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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은 Apr 22. 2019

[브런치 무비패스 리뷰] 고양이 여행 리포트(2019)

삶의 모든 순간, 고양이가 거기에 있었다.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이라는 말이 더 익숙해진 요즘, 동물이 주인공인 영화들이 꽤나 자주 보인다. 작년에 개봉한 <베일리 어게인>이 댕댕이의 삶을 다루고 있었다면 요번 <고양이 여행 리포트>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다시피 고양이가 주인공이시다. 아마 고양이랑 여행을 하는 그런 내용인가 보다 싶었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힐링한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는 예상과 비슷했다. 담담했고 무겁지 않았다. 그래서 꽤 괜찮았던, 잔잔해서 매력이 있는 영화였다.


※ 엔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는 글입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고양이가 만들어 준, 고양이로 추억하는 삶의 순간들


이 영화는 고양이 '나나'의 나레이션으로 시작된다. 길고양이였던 나나가 현재 집사인 '사토루(후쿠시 소우타)'를 어떻게 만났는지를 우선 나나의 시점에서 보여준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런 나나를 바라보는 사토루의 시선으로 영화의 시선이 바뀌고 사토루가 고양이 나나의 입양처를 찾기 위해 친구들을 만나는 그 순간들에서 문뜩 떠오르는 사토루의 과거들로 영화는 이어진다. 


사토루는 자라면서 여러 번 전학을 다녔고, 덕분에 일본 각지에 친구들이 흩어져있다. 그래서 그들을 만나러 가기 위해 나나와의 여행을 하게 된 것이다. 지역도 다르고 함께한 시간도 시기도 다르지만, 사토루와 친구들을 과거에도 현재에도 함께하게 해 준 것은 바로 '고양이'이다. 과거에 고양이를 통해 친해졌고, 지금 다시 고양이를 통해 재회하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의 고양이에 얽힌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사토루의 자라온 성장 과정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어쩌면 미래까지도 다 들을 수 있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좀 신기했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그저 동물의 한 종류일 수 있는 고양이를 통해 누군가의 삶을 통째로 그려낼 수 있다니. 그리고 그 과정이 전혀 억지스럽지 않아서 좋았다. 이러한 서사를 보다 보니 문뜩 영화의 제목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영화의 제목인 <고양이 여행 리포트>를 단순하게 보자면 영화의 주 내용인 '지금' 사토루와 나나가 입양처를 찾아 나서는 여행의 기록을 의미할 것이다. 하지만 한번 더 생각해보면 고양이를 통해 바라본, '사토루'라는 한 사람의 일생을 하나의 여행으로 그려낸 그의 삶에 대한 리포트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다시 이 제목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출처 : 네이버 영화


믿고 보는 일본 영화 특유의 영상미


포스터에서부터 예상할 수 있는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이다. 일본 영화 특유의 청량함과 쾌청함에 여행이 더해져 다채로움까지 보여준다. 고즈넉한 골목에서부터 꽃밭, 후지산과 바다까지. 일본의 봄을 여러 각도에서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광활한 유채꽃밭의 비주얼은 진짜 눈부시다. 사실 일본의 봄 = 벚꽃이라는 알고리즘이 기본 디폴트였는데, 봄꽃은 벚꽃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느낌이랄까. 샛노랗게 활짝 핀 유채꽃이 눈이 시리게 예뻤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풍경과 어우러진 나나의 모습은 모든 집사들과 고양이 러버들의 워너비가 아닐까 싶었다. 물론, 고양이는 산책을 시키지 않는 동물이라고 들었지만 이건 영화니까 약간의 억지와 비현실성은 눈감고 넘어가야지 싶다.(아마도 나나가 길고양이 출신이라 이런 게 가능하다는 설정인지는 잘 모르겠다;;) 화창하고 청량한 봄의 모습, 그리고 나나의 모습, 그런 나나를 꿀 떨어지게 바라보는 사토루의 모습이 캄보로 보는 사람을 흐뭇하게 한달까.. 그래서 보는 내내 영상만큼은 참 흡족한 마음으로 보았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원작 소설을 기대하게 만드는 영화


사실 영화의 나레이션이 고양이인 나나라는 점이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다. 영화의 화자로는 생소하기 때문이었을까, 중간에 사토루와 이별하는 장면에서 나나가 막 소리치는 장면들, 그리고 다른 동물들과 나레이션으로 소통하는 장면들은 익숙하지 않은 게 사실이었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이 궁금해졌고 기대하게 되었다. 원래 영상으로는 살짝 오그라드는 것도 글로는 괜찮게 읽히곤 하니까. 소설 속에서야 화자가 동물인 게 그리 생소하지도 않으니. 그래서 원작 소설을 읽어보면 더 이 감성을 잘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며 책에 대한 기대를 가져본다.




전체적으로 담백하고 힐링의 느낌이 만연한 소위 '일본 영화스러운'영화다. 주인공이 '고양이'인 것마저. 고양이를 통해서 한 사람의 인생을 전체를 들려주는 서사가 꽤 참신하고 좋았다. 그리고 봄을 배경으로 일본의 각지를 여행하는 이야기다 보니 영상은 아주아주 흡족스럽다. 특히 유채꽃이 만발한 신은 일본 봄 = 벚꽃이라는 생각에서 다른 선택지도 있음을 인식시켜준다. 다만 화자가 고양이인 게 나는 좀 이질적이어서 영화로 볼 때 살짝 오그라드는 감이 없지 았았다. 그래서 오히려 소설에 대한 기대감을 좀 불러일으킨 그래도 담담하고 가볍게 보기 좋은 영화였다.


나의 별점 : 3.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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