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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아 Jan 31. 2024

너희는 절대 이혼하지 마라 10

마침표가 아닌 쉼표

2년여간의 긴 소송 끝에 13년간의 결혼생활을 마치고 나는 이혼녀가 되었다.  




"이혼 소송"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누구든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것은 이혼 후에 갖게 될 이야기나 결말일 것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소송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현실을 경험하고 나니, 이혼 소송이라는 것은 정말로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든 사람의 이혼 스토리는 각기 다르지만 내가 겪은 이혼 소송은 상대방과 협의를 통해 빠르게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소송 과정 중에서도 협의를 통해 조정을 할 수 있지만, 상대측은 돈에 대해 강한 집착을 보였고 이것은 긴 시간을 허비하게 된데 큰 기여를 하였다.  이혼 청구서 작성과 답변서 제출, 증거 목록 제출, 그리고 부부 상담, 가사 조사, 조정, 결심 공판, 판결 등의 과정이 모두 필요했는데, 그중에서도 조정 단계에서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었다. 이혼 소송이라는 것은 사실 일반적인 소송 과정과 마찬가지로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이다. 


  이혼 소송은 그 과정이 복잡하고 길다는 것뿐만 아니라, 그 과정 동안 제약이 걸린다는 점에서도 매우 불편하다. 나는 소송 기간 동안 세대주도 아니었고, 싱글도 아니었기 때문에 모든 것에 대해 제약이 걸렸다. 아이들과 함께 거주할 집을 구하기 위해 청약이나 임대주택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서류상 부부라는 이유 때문에 불가능했다.  그리고 소송 기간 동안 상대방이 내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추적할 수 있다는 점도 매우 불편했다. 서류상 부부이니 간단하게 초본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나 웹툰에서는 이혼의 결과만을 드라마틱하고 간단하게 보여줄 뿐, 소송 과정이 어떤 것인지는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 이혼 소송을 겪은 사람으로서는 그 과정이 너무나도 길고 지루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이혼 소송을 할 경우, 충분한 준비와 이해를 바탕으로 진행해야 한다. 이는 변호사나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것이 좋다. 




  이혼이라는 결말은 어떤 경우에도 슬픈 일이지만, 협의이혼으로 결혼을 끝마치는 것은 조금은 부러운 일이다. 이성적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깔끔하게 헤어질 수 있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결말이다. 이혼 소송에서는 법정을 통해 대화 없이도 결말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합의이혼에서는 서로가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며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합의이혼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상황이 복잡하고 갈등이 심한 경우 합의이혼이 쉬운 결정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양측 모두 이성적이고 협력적이며, 서로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합의이혼은 비교적 낭만적인 결말이 될 수 있다. 결혼 생활이 끝나면서 상처와 아픔이 남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서로에게 더 큰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어른다운 태도로 이별을 결정하는 것은 아름다운 선택이다. 그리고 그런 선택이 현대사회에서는 이혼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생각했던 낭만적인 이혼은 이런 것이었는데 나의 경우에는 낭만적이지 못했다. 결국 소송이라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했고,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상태에서 결정문을 받아 들게 되었다. 이깟 종이쪼가리 하나가 뭐라고 그 어려운 길을 거쳐야 했는지 모르겠다. 한 번은 너무 힘들고 지쳐서 이혼을 포기할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괴로운 시간이었다. 상대방의 말과 행동, 변호사의 입장 차이, 주변의 회유, 앞으로 겪어야 할 시선들 모든 것이 두려워진 때가 있었다. 소송 자체가 너무 힘들게 느껴 쳐 이것을 포기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지 고민하기도 했다. 여태 살아왔는데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겠지.... 하지만 다시 돌아가기엔 너무 먼 길을 오기도 했고, 나를 구속하고 있던 모든 것들에서 벗어나고 싶었으며, 소송을 진행하면서 더욱 깊게 느끼는 상대방에 대한 불만들은 포기보다는 두렵지만 대면하고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견고하게 만들었다. 

 



  소송의 힘겨운 여정 끝에 결국 나는 그 '종이 쪼가리'를 쥐게 되었다. 판사의 도장이 찍힌 두어 장짜리 종이를 내 손안에 들어오게 하기 위해 수많은 눈물을 흘렸기에 지체할 틈 없이 바로 구청으로 달려가서 서류를 제출했다. 이혼녀가 되었음을 공식적으로 신고한 날 나는 너무나도 기뻤다.  구청 앞마당에서 춤이라도 추고 싶고 이혼했다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 소송을 마쳤다는 후련함, 나를 괴롭히던 그 사람이 더 이상 나와 법률적으로 엮이지 않는다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너무나도 행복했다.  


여러분 저 이혼했어요!


   불행한 결혼 생활에서 벗어나 해방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앞으로는 아이들과 행복해질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예상과 달랐다. 이혼 후에도 여전히 힘들었고, 새로운 문제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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