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어른인가요?'란 질문에 뭐라고 말하시겠습니까?
4월임에도 종잡을 수 없었습니다.
매서운 바람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에 눈과 비가 계속되는 요즘입니다.
이런 와중에 따뜻한 영화 한 편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선생 김봉두’, ‘이장과 군수’ 등 사람 냄새나는 코미디를 만들었던 장규성 감독이 드라마를 들고 나왔습니다.
범죄자가 된 열 살 소녀... 그에게는 무슨 사정이 있었을까요? 영화 ‘어린 의뢰인’입니다.
지난 4월 10일 종로의 대형 스터디 카페에서 ‘어린 의뢰인’의 쇼케이스가 열렸습니다.
미세먼지와 비바람을 뚫고 온 이 자리에는 이 영화를 연출한 장규성 감독과 정엽 역의 배우 이동휘 씨와 지숙 역의 배우 유선 씨가 함께 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거대한 무대의 쇼케이스가 아닌 사랑방에서 오손도손 이야기 나누는 느낌이라고 해야 옮을 것입니다.
영화 ‘어린 의뢰인’은 2013년 경북 칠곡에서 벌어진 아동 사망사건이 발생되는데요. ‘칠곡 아동학대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작품입니다.
무거운 영화라고 해서 쇼케이스 행사까지는 그럴 필요는 없지요. 눈물과 웃음과 감동의 쇼케이스장으로 여러분을 모실까 합니다.
Q. 이동휘 씨는 연기폭이 넓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캐릭터를 어떤 마음으로 준비하셨는지?
이동휘(이하 ‘이’) : 이 영화를 통해서 재치 넘치는 사람, 즐겁게 사는 사람도 이런 사건을 접했을 때도 이렇게 살아가지 않았을 것 같다.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에 대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이 작품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Q. 이동휘 씨를 정엽 역으로 케스팅 한 이유는?
장규성(이하 ‘장’) : 저도 만나기 전에도 코믹한 느낌의 배우로 느껴졌는데 관객의 시점에서 감정이입이 되어 같이 따라잡길 원했고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를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하던 와중이었다. 본인 역시 ‘응답하라 1988’의 캐릭터를 생각했었는데 만나보니 생각보다 진지한 사람이란 걸 알게 되었고 진성성을 볼 수 있는 것이란 기대도 있어서 굳이 조절을 하지 않았다.
Q. 유선 씨는 다양한 엄마 역할을 하셨는데 극 중 지숙은 어떤 엄마일까?
유선(이하 ‘유’) : 사람들 앞에서는 다정다감한 엄마처럼 보이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공간에서는 본색을 드려내는 역할이다. 아동학대의 80% 이상이 친부모의 학대가 이루어진다고 알고 있다. 모든 감정과 스트레스를 아이들에게 푸는 것은 악한 일이며 조심해야 한다고 본다. 지숙을 통해 나는 과연 좋은 부모인가, 좋은 어른인가, 내 주변이 아이들을 건강하게 보호받고 있는가에 대해 느낄 수 있는가에 대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실제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서 이 역할을 결심할 수 있었던 것 같고 아이를 보호하고 어른으로써의 책임감을 상기시켜주고 싶었고 무책임하게 부모가 되었다고 허더라도 사랑 없이 방치하고 아이들을 함부로 대하는 의식이 사라지고 제도적으로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다 같이 각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면서 촬영하게 된 것. 때문에 엄마여서 더 결심할 수 있었던 것 같고 촬영하는 과정에서 엄마라는 역할임에도 실제 반대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결심은 쉬웠지만 과정은 어려웠던 것 같다.
장 : 굉장히 용기를 내었다고 생각한다. 스토리가 부담스러울 수 있었는데 영화 전체를 보시고 만들어지는 것을 보고 생각했을 때 매우 감사드렸다.
Q. 실화를 소재로 만들기 했기에 쉽지 않았을 텐데 허락을 어떻게 받았는지 등의 과정이 궁금하다.
장 : 쉽지 않았다. 그동안의 작품들이 픽션이 많았는데 이 작품은 실화가 아니고 모티브를 다룬 영화다.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반적으로 여전히 주기적으로 벌어지고 있는데 '어, 더 이상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겠지'라고 생각하는 동안에도 최근에도 유사한 사건들이 일어났고 전반적으로 아이를 상대로 한 일들이 반복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사건들이 왜 벌어졌을까라는 고민으로 이 작품을 만들었을 뿐 사건 중심의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에 모티브는 가져왔더라도 조심스러웠다. 아이에게 해가 끼칠 수 있게 신경을 많이 썼다. 물론 사건의 당사자 관계자들에게는 허락을 받고 작품을 만들었음을 밝혀둔다.
Q. 어린 배우들이 함께하기에 힘든 부분도 많았기에 나름의 장치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어떤 장치들이 마련이 되었는지?
장 : ‘선생 김봉두'를 비롯해 지금은 성인 연기자가 된 이세영 씨가 출연한 ‘여선생 VS 여제자’ 등의 작품을 통해 여러 아역 배우들을 지도한 경험이 있어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소재가 다르기에 아이들의 입장을 헤아릴 수밖에 없지 않은가? 연기하는 데 있어서 혹시 상처나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은가. 아이 셋을 키우는 입장에서 사소한 일이더라도 아이들은 마음속에 쌓는 경우가 많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 아닌가 생각된다. 연기를 하다 보면 위험해질 수 있는 요소가 있어서 심리치료사와 항상 체크를 했다. 다행히도 아이들이 너무 밝아서 다행이었고 배우와 스텝진들도 신경을 많이 썼다. 유선 씨의 경우 아역배우들과 적대관계인데도 불구하고 촬영장에서 친근하게 대해줬다.
유 : 천만다행인 건 아역배우들이 알고 지낸 사이라 슛 들어가기까지 장난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이 : 놀라운 몰입 연기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저 배우들을 보면서 내가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야겠구나 생각했다. 아역배우지만 배울 점이 많아 선생님 같은 존재이다.
Q. 영화를 촬영하면서 영화 속 사건을 접하면서 안타까웠던 점이 있다면?
이 : 약속을 지키지 않은 어른들을 바라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어른들에게는 형식적인 약속을 하지만 적어도 어린이들에게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본다. 약속을 지키는 어른인가라는 점에 대해 관객들과 같이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유 : 복지관 같은 사회 기관에서도 해결할 수 있는 부분(유선 씨는 직접적으로 장면을 언급했으나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내용은 생략합니다.)이 없고 단순 경고만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바꾸어나갈 수 있는 발화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장 : 법과 제도의 문제라고 본다. 아동학대 사건이 줄고 친권제도(학대를 당해도 피의자 가정으로 돌아가야 하는 부분)가 보완이 되어 부모와 격리할 수 있는 것으로 바뀌었는데 더 개선이 되었으면 좋겠다.
Q. 우리는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보는가?
이 : 약속을 잘 지키는 어른. 여러분 약속을 잘 지킵시다! (이후 해당 객석에 자리한 사람들 모두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외쳤습니다.)
유 : 어린이와 노인 등의 약자를 돌보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라고 본다.
Q. 장규성 감독은 아이들을 소재로 하는 영화를 끊임없이 만드는 이유는?
장 : 외모만 늙어가는 것뿐 우리는 여전히 어린이라고 본다. 아이가 어른이고, 어른이 아이인 것이다. 어릴 때 기억이 너무 좋다. 순수한 마음을 갖으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과거의 영화와 이번 영화의 표현방식은 다르지만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다고 본다.
Q. 아이들과 상호작용은 어떻게 하셨는지, 아이들을 보며 어떤 마음이 드셨는지? (현장질문)
장규성 : 일반적인 아이들이 피해자인 영화임에도 어른들의 시점이 많고 아이의 시점이 없다. 이번 영화의 경우 아이의 시점을 많이 반영했다. 상호작용의 경우 비유를 많이 했다. '엄마에게 혼났을 때의 상황 거기서 50배 혹은 100배의 상황'등을 예로 들었다. 아역배우들은 자세한 디렉션 지도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비유를 통해 아이들을 지도했다. 아이를 보며 느낀 점은 역시 아이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Q. 영화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현장질문)
유선 : 제도 인식 변화를 위한 사명감으로 출연했는데 보는 분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과하게 찍지는 않았다. 찍으면서도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란 생각이 들었고 이주원 군(극 중 ‘민준’)이 컷을 외친 상황에서 주체를 못 하자 아이를 다독이며 혼자 촬영장 뒤에서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 이 영화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많이 전달되길 바란다.
Q.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을 뽑는다면? (현장질문)
이동휘 : 유선 선배의 오랜 팬이었다. 카리스마 있는 모습에 감탄했다. 영화에서 자주 마주치는 장면도 아니고 캐미가 발생되는 상황도 아니다. 극 중 '왜요?'를 외치면 유선 선배가 '왜?'를 외치는데 외치면서 보여주는 강렬한 눈빛 때문에 순간 대사를 잊어버리기도 했다.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 유선 선배에게 감사드린다.
행사가 마무리되어 거는 시점에서 아이들을 향한 어른들의 다짐을 적었습니다. 저는 ‘권위적인 어른이 되지 말자’라고 썼습니다.
행사장을 나오며 작은 화분도 받았습니다. 어린 화분은 끊임없이 물을 주고 관심을 주어야 합니다. 이는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영화 ‘어린 의뢰인’은 ‘가정의 달’ 5월에 관객을 찾아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어른들이 같이 관람하고 공감했으면 하는 생각을 갖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