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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 권도 Jul 10. 2015

프랑스 도로에 도전해보기, 그리고..

_Bonjour, Paris! #2 

앞선 글에서 밝혔듯이,

이번 여행에서는 두 가지 특별한 경험을 해보기로 했었습니다. 첫번째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파리지엔처럼 생활해보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바로 차를 렌트해서 근교 여행을 가보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직접 운전하는게 애초의 목표는 아니었고, 몽생미셸(Mont Saint Michel)이 원래의 목적이었습니다. 물론 현지의 여행사를 이용하면 좀 더 편하게 다녀올 수 있었겠지만, 왕복시간만 7시간이 걸리는 긴 시간 동안 좀 더 자유도를 주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직접 운전을 하기로 결정을 한 것입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길 위에서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지는 못했습니다. :(


먼저, 우리가 이용할 차의 렌트는 한국에서 인터넷(Hertz)으로 미리 예약을 했습니다. 해외에서 렌트를 해본 경험에 빗대어 단언컨대, (더 상위등급이든, 하위등급이든) 웹사이트에서 예약한 동일한 차종을 내어주는 경우는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한국이었으면 꽤나 큰 클레임 이유 중에 하나일텐데 말이죠. 뭐, 우린 영어를 하는 프랑스인이랑 싸울 생각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들의 영어발음은, 음, 꽤나 힘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 당당합니다. 영어를 하는 당당한 프랑스인과 영어를 하긴 하지만 자신감 없는 한국부부는 애초부터 게임이 되질 않을거라는걸 우리는 너무 잘 알고있으니 말입니다. 


키를 받아들고, 차를 픽업하러 주차장으로 가보니, 정말 튼튼해보이는 차가 한대가 서있었습니다. 운전하기 불편할까봐 조금은 컴팩트한 차를 빌리려했는데, 고생 좀 하게 생겼습니다. 우린 문득, 동행을 구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렌트비와 주유비도 모두 반반 나누고, 운전도 나눠서 하면 좋겠다! 생각은 했지만, 그냥 다음에는 꼭 그렇게 하자 다짐하며 출발 준비를 서둘렀습니다. 어차피 슈퍼커버(보험)를 가입했기 때문에 차량 상태는 중요하지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후딱 사진을 찍어놓고 드디어 출발을 합니다. 오전 7:53.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몽생미셸,

가는 길에 들를 예정지는 쟌다르크가 화형을 당한 도시로 알려져 있는 파리 북부의 소도시 루앙(Rouen).  그리고, 그 다음 예정지는 가는 길에 표지판을 보고 끌리는대로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차량에 이미 내비게이션이 내장되어 있었지만, 프랑스어만 지원되는 관계로 쿨하게 아이폰의 애플 맵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작년 하와의 신혼여행 때도 그랬고, 이번 파리 여행도 그렇고 애플 맵은 저희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첫번째 목적지인 루앙으로 우리는 출발했습니다.


파리 도심에서의 운전은 솔직히 겁이 났습니다. 아무리 내비게이션이 길을 알려준다고는 하지만, 혹시라도 길을 한번 잘못 들게 되면 경로를 다시 탐색하는데 일정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사이에 정신줄을 놓치지 않고 운전을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특히 파리시내의 도로는 대부분이 좁아서 내가 헤매면 순식간에 내 뒤로 차가 달라 붙으니 여간 신경쓰이는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행이도 파리 시내를 벗어나고 나니 운전이 크게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도로위의 운전자들도 비교적 얌전하게 운전을 하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조금 놀라웠던 점은, 물론 한국에서도 도로교통법상 고속도로, 간선도로에서 1차로는 추월차로로 지정되어 있지만, 거의 지켜지지 않는데 반해, 이 곳에서는 추월차로제를 너무나 잘 지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1차로가 휑하니 비어 있어도 모든 차들은 2차로, 또는 3차로로 달리고 추월할 때만 잠시 1차로를 이용했다가는 금새 2차로로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1차로를 비워두는 것에 잠깐 의아했지만, 모든 사람들이 지킨다고 생각하니 귀찮지만 지키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근데, 나름 차로도 잘 지키고, 속도도 다른 차들에 비해 딱히 느리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저에게 하이빔을 키며 2차로에서 비키라고 하며 과격하게 운전하던 사람도 있긴 했습니다. 뭐, 어디나 그런 사람들은 있겠지만 타국에서 규칙을 잘 지키며 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욕을 먹었다 생각하니 꽤나 억울하며 분했습니다.

1차로는 추월할 때만 이용하고, 잽싸게 2차로로 빠져주세요.

그렇게 한시간쯤을 달리니 우리의 첫번째 목적지인 루앙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루앙이 다가오니 또 하나 걱정거리가 생깁니다. 루앙을 구경하기 위해서는 주차를 해야 하는데, 이 곳의 주차시스템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일단 루앙의 구시가 근처로 진입을 했습니다. 대부분의 성당과 볼거리는 구시가 근처에 있었기 때문에 주차를 하고, 걸어서 구경을 하기로 하고, 일단 최대한 차들이 다니지 않는 한적한 골목으로 들어갔습니다. 이 곳의 주차시스템을 파악하기 위해서. 이 곳의 주차는 우리나라의 도로변 공영주차장과 비슷했습니다. 다만, 주차관리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구역별로 주차요금을 징수하는 기계가 설치되어 있어서 해당 구역이 맞는지 확인을 한 후에, 기계에 원하는 주차시간 만큼의 요금을 투입하면 영수증이 발급되게 됩니다. 발급받은 영수증을 차의 앞부분에 잘보이는 곳에 올려놓으면 그걸로 끝. 다만, 시간은 조금 넉넉히 하시기 바랍니다. 주차요금도 구역마다 다르긴 하지만, 조금 외진 곳에 주차를 하면 생각보다 비싸지 않으니 말입니다. 참고로 우리가 주차한 곳은 한시간에 2유로(약 2,800원 정도)였습니다. 안그러면 저처럼 밥먹다 말고 추가요금을 지불하러 돌아와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루앙은 백년전쟁 당시 프랑스의 영웅이었던 쟌다르크가 마녀로 몰려서 종교재판을 받고, 화형을 당한 도시로 유명합니다. 후에 쟌다르크가 로마교황청으로부터 다시 성녀로 추대가 될 때까지 이 곳 루앙 사람들은 쟌다르크에게 죄를 짓고 미안한 마음으로 살았고, 한참이 지난 지금도 그런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합니다. 위의 사진 중, 첫번째 사진은 루앙대성당 내부의 사진이고, 나머지 두개는 쟌다르크를 위해 그 녀가 화형당한 옛 시장터에 후세 사람들이 세운 성당입니다.


루앙은 도시에 얽힌 이야기도 있고, 유명하고 거대한 성당도 있는가 하면 번잡하지 않아서 골목길을 산책하 듯 걸으며 구경하기 좋은 도시였습니다. 우리가 주차를 하고 출발한 Église Saint-Maclou에서부터 La Ferme Jeanne D'Arc가 있는 옛 시장터까지 걸어가는 길에는 끌로드 모네가 2년여에 걸쳐 무려 30점이나 되는 연작을 남겼다는 루앙대성당도 있고, 중세시대 건물이 양 옆으로 서 있는 시계거리도 지나칠 수가 있습니다. 파리 근교에서 유럽 소도시를 느껴보기에는 충분한 곳이었습니다.


드디어 목적지인 몽생미셸에 도착!

그런데, 중간에 표지판을 보고 내키는대로 도시에 들어가보기로 하지 않았었냐구요? 네, 근데 아무 생각없이 달리다보니 표지판을 그냥 읽기만 하고 몽생미셸까지 쭉 달렸습니다.


_그 와중에 둘의 대화 

"여긴 어때?"

"앗, 들어가는 곳을 놓쳤어. 다음 도시로 갈까?"

"여긴 이름이 별로야..." 

"그래 다음 도시..."

"여긴 들어본 적이 없는거 같아"

"응 다음 도시 한번 보자"

"이제 거의 다 온거 아냐?"

"응....."


그렇게도 보고 싶어했던 몽생미셸은 사실 여타 사진에서 보아왔던 만큼 신비롭지는 않았지만, 알고 있던 것 만큼이나 경이로웠습니다. 멀리서 볼 때보다, 수도원의 내부를 보면서 이런 곳에다가 어떻게 이런걸 만들 생각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어떤 사람은 굳이 그 많은 시간을 들여 보러올 가치가 있느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우린 이 곳에 살았을 수도사와 마을 사람들, 수도원을 세운 일꾼들의 생활을 상상해가며 수도원 내부를 산책하듯 둘러보고는, 해가지기까지 기다렸다가 야경까지 빠짐없이 눈에 담고 돌아왔습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모든걸 현재의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면 세상에 감동하고, 감탄할만한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가끔은 현재의 모습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그 시대를 살아왔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공감 해보는건 어떨까? 우리가 여행지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그 장소와 시간, 이야기에 충분히 빠져들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말입니다. 
해가 지기를 기다리다보면 환상적인 노을 풍경도 덤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UFO를 찍어야 한다며...
몽생미셸의 야경은, 직접 눈으로 보는 것 만큼 좋은 풍경은 없을 듯 합니다.

그렇게, 몽생미셸의 야경을 뒤로하고 우리는 파리로 서둘러 돌아왔습니다. 북역에 위치한 렌트카 사무소는 12시까지 영업하는 관계로 이미 문을 닫았고, 우리는 차를 주차하고, 키는 무인함에 넣고는 집까지 걸어서 왔습니다. 당연히 바로 잠자리. 오전 00:50.



그리고, 서울에 돌아온지 일주일 후....

Hertz로부터 한장의 우편(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또 일주일 후, 프랑스어로 된 또 한장의 우편(우)을 받았습니다. 

사실 몽생미셸에서 파리로 돌아오는 중에 과속 카메라에 찍혔던 결과였습니다. 근데, 사실 첫번째 우편을 받고서는 19.99유로 밖에 안되서 나름 괜찮다 생각했는데, 이 금액은 렌트카 업체에서 차량을 운행한 사람에 대한 정보를 국가에 제공하기 위한 요금이라는 것입니다. 벌금은, 물론 두번째 받은 우편에 나와 있고, 한국과 마찬가지로 초과된 속도에 따라서, 납부 경과 기간에 따라서 금액이 달라지는 듯 했습니다. 우린 고작 11km를 초과했기 때문에 제일 적은 금액인 45유로가 나왔습니다. 납부는 사진에 보이는 QR코드를 찍으면 온라인으로 쉽게(?) 지불이 가능합니다. 뭘 잘 한 일이라고, 이렇게까지 상세하게... 재밌는건, 프랑스의 단속 카메라의 후레쉬의 성능은 정말 막강합니다. 후레쉬가 번쩍 하는 순간, 정신도 번쩍 들고, 한동안 눈앞에 잔상이 아른거릴 정도입니다. 내가 걸린건지 아닌지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


해외에서도 교통법규는 꼭 지키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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