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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 권도 Oct 03. 2015

여름의 제주, 비로소433.

여행기라고 하기엔 숙소 사진밖에 없더라.

지난 7월,

(흔히 얘기하는) 여름 성수기가 다가오기 바로 직전에 짧게 제주도를 다녀왔습니다. 유난히도 방황이 많았던 2015년이어서 그런지 체력적으로는 힘들게 없는데, 정신적으로는 조금 지쳐있었는지, 활동적인 계획은 거의 잡지를 않았습니다. 숙소에서 뒹굴뒹굴, 사려니숲길 걷기, 예전에는 공항에 오기 직전에 잠깐씩 들렀던 차 뮤지엄을 조금은 색다르게 방문해서 오랜시간 차와 함께 차분하게 시간을 보내는 등, 그야말로 매거진의 이름에 걸맞는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3일간 묵었던 비로소 433의 살롱.


어느때와 마찬가지로 갑자기 잡은 여행이었기 때문에, 맘에 드는 숙소를 찾기가 쉽지 않았었다. 그 와중에 발견한 서귀포시 남원에 위치한 비로소433. 정말 한적하고,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을 것 같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쉼"을 목적으로 한 여행에 "게으름"을 얹어주는 아주 기분 좋은 곳이었다. 



때마침 내려준 비는 다른 여행이었으면 참 반갑지 않았을 손님이었을텐데, 이번 여행에서는 그 마저도 우리의 계획대로라며 비 오는 제주의 게으름을 그대로 누릴 수 있었다.


조식을 먹으러 나서는 길에 현관문 옆 구석에 세워져 있던 우산.


비로소433의 살롱에서는 조식도 주고, 따뜻한 커피도 내려주고, 많은 책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도 있는 편안한 공간이었지만, 사실 우리는 조식과 커피, 그리고 사진을 찍는 곳으로 주로 활용했다. 여기 사진 찍기에 참 좋은 곳이다. :)



또 한 가지, 이번 여행의 목적이 쉼이었기 때문에 렌즈도 50m 단렌즈만 가져갔었다. 덕분에 몸은 조금 더 움직였지만,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빠른 포기 때문인지, 사진을 찍는데 들였던 시간은 더 짧았다.


조식과 음료를 준비해주시던 비로소433 살롱의 부엌공간


아쉬운 점은, 아직은 여행을 하면서 오랜 시간을 한 곳에 투자하는 것이 버릇이 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에 익숙치 않아서인지 이렇듯 편하고, 아름다운 공간을 더 많이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가까운 곳에 있다면 더 오랜시간을 이 곳에서 보낼 수 있었을까?



그래도 다행이었던건, 그 어느때보다 숙소에서, 침대위에서 게을러질 수 있었던 것.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어떤 여행에서도 느낄 수 없었었던 제대로 된 휴식을 취했다는 느낌이 들어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뿌듯함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 


비로소433에서 해안가로 향하는 길.


매일 아침 잠에서 깨면 기분좋게 들리는 소리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멀리서 들려오는 바다소리, 그리고 하나는, 새소리였다. 사람을 이렇게 게으르게 해주는 소리가 있다니... 좋네.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섞여야 한다는 것이 참 쉽지 않은 일이란 것을 너무나도 많이 깨닫게 된 한 해였다. 그렇게 쉽지 않은 일을 반복하며 지쳐버린 내 마음에 참 위안이 되었던 여행이었다. 갑작스레 가게 된 것 부터 시작해서, 성수기가 아니어서 사람이 많지 않았던 것도, 그리고 비까지 내려줘서 더 게으를 수 있었던 것 까지, 아쉽기보단 그래서 더 행복했던 시간들이었다.



이제 다음엔 어디를 갈까? 여보?


비가 추적추적 오는 사려니숲길은 참 좋다. 와르르 쏟아지기 전까지만...


월정리에도 비구름이 잔뜩.
아기자기한 사진들은 대부분 슈기의 작품입니다.


게으름 + 게으름 + 게으름


잘 쉬다 갑니다. 다시 올께요.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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