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전미 장애인 체전을 다녀와서
제1회 전미 장애인 체전.
바로 지난 6월 18일과 19일 양일간 미국 대륙의 동서남북의 한 가운데 위치한 Kansas City에서 거행된 미국에 거주하는 장애우들의 스포츠 이벤트의 정식 이름이다. 아들 예준이가 속한 뉴저지주를 비롯하여 동부의 뉴욕과 서부의 LA, 남부의 달라스와 북부의 시카고등 총 미 전역의 12개 주에서 온 700여 명(가족과 임원진 포함)이 15개의 스포츠 종목에 출전한 대회였다.
이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눈에 띄는 것은 두 가지. 바로 "제1회" 그리고 "장애인"이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먼저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의 이민사가 짧지 않을 터인데 이제서야 1회 대회를 치른다는 말인가라는 아쉬움이다. 또 다른 생각은 그나마 소수 민족과 장애라는 두 장벽을 넘어 살아가는 데 이렇게라도 첫 대회를 치르게 되니 타민족에게도 본이 되어 다행이란 안도감일 것이다.
사정이야 어떠하였던 첫 대회이다 보니 본으로 삼을 만한 전례가 전무하다. 경험도 없는 백지에서 시작하다 보니 이 대회를 준비하는 사람들 모두 많은 고생을 했으리라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공식 1박 2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일반인이 아닌 장애우를 위한 체전이다 보니 사소한 것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 많으니 말이다.
우리 가족은 뉴저지에서 가까운 동부의 몇 주를 떠나 여행해 본 적이 없어, 이번 대회를 핑계 삼아 비행기로 대회만 참석하는 것보다는 자동차로 천천히 가족여행을 겸하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첫날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뉴저지를 떠나 고속도로를 타고 가는데 모처럼의 가족여행이라 신이 났던지 과속으로 달렸다고 티켓을 받고 말았다. 2박 3일의 일정으로 미국 동부에서 중부로 5개 주를 지나고 미시시피강과 미조리강을 건너 도착한 허허벌판의 Kansas City.
차로, 대절한 버스로, 그리고 비행기로 각주에서 나름 입장식 복장을 특색있게 준비해서 왔다. 여독으로 지친 기색이 역력해 보였지만, 모두의 공통된 분모 "장애"라는 이름 아래 모이다 보니 서로가 시합의 경쟁자라기보다는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나러 온 것 같은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3시간에 걸친 개회식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예약한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호텔 뜰에 반딧불이 몇 개가 반짝거리며 더운 여름날의 밤하늘을 사뿐히 날아가며 이 방문객을 반기고 있었다.
뉴저지 팀은 김경태 뉴저지 장애인 회장, 강원호 밀알 단장, 의료진 등의 행사진행요원까지 포함 7 장애우 가정의 부모들을 포함 총 28명이 참가했다. 이번 팀의 단장 임무도 동시에 부여받았던 터라 우리 가족빼고 다 비행기로 참여한 탓에 차편이 부족해 팀원들의 장소 이동을 위해 차량 봉사를 하고 있었다. 그새 말썽꾸리기 아들은 대회장에서 말썽을 부려 현지에서 식사 봉사를 담당하고 계시는 어느 권사님이 많이 기도를 해주셨다고 아내에게서 들었다. 대회가 끝나고 폐막식 후에 그 권사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니 바로 그 분이 이번 대회를 주관해 주신 김성배 캔자스시티 한인회의 회장님(장로님)의 부인이라고 한다.
대회가 끝나고 다시 호텔에 와서 이 중부에 사시는 교민들은 어떻게 사는 가 궁금해서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이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코로나가 창궐하던 작년에도 대회 기금 마련을 위한 음악회를 개최하는 등, 보지도 듣지도 못한 우리들을 위해 단지 미국 땅에 함께 살고 있다는 그 동포애를 품고 숨은 노력을 아낌없이 하고 있었음에 마음 한컨이 뭉클해 왔다.
그 다음날은 일요일이라 아침에 호텔을 체크아웃하고 그 장로님 내외분이 섬기시는 캔자스 영락 장로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 권사님에게서 전해 들은 바로는 교회별로 100명분의 식사를 4끼씩 배정받았다고 들었다. 그런데, 크지 않은 교회라 연로하신 권사님 몇 분이 타지에서 온 많은 대회 손님들을 위해서 식사 준비를 하셨다고 생각하니, 문득 전날 본 반딧불이 다시 떠올리며 옛날 디스커버리 채널인가에서 아마존에서 서식하는 반딧불에 관한 특집 방송을 본 기억을 되새겼다.
반딧불의 발광체는 암수다 가지고 있지만 수컷의 형광물질이 암컷보다 두 배 큰 관계로 밝기도 두 배 정도로 밝으며, 흥미로운 것은 유충으로 2년가까이 알 속에 있다가, 실제로 성충으로 활동하는 것은 여름 짧은 한철 뿐이라는 것. 또 재미난 사실은 같은 밝기의 촛불과 비교할 경우, 그 열이 무려 몇만분의 1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열로 인한 에너지 손실이 전혀 없이 그야말로 거의 100%에 가까운 효율성으로 빛을 만든다고 하니 실로 놀라운 곤충이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더 신기한 것은 바로 브라질 아마존에 사는 반딧불. 지구상에서 존재하는 2천여 종의 반딧불 중에서, 이 지역에 사는 반딧불은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재능이 있는데, 추측인즉, 다른 서식 지역에 비해 풀잎과 나뭇잎이 많은 밀림이라 자신들의 위치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짝지을 때가 되면, 땅거미가 질 무렵, 밀림 속 우뚝 솟은 아주 큰 고목에 멀리서 수컷 반딧불들이 꼬리에 불을 밝히며 한 마리 두마리, 삼삼오오 몰려와 거목 가지에 촘촘히 달라붙는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수십만 마리가 몰려와선 일제히 그리고 정확히 점멸을 같이 반복하는데 적외선 카메라에 잡힌 이 광경은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에 매달은 작은 전구처럼 일제히 반짝이다간 꺼지고 꺼지다간 반짝이고...
이 수컷 무리들의 협동으로 어두운 밤에 우뚝 선 아름답고 신비한 불빛으로 인해 멀리 수십 마일 떨어져 있는 암컷들조차 한눈에 쉽게 볼 수 있게 된다. 자신들의 위치를 알림으로써 암컷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유혹한다고 한다. 좁쌀만 한 작은 체구이고, 홀몸으론 아무런 존재의 의미가 없는 미물로 보이지만, 그런 각자의 작은 몸짓을 모아 만들어 내는 이들의 종족 보존을 위한 경이로운 지혜에서 이번 대회를 뉴저지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여러 주에서 온 장애우들과 그들의 부모들과의 만남을 되돌려 보았다.
하나님의 같은 피조물이지만 만물의 영장인 우리 인간은 반딧불에 비교할 바가 못 된다. 하지만, 근래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민족 간의 갈등, 인종 간의 갈등, 그리고 사회적 각종 차별과 갈등으로 아마존의 그 미물인 반딧불과 같은 아름다움을 발하지 못하고 많은 우리는 서로 반목하고 자신의 몫을 챙기는데 현안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
2년 후의 제2차 장애인 대회의 개최지는 아직 정해져 있지 않으나, 늘 여름에 하기에 그 대회에서도 반딧불을 보게 될 것이다. 미국 사회에서 소수민족으로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면서도 각 주에서 온 많은 장애우 부모님들의 땀 흘리는 모습에서, 주최해 주는 같은 미주 교포들을 보면서 그들이 반딧불처럼 사랑의 불로 그리고 섬김의 불로 반딧불보다 더 밝고 영롱한 그래서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아름다운 불기둥이 되길 기원해 본다. 그래서 장애는 "극복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축복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의 멧세지와 용기를 다시 일깨워주는 대회이길 진심으로 바란다.
끝으로 이 대회를 위해 준비해 주신 재미 대한장애인협회의 안경호 회장님, 캔자스시티 김경배 회장님을 비롯해 중부지역 한인회 임원들과 대회에 협조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