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 새해 첫날, 부산으로 문상을 가야 하는 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기차표가 모두 매진이었다.
당황했으나 당황할 틈도 없었다. 취소 표가 생기리라는 확신을 갖고 무작정 서울역으로 향하며 연신 새로고침을 눌렀고, 마침내 성공.
조문 후에는 마찬가지로 가까스로 차지한 막차를 타기 위해 부산역까지 미친 듯이 달려야 했다.
작년에 러닝 훈련을 해둔 보람을 느끼며 희열도 조금.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은 1월, 모두 고백할 순 없지만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짜임새 좋은 어떤 이야기처럼 한 장면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이.
남들처럼 흔한 감기에 걸려 끙끙 앓아눕고, 취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말을 안고 있느라 애달팠다.
막 찧은 떡처럼 쫀득하니 맛있는 대화를 하였는가 하면 먼지 한 톨도 허용하고 싶지 않을 만큼 모든 애정이 날아가 버리는 일도 있었다.
이 나이 먹고 ‘자니’ 폭격을 맞는 일도 있었을 정도니... 가만히 있는데 내버려두질 않는 불쌍한 내 인생.
황당하며 철이 없는 일상이지만 그럼에도 길은 있다고 한줄기 큰 빛이 솟았다.
조카 김요하의 등장. 그렇게 예쁜 것이 있을 수 있나.
어떻게 세상에 그런 것이 있을 수 있지.
쉭쉭 거친 숨소리도, 오물거리는 입도, 곧 빽하고 울어버릴 것처럼 새빨개진 얼굴도, 떠지지 않는 눈을 꿈벅여보는 것도 모두 짠하고 기특하고 예쁘다.
굴곡진 한달을 보내며 다시 한 번 느낀 건 난 변화를 몹시 두려워한다는 것. 그럼에도 그 불안함이 있기에 나의 나아감이 의미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기쁘지 아니한가!
1월 1일 무작정 서울역으로 향하던 김유례처럼 매일 매 순간 새로고침의 자세로 나아가다 보면 내가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으리라는 결론에 닿으리라는 희망을 미리 보았던 새해 첫 달이라 기억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