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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라우드나인 Apr 04. 2020

내가 봐도 반짝반짝했어

- 인턴생활의 시작

검은 정장에 가르마 단정하게 갈라서 아래로 내려 묶은 머리, 

검은 정장과 깔맞춤한 검정색 힐은 발 아프니까 쇼핑백에 담아서 손에 들고 압구정으로 향했다.


내가 A회사에 정규직 전환형 인턴으로 면접보러 가던 날. 

그때만해도 나는 지금까지 내가 살아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두려울 거 하나 없고

나 자신을 너무 사랑하고 믿어 의심치 않고 그게 나를 보는 사람들에게까지 보이는

그런 반짝 반짝 빛나는 사람이었다. 




그 날은 서류전형, 인적성시험, 1차 면접을 통과하고 마지막 2차 면접이 있는 날이었다. 

원래도 면접 보거나 할 때 긴장은 안 하는 스타일이다. 

오만하고 건방지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 대한 자신감이 꽤 많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보통 면접이라는 게 심사위원이 날 평가하는 자리로 보이지만, 

사실 면접자도 그 회사의 분위기와 사람들이 어떤지를 간접적으로나마 볼 수 있는 자리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는 나의 태도가 어느 정도는 겉으로 풍겼는지, 

감사하게도 자신감이 많고 당당하게 비춰졌던 것 같다. 


2차 합격까지 하고 바로 3개월간의 인턴 생활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독특하게 자신이 지원했던 부서나 직무와는 관계없이

회사의 부서 3개를 각각 1달씩 이동하며 직무를 경험해볼 수 있도록 인턴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사회생활을 오래 해 본 것은 아니지만, 대학생활 중 잠깐의 창업 경험과

카카오에서의 계약직 생활, 다양한 대외활동 경험 등을 통해 내가 생각하고 기대한 사회생활이란 게 있지 않나.


그런데 여기서는 한 일주일만에 와장창 깨졌다. 

물론 <인턴> 영화처럼 자유롭고 서로 영감을 주고받고 성장하는 회사가 정말 극히 드물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그래도 뭔가 내가 가는 곳이 최악은 아닐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항상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고 했나.

회사 속 분위기는 '살얼음판을 걷는다'는 표현이 정확했다. 


대표님이야 공채로 뽑은 신입들을 잘 키워서 회사에서 오랫동안 성장할 인재로 보기 때문에 

우리(나와 동기들)를 끔찍이 아껴주셨지만, 대표님을 제외한 대부분의 모든 직원들은 우리가 무슨

특혜를 받는 낙하산 취급을 했다. 그래서 모두들 팔짱을 끼고 우리가 실수하기를, 잘못하기를 기다렸다. 


한 층에 30명이 넘는 직원들이 있는데, 한 명이라도 빼먹고 인사를 안 한 날이면

인사 담당자가 따로 불러 훈계하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자유롭고 수평적인 분위기가 가득 풍겼던 회사 브로셔와 온라인 홈페이지와 다르게 

수직적이고 군대식 문화가 뿌리깊었던 회사에서는 나의 옷차림이나 머리 스타일가지고도 뒤에서 

엄청나게 말이 많았다. 


처음에는 신경쓰지 말고 나는 내 개성대로, 나 하고 싶은대로 그렇게 해나가면 되는 거야!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 수록 그 많은 사람들의 시선과 뒷담화, 분위기를 없는 듯 무시하는 건 

신입사원의 상황에서 쉽지 않았다. 


 

[출처: 구글이미지]


점점 치마 길이가 길어지고, 머리는 푸르지 않고 밑으로 내려 묶고, 화장은 색조가 없어졌다. 

패션이 나를 드러내는 중요한 정체성이었던 나는 어느 새 나도 모르게 

잔뜩 눈치를 많이 보는 신입 사원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래도 함께 북돋아주면서 이겨나갈 수 있는 동기들이 있었다. 

불합리한 처사와 발언에 서로 위로해주고 같이 욕도 해주면서 우리는 3개월을 버텼다. 


그리고 정신없이 정말 유래없이 더웠던 2018년의 여름이 지나갔고,

선선해질때쯤 정규직 전환 발표가 났다.




Prologue. 지극히 공적인 나만의 퇴사기

입사부터 퇴사, 백수생활까지의 치열한 고민

-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 재해석한 나의 이야기


책을 읽는 TIP. 미국 서부 여행(2019.09.25~10.11)

**각 파트별 구성에 대한 간단한 소개

- 일일 여행 경로 

- 각 코스별, 지역별 편집샵/카페/미술관 추천

- 사진, 이미지도 함께 첨부


1. 회사원 생활

- 내가 봐도 반짝반짝했어

- 숫자 싫어서 문과 왔는데요

- 신입사원은 항상 등을 보여야지

- 보통 1명만 또라이 아닌가요?


2. 커피와 도시재생의 선구자, 시애틀


3. 퇴사 생활

- 다음 생은 없어요, 엉망으로 살아야 돼요


4. 힙한 생활혁명, 포틀랜드


5. 백수 생활

- 퇴사, 하고 나니 별거 아니네

- 이직과 창업 사이의 끊임없는 갈등

- 먹고 살 방법은 많은데, 잘 먹고 살기는 어렵다


6. 오르막길과 강렬한 햇빛, 샌프란시스코


Epilogue. 퇴사와 여행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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