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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미닉 Oct 18. 2017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  만남 그리고 사랑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2017)




우리가 한겨울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하고 있을 때 수영복에 산타모자를 쓰고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만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호주를 포함한 남반구의 나라들이죠. 지구가 기울어진 채로 태양 주변을 공전하기 때문에 생기는 계절의 차이입니다.


북반구가 여름일 때 남반구는 겨울이 됩니다. 내가 위치한 공간에 따라 계절이 거꾸로 흐릅니다.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의 주인공 타카토시(후쿠시 소타)와 에미(고마츠 나나)의 시간은 북반구와 남반구의 계절의 변화처럼 반대로 흐릅니다. 


제목처럼 타카토시의 내일은 에미의 어제가 됩니다. 언듯 보면 복잡해 보이는 시간의 흐름에 대해서 영화는 자세하게 묘사하지 않습니다. 복잡한 시간의 원리를 파고들기보다 반대로 흐르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남녀의 심리묘사에 중점을 둔 영화입니다.


거꾸로 흘러가는 시간 때문에 두 사람이 만날 수 있는 건 스무 살의 30일밖에 없었죠. 그것도 반대로 흐르는 시간 때문에 추억도 역주행을 합니다. 타카토시에게 내일이지만 에미에겐 어제이기에 추억을 공유할 수 없는 거죠. 마치 기억을 점점 잃어가는 애인을 둔 상황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다가갈수록 점점 더 멀어지지만 두 사람은 그 순간을 기억하려고 애씁니다.


우리는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야
타카토시(후쿠시 소타)와 에미(고마츠 나나)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진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이면서 끝이기도 합니다. 타카토시가 에미를 처음 만난 건 에미에게 마지막 만남이 됩니다. 에미가 처음으로 타카토시를 만난 건 타카토시에겐 마지막이 되는 거고요. 마치 서로 마주 보고 걷고 있는 사람과 같습니다. 교차되는 지점에서만 만날 수 있는 연인이죠.


반대로 흐르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두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30일밖에 없습니다. 그런 상황을 정확하게 알게 된 타카토시는 처음엔 괴로워합니다. 에미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처럼 점점 아이가 돼가기 때문에 이 사실을 알고 있었고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의 눈에 띄는 매력이 발현되는 대목입니다. 타카토시가 괴로워하며 깨닫게 됩니다. 자신과 똑같은 괴로움을 겪었을 에미에 대해서요. 그녀가 흘렸던 눈물의 의미를 알게 되는 순간 그는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입니다.


타카토시(후쿠시 소타)와 에미(고마츠 나나)

사랑을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되니라는 노래 가사가 있죠. 아마도 노래에서는 이별의 순간 어떤 노력으로도 그 사람을 붙잡을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한편으론 사랑을 일처럼 노력하는 건 말도 안 된다는 뜻도 있겠죠.


사람들이 사랑에 대해 착각하는 부분이 이 노력일지도 모릅니다. 나는 이 만큼 노력하고 있는데 상대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다고 여기는 마음입니다. 그런 마음이 나도 모르게 쌓이고 쌓여서 지겹고 지치는 상황을 만들어 버립니다. 


사랑엔 일정 부분 노력이 필요합니다. 노력하기 전에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면 노력으로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이고요. 그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어떤 마음이고 어떤 기분일지 생각하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됩니다.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할지 알게 되는 거죠.  


일처럼 또는 막연하게 노력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의 타카토시는 에미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자 참았던 눈물이 쏟아집니다. 그녀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게 된 거죠. 나만 힘든 줄만 알았는데 그녀가 얼마나 나를 위해 마음 쓰고 노력했는지 알게 돼서입니다.


에미(고마츠 나나)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뒤로 그들의 연애는 다시 시작됩니다. 매일이 새로운 날이 되고 매 순간 행복한 추억을 간직할 수 있었죠. 아이러니 하지만 마지막을 알기에 더 아름다울 수 있는 사랑을 할 수 있었습니다.


연인과의 마지막을 알면서 우리는 연애를 할 수 있을까? 언제 어떻게 헤어진다는 것을 전제로 연애를 계속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를 보며 들었던 생각입니다. 영화처럼 슬프고 아름다울 수 있겠지만 실제 상황에서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받아들일 자신이 없더군요. 그래서 더 슬펐는지도 모르겠네요. 두 사람이 끝까지 서로의 사랑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모습이...


타카토시(후쿠시 소타)와 에미(고마츠 나나)
무슨 일이 생길지 알아도 즐거운 건 즐거운 거야

에미가 타카토시에게 말합니다. 무슨 일이 생길지 알아도 즐거운 건 즐거운 거라고요. 모든 게 정해진 각본대로 움직인다고 해도 그 순간 내 마음이 행복하다면 그걸로 족하겠죠. 사랑할 때 마지막을 생각하면 상대를 만나지 않으니까요. 에미의 말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해집니다.


몸과 마음에 스며들었던 사랑의 기억을 잊을 수 없겠죠.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의 두 사람처럼 사랑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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