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은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지 않는다.
이쯤 되면 왜 이 글의 제목이 <너희는 절대 이혼하지 마라> 인지 궁금해질 때가 되었다. 물론 나는 이혼을 해서 새로운 삶을 더욱 만족스럽게 살고 있다. 어차피 결혼 생활 중에서도 있으나 마나 했던 사람이었기에 똑같이 힘들다면 굳이 내 삶의 여정에 이 사람을 이끌고 갈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혼을 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은 그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어려움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 본 뒤 심사숙고 해보라는 뜻에서 제목을 붙인 것이라고 보면 된다. 알음알음 나의 이혼 소식을 접한 사람 중 몇몇은 본인도 부부사이가 좋지 않아 이혼을 생각한다며 상담을 해오기도 하였는데 그중에서는 충분히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가능하다면, 치명적인 이유 ㅡ폭력, 도박, 바람 같은ㅡ가 아니라면 부부 사이는 언제든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겉으로 보이는 돌싱의 자유로움이나 화려함에 휩쓸려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외면하고 이혼이라는 선택지를 선택하는 것은 정말 말리고 싶다. 갈등도 있지만 서로 잘 해결하고 극복해 나가는 부부들을 보고 있자면 나는 정말 부럽다. 그렇게 힘들게 헤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나에게도 저렇게 평생 친구 같은 남편이 있었으면 한다는 생각이 드문드문 생기기도 할 만큼 말이다. 그러기에 이혼은 모든 퀘스트를 다 클리어하고 난 뒤 최종보스급으로 남겨두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의 제목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혼이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여겨지는 시대가 되었고 이전과는 다르게 이혼에 대한 사회적인 비난이 적어졌다. 불행했던 결혼 생활을 정리하고 나면 행복한 삶이 기다릴 것이라고 기대하겠지만 막상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나는 뼈저리게 느꼈다. 이혼은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선택이다. 이혼을 한 후에도 여전히 길고 험난한 여정이 계속된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따라서, 이혼이 당신에게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혼이 필요한 경우에는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며, 불확실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결국 이혼을 하든 말든, 어려움과 고통을 겪을 것이며, 이것이 현실이다. 이혼이 정말 필요하다면, 가능한 한 준비를 하고 그것이 자신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남편의 무관심, 부정적인 시선, 그리고 공감이 부족한 대화로 가득 찬 나날들. 그 순간, 이혼이 나에게 특별한 해방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크게 자리했다. 하지만 이 기대감이 일상이 되고 나서야 그 무게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혼 후 나는 부모님과 함께 살았는데 부모님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겼으면서도 나와 내 자식들을 의탁하는 등 경제적인 짐까지 지우게 하였다. 물론 주변에서는 그게 잘 한 선택이다, 부모님이 계실 때 도움을 받아라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장기적으로는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 결국에는 부모님과 나눈 짐은 나 홀로 감당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반쪽짜리 홀로서기를 결정 한 이후에 겪는 문제는 참 다양했다. 경제적인 어려움, 경력 단절, 양육비 문제 등 흔하게 예측할 수 있는 부분부터,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정서적인 부분까지..
주변에 이혼 후 더 화려하고 즐겁게 지내는 이들도 보았고,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도 보았지만 그 차이는 대부분 경제적인 부분에서 오는 것이었다. 대한민국은 물론 많은 나라들에서는 여성이 육아를 한다. 경제활동도 병행하는 여성들도 많지만 가능하면 배 아파 낳은 자식을 스스로 양육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전업주부로서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나 역시 결혼 후 출산과 양육 과정에서 온전히 그 몫을 담당하였고, 전남편의 멸시 때문에 일찍이 직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혼 후 따라오는 경제적인 위기는 극복하기가 힘들었다. 사건본인(아이들)의 온전한 권리인 양육비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이혼 양육자가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지 알고 있는가? KBS에서 실시한 2021년 한부노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양육비를 한 번도 받지 못한 한부모 가족의 비율은 무려 72.1%, 최근 받지 못하는 한부모가족은 8.6%에 육박한다. 즉 만 18세 이하 자녀를 양육하는 한부모가족의 80% 이상이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이혼 후 피지급자가 지급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물론 법원에서 판결을 받았다고 해도 이것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이 문제가 대중들에게 회자되고 있지만 법안을 만드는 사람들의 눈에는 급한 사안이 아니라 생각하는지 계류 중인 부분들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양육비는 아이들의 권리이자 생계이기 때문에 미지급 양육자가 있다면 나라에서 양육자에게 선지급을 한 뒤 비양육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여 받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제성이 있어야 하는데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이다. 나 역시 양육비뿐 아니라 재산분할도 받지 못했다. 판결이 나면 무엇하리? 상대측이 '돈이 없다'는 이유로 버티면 그만인 것을. 그는 그렇게 끝까지 비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