <Le Grenier A Pain la Fayette>의 바게뜨, 그리고 베르사이유궁에 가는 기차 안에서 먹겠다고 산 <Bagel & Brownie>의 베이글, 여행의 피곤함이 조금씩 쌓여서 아무거나 사서 집에서 편히 먹자며 사온 <Big Fernand>의 햄버거(특히 프렌치 프라이!)와 사진에도 없고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중국음식점과 타이 테이크아웃 음식점들. 처음에는 프랑스어 대신 영어를 쓰는 우리를 이상하게 여길까봐 들어가기조차 어색해했던 그런 로컬의 가게들을 씩씩하게 들어가서 주문하는 우리가 여간 대견스러운게 아니었습니다.



일주일 후,

 우리는 파리 9구의 Charming studio에서 떠나 Opera 주변의 호텔에서 남은 3일을 묵으며 여행을 정리했습니다. 반은 호텔의 편안함을 즐기며, 나머지 반은 짧지만 파리지엔처럼 생활했던 지난 일주일을 그리워하면서요. 사람 마음 참 간사하죠? 좋은 경험, 편안한 것만 갖고 싶어하니 말입니다.


근데, 지금 더 생각나고 그리운 것은 호텔보다는 9구의 Charming studio와 그 골목의 로컬 음식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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