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Bonjour, Paris! #3
원래 봉쥬르, 파리는 두 편으로 끝내려고 했으나, 아직도 남아 있는 이번 파리여행에 대한 기억이 너무 좋아서 우리가 찍은 사진들 중에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올려봅니다.
파리에는 물론 노트르담 드 파리가 있다. 하지만, 꼭 그것만 있는건 아니다. 스테인드 글라스가 너무 아름다웠던 생 샤펠(Saint Chapelle), 고딕의 그것과는 다른 느낌의 로마 카톨릭 교회인 라 마들렌(L'église de la Madeleine)은 정말 잊을 수 없는 공간들이었다. 특히, 흐린 날씨에 찾은 생 샤펠의 예배당으로 아주 잠시 내렸던 그 빛은 오히려 아주 짧은 순간이어서 더 강렬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우리가 있던 기간동안 파리의 날씨는 거의 내내 흐렸었다.거기다가 아직 봄의 기운이 채 오지 않아서 겨울인가 싶을 정도로 추웠었다. 하루는, 지하철을 이용하여 마레지구를 들렀다가 퐁피두센터를 가기로 했는데 날씨가 갑자기 맑아졌다. 우리가 몽생미셸을 다녀온 이후로 처음 보는 햇빛이었다. 우리는 지하철 대신 마레지구까지 걸어가기로 했고, 시청사(Hotel de Ville) 앞에는 우리 말고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햇빛을 즐기기 위해 광장에 나와 있었다. 동심을 이용해 돈을 갈취해가는 조커씨까지도. 하지만, 나쁘지 않다.
몽마르뜨르, 정확히는 사크레쾨르 대성당으로 올라가는 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떼르뜨르 광장(Place du Tertre)을 지나쳐 가는 길이 몽마르뜨르로 가는 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길거리 예술가들이 솜씨를 뽐내고 있는 광장을 지나쳐 골목 사이로 빼꼼 보이는 사크레쾨르 대성당은, 높은 언덕을 올라가고 있다는 것조차 까먹기 충분한 풍경들이었다. 사크레쾨르 대성당 앞에서, 우리는 맑은날 꼭 다시 한번 올라오자고 다짐했지만, 이번 여행에서 햇빛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그 시간은 온전히 즐기고, 다음 파리 여행에서 할 일로 남겨놨다. to do: 맑은 날 몽마르뜨르 언덕 오르기 (이왕이면 해질녁에.)
우리는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오전, 숙소를 나와 튈르리 정원을 거쳐 예술인의 다리까지 산책을 하기로 했다. 파리에서 두 번째 맑은날. 게다가 조금은 따뜻한 기운까지 감돌던 봄 같은 날씨. 그런 날씨의 튈르리 정원은, 그냥 완벽했다. 사진을 찍기에도, 가만히 앉아서 쉬기에도, 나른한 오후의 낮잠을 즐기기에도 이만한 곳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우린, 우리가 조금더 늦은 완연한 봄 또는 여름에 이 곳에 오지 못한 것이 그저 아쉽기만 했다. 파리에 다시 와야할 이유만 잔뜩 안고서 돌아간다.
간단 수식 정리.
오랑쥬리 미술관 > 오르세 뮤지엄 > 루브르 박물관
여러가지 이유에서이겠지만, 모네의 수련은 정말 아름다웠다.
생 샤펠의 입장대기를 하고 있는 사이에 어디선가 들려오는 기타소리. 운행하는 지하철 안의 시끄러운 와중에도 꿋꿋이 들려오는 악기소리, 심지어 노래소리. 정말 냄새만은 못참겠던 지하철역을 걷다보면 어김없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악소리. 파리가 다른 도시보다 낭만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어쩌면 이들의 공이 가장 크지 않을까? 파리에서는 항상 최소 두가지 이상의 감각세포가 함께 활성하되어 있으니, 어떤 이유에서건 기억에 더 오래 남게 될거란 생각을 해봤다. 단, 후각세포도 만만치 않게 깨어나게 된다. 주의할 것!
아마, 여행기 한편 더 추가해야 할 걸? :)
사실 여행은 항상 아쉬웠다. 어떤 여행이든, 우리가 함께했던 여행치고, 돌아오는 것이 아쉽지 않았던 여행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의 대화가 언제나 "꼭 다시 오자."로 끝이 났던 적은 많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을 한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 다음엔 어디 갈까?"로 다음 여행을 준비하면서 여행을 끝냈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어쩌면, 날씨가 완벽하지도 못했으며, 너무 갑작스럽게 떠나온 여행이라 준비도 완벽하지 못해서 더더욱 그랬을 수도 있었지만, 우리는 파리에 다시 와야할 이유만 엄청나게 많이 만든채 한국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어쩌면, 그 아쉬움 때문에 더 많이 기억하게 된 여행인지도 모르겠다.
la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