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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우리는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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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e Feb 09. 2018

바람의 섬

제주의 빙하기

뉴스에선 연신 폭설로 인한 제주공항의 결항 사태를 보도한다. 공항에서 노숙을 하기도 하고 지연되거나 결항된 항공사에 몇몇 사람이 고성으로 항의하는 장면이 흐른다. 나도 모르게 혀를 끌끌차며, 그러게 겨울에는 제주에 오는거 아니라니까. 하며 비아냥이 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제주의 겨울은 생각보다 혹독하다. 그리고 우울하다. 제주의 겨울은 반짝거리는 날이 드물자나. 그래서 우울해. 라고 웅얼대고 보니 뭐 반짝거리는날에도 그다지 신나지 않았던것 같기도. 기분의 업앤다운이 많은편인데 조 보다는 울 에 가까운 감정이 넘치는 사람이다 보니 만사가 그런편이다. 기쁜일은 정말 이게 기뻐할 일인가 냉소적으로 바라보지만 슬픈일은 대체로 그 반대. 온몸으로 운다.

바람이 많이 불어 건조한 탓일까. 종일 온몸이 바스락 바스락거린다. 바스락 거리는 내복 위 살갗이 간질거린다. 가려움을 참지못해 손톱으로 연신 긁어 작은 몸뚱이에 손톱자국으로 길이 나고 노출된 피부의 모든곳이 가뭄 든 논처럼 쩍쩍 갈라져 피가 맺혔다.



겨울을 몹시 싫어한다. 기본적으로 추위를 심하게 타는 체질인데 대체로 여름에도 손이 시렵다고 느낀다. 제주의 겨울이 따뜻할거라는 생각은 제주로 이사를 왔던 첫 해 겨울, 엄청난 오해였음을 알게 되었고 꽤나 실망을 했다. 얼마나 바람이 세게 부는지 꽉 닫아놓은 창문 위로 커튼이 펄럭거리는 것을 보고 제주가 따뜻한 섬이라는 말은 두번 다시 입에 담지 않았다. 지금도 손이 시렵고 코가 시렵다. 방안에서 무려 패딩을 입고 있는데도 말이다. 제작년처럼 물이 얼어버릴까 걱정이 되어 열어놓은 수도꼭지에서 똑똑똑 물방울이 떨어진다. 창문을 뒤흔드는 바람과 싱크대로 물 떨어지는 물소리, 그리고 내린지 1분도 안되어 차갑게 식어버린 커피.

기어이 제주의 빙하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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