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텔&리조트, 에어비앤비, 게스트하우스 등
- 발리에서 숙소 정하기
- 벌레 에피소드(조조's 하우스)
- 래프팅
- 발리의 우기
- miel coffee 워케이션
- 마사지(masajji, lotus, marysha, Lamora)
- frestive
- 아마데아 리조트
- 데우스, 스미냑 스퀘어
- 워터봄 발리
- 리키 서핑스쿨
원래 2022년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에 갈까 하던 일본 여행을 개인 사정으로 조금씩 미루다 올해 1월달에 가게 되었다. 4년만에 도쿄여행을 하고 한국에 돌아와 밀린 빨래를 미친 듯이 한 후에 바로 그 다음 날 난생처음 경상북도 진주에 내려가 2주 동안 자격증 관련 교육을 받았다. 다시 서울에 올라와서 2주 좀 안되게 바쁘게 보내다가 석사 졸업식을 후다닥 끝내고 바로 또 그 다음 날 발리행 비행기에 올랐다.
20대 중반까지만 해도 여행지에 가서 뭔가 찾아보고 고민하는 게 싫기도 하고 확실히 모든 것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불안함 때문에 가기 전에 거의 모든 일정을 완벽하게 정하는 편이었다. 일정을 정하는 것 뿐 아니라, 목적지를 찾아가는 방법, 티켓을 구매하는 방법, 티켓 판매기까지 찾아가는 방법 등 당황스러울 수 있는 상황들을 방지하기 위한 준비들을 많이 했었다.
20대 중후반부터는 나름 여행 짬(?)도 많이 쌓이고, 특히 결혼 후에는 나보다 훨씬 훨씬 철저하고 파워 계획적인 민철이 항상 함께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의 여행 계획 강박이 사라져가고 있다. 뭔가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겨도 민철이가 나의 불안함을 잠재워주고 미리 계획한 일정만큼이나(가끔은 그 이상으로) 예상치 못한 행복을 맞닿뜨리게 해줄 수 있다는 경험이 누적되다 보니 여행이 거듭될 수록 더 자유로운 마음으로 여행에 임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비행기표를 끊고 나면, 다른 건 몰라도 숙소는 아직까지도 꽤나 스트레스를 받으며 오랜 시간 찾아보고 고민하는 편이다. 가려고 하는 지역의 모든 숙소를, 모든 숙박 예약 사이트를 통해 2~3번은 돌려 보고 (실제로는 단점을 발견하더라도) 적어도 예약하는 시점에서는 내 숙소 선택이 최고였다고 스스로에게 확신을 줄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발리는 내가 개인적으로 가기도 전부터 애정 만땅이었던 도시였고, 오래 머무는 만큼 좋은 숙소에서 머물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유럽 같은 경우는 대부분 지은지 오래 되어 좋은 시설을 기대하기도 어렵고 에어컨 같은 부대 시설도 많이 갖춰져 있지 않으며 심지어 비싸다. 일본은 유명 프렌차이즈 호텔이어도 방이 진짜 작은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게 여행하는 나라마다 큰 틀에서 숙소가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특성이 있기 떄문에 선택해야 하는 '좋은 숙소의 기준'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발리에서 좋은 숙소를 정하기 위한 내 개인적인 기준은 다음과 같았다.
(사실 1번은 국가와 상관없이 모든 숙소를 정할 때 변치 않는 내 최우선 기준!!!!!)
1. 청결도
2. 가격
3. 갬성과 인프라(와이파이 속도)
4. 위치
하나씩 설명을 해보자면, 먼저 나는 화장 안 지우고 더럼이 상태로 자는 때도 많으면서 모순적이게도 은근 주변 위생에는 극히 예민한 편이다. ㅋㅋㅋ
특히 직접 피부에 닿는 베개, 침구류, 수건, 의자 같은 것들은 진짜 강박적일 정도로 예민해하고 벌레나 뭔가 지저분한 걸 한 번 보면 진짜 숙소에 묵는 내내 굉장히 스트레스 받아한다. 진짜 웬만한 5성급 호텔이어도(사실 우리 집보다도 깨끗할텐데) 그냥 나한테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 막연히 가지는 거부감 때문인지... 비이성적인 생각이라는 걸 알면서도 내 것이 아닌 것들은 청결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 같다. 이걸 정말 깨기가 어려워서 잘 때도 얼굴이 베개에 닿는 게 싫어서 관에 누운 사람처럼 똑바로 누워서만 자고 이불도 목 끝까지 덮지 않는다. 수건으로 얼굴도 직접 닦지 않는다. 백팩 같은 가방도 바닥에 내려놓는 거 절대 안한다. 무슨 거의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결벽증 환자인 것 같은데 실제 집에서의 나의 생활을 보면 청결과 거리가 먼 경우도 많아서 나를 아는 사람들이 이 글을 볼까 좀 두렵다. 하여튼 여행 가면 안 그래도 체력적으로 지치는데 숙소에서조차 청결 문제로 긴장하고 예민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아서 이 부분을 엄청 고려한다. 숙소가 아무리 인스타그래머블 하고 위치가 짱이어도 위생 문제에 대한 댓글이 보이면 바로 거른다. 그리고 뭔가 서양인들은 아무래도 한국인들에 비해 위생 문제에 상대적으로 관대한 측면이 있는 것 같아, 청결도에 관해서는 한국인들의 댓글을 신봉한다.
가격적인 부분은 사실 모든 사람들에게 마찬가지겠지만, 동일한 컨디션이라면 저렴할 수록 좋겠다. 그런데 똑같이 휴양지여도 하와이랑 비교해보면 발리의 숙소 가격은 그 기준이 좀 다르다. 하와이는 대부분 신혼여행이나 가족 단위 여행이고 브랜드 리조트&호텔이 대다수기 때문에 가격 자체가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어 있다. 발리는 개인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나 에어비앤비 같은 숙소들도 일반 숙박 예약 사이트(아고다, 부킹닷컴 등)에 일괄적으로 다 올라와 있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에어비앤비에 호텔 숙소가 올라와 있는 경우도 많다. 발리의 숙소가 특이한 점은 숙소의 퀄리티와 가격이 무조건 비례하지 않는다는 거다.
물론 넘사벽으로 가격이 미친듯이 높다면 당연히 고퀄리티의 숙소가 보장될 가능성이 높겠지만, 그런 넘사벽 가격은 어차피 나의 고려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적당히 높은 수준(1박에 최대 약 30만원 중후반 정도)에서를 말한다고 보면 된다. 발리에서는 진짜 청결, 인프라, 위치도 좋은데 진짜 5만원 이하의 숙소들도 종종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굳이 가격대를 높이지 않고 숙소를 찾아봐도 좋다. 혹은 숙소 형태나 지역별로 가격대 기준을 설정해놓고 다양한 숙소를 방문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우리의 경우에는 크게 짱구(3박) - 스미냑(5박) - 우붓(6박) - 다시 스미냑(5박) 정도를 하면서 총 5곳의 숙소를 이용했다. 가격은 적게는 1박에 3만원부터 많게는 30만원 초반대까지로 그 폭이 큰 편이다.
'갬성과 인프라'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현대인들의 여행에 빼놓을 수 없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일단 꼭 인스타그램에 올리지 않더라도 시각적으로 봤을 때 아름답고 미적으로 훌륭한 숙소는 여행의 만족감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사람마다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미적 취향은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초록초록한 식물이 많고 야외(자연)과의 연결성이 발리 갬성의 큰 부분을 차지했다. 인프라에는 여러가지가 포함될 수 있는데 프라이빗하게 이용할 수 있는 풀장이나 키친, 빨래 등의 부대 시설과 서비스가 있다. 발리에는 대부분 숙소의 호스트들이 마사지, 스쿠버다이빙이나 래프팅 등의 액티비티, 스쿠터 대여 등을 추가적으로 투숙객에서 제공하므로 호스트의 친절함과 서비스 제공능력도 인프라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반 여행객들에게는 해당되지 않겠지만, 우리처럼 워케이션으로 온 경우에는 와이파이 속도가 중요하다. 까페나 공유오피스에서 일해도 되지만 숙소에서 급하게 일처리를 할 경우도 있을 테니 와이파이 속도 같은 인터넷 사용 여건을 미리 확인하고 가는 게 좋다. 발리의 경우에는 워케이션으로 인기가 많은 여행지다 보니 인터넷 속도가 빠른 경우에는 숙소의 호스트가 아예 숙소 설명에 자랑해놓는 경우도 있고 이용객들의 댓글에 나와있기도 하다. 우리가 머무는 숙소들도 다 기본적인 와이파이 제공 속도가 높은 편이었다.
마지막으로 '위치'는 발리에서 개인적인 중요도에서 좀 후순위였는데, 그 이유는 지하철, 버스 등의 대중교통 이용이 없기 때문이다. 직관적인 비교를 위해 일본 도쿄의 예시를 들어보자면 도쿄는 지역도 작지 않지만 대부분 다 전철과 버스 등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여행을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얼마나 숙소가 중심부에 있는지와 더불어 숙소에서 역까지의 거리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발리는 현지인이든 여행자이든 상관없이 대부분의 이동이 스쿠터 + 택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큰 틀에서 중심 지역에 위치하기만 하면 세부적인 위치는 크게 상관이 없다. 특히 스미냑, 짱구, 꾸따 같은 시내 쪽을 넘쳐나는 게 택시고 스쿠터이기 때문에 (어딜 가든 먼 구석탱이만 아니라면.. 이것도 상관없지만 택시비가 몇백원씩 더 나올테니) 위치는 숙소 선정시 크게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위에서 말한 숙소 결정 기준에 따라 엄격하게 선정한 ㅋㅋ 발리 숙소 중 가장 먼저 묵었던 짱구의 숙소는 에어비앤비에서 예약한 호스트 JoJo의 집이었다. 총 3채의 단독 숙소 + 샤워, 화장실이 있고 공용 키친과 풀장이 있는 구조였다. 진짜 여기는 가성비 갑갑갑 이어서 모든 여행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그 중에서도 2주 살기, 한달 살기로 오는 장기 여행자들이나 워케이션으로 오는 직장인들에게는 금전적인 부담도 줄여주기 때문에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다. 발리 덴파사르 공항에 내려서 유심 갈아끼우고 얼레벌레 비 맞으면서 도착한 JoJo의 집은 발리에 대한 우리의 첫 인상을 만들어준 곳이기도 하고 전형적인 발리의 에어비앤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사진과 함께 소개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