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1980-90년대 신문을 보신 분이라면, 영화를 보러 극장을 가신 분이라면 잘 아실 것입니다. 서울의 큰 단관 극장이나 아니면 시민회관에서 벌어지는 행사 중에 포토카드나 책받침 등의 기념품을 주는 행사들이 있었다는 것을 말이죠. 영화 팸플릿을 극장에서 무료로 받아볼 수 있었던 지금과 달리 영화 팸플릿이나 엽서, 종이로 만든 포토카드는 쉽게 접할 수 없었기에 기념품으로나마 만나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때는 '굿즈'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입니다. 그래서 기념품이란 이름으로 말해야 그 시절을 기억하시는 분이 계시리라 봅니다.
그러던 영화 기념품이 언제부터인가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영화 홍보라는 것을 할 수 없는, 그래서 기념품 제작비용을 줄여야 했던 시기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흐지부지 사라지던 영화 기념품이 굿즈란 이름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물론 지금도 과거와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다른 점은 포토카드가 종이로만 나오는 것이 아닌 아크릴로도 나오고 다양한 방식으로 나오고 있고 2페이지로 나오던 영화 전단지에서 4단, 그리고 보도자료형 팸플릿이 등장하면서 굿즈의 종류는 다양해지기 시작합니다. 한 발 나아가 핀버튼, 벳지, 마스킹 테이프, 영화 포스터 등의 굿즈로 확장화 되었고 다른 방향으로 보면 사진이 변하는 렌티큘러 카드도 부활되었습니다.
그러나 과거와 확실히 달라진 점이 있으니 굿즈는 이제 사고파는 시대라는 것입니다. 영화 상영 때 패키지로 팔리기도 하며 구하지 못한 굿즈들은 영화사와 굿즈 제작회사가 참여하는 플리마켓 행사에 상품으로 나오기도 하는데 거리가 멀어 구매할 수 없는 분들은 그림의 떡이며 조기 마감되는 굿즈들도 수두룩 한 상황이죠. 그런 점에서 굿즈들만 상설로 파는 매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한 번쯤 하셨을 것입니다. DVD 나 몇몇 영화 굿즈를 파는 곳 중에 CGV 씨네 샵을 제외하면 굿즈 전문 가게는 전무한 상태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영화사나 굿즈 제작 회사에서 만든 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굿즈 샵이 최근 몇 곳이 생겨났습니다. 오늘은 서울의 대표적인 두 곳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먼저 요즘 SNS에서 많이 인증샷으로 올라오는 곳입니다. 바로 홍대와 합정 사이에 위치한 씨네마포입니다. 생겨난지는 몇 달 되지 않았지만 네티즌 사이에서는 핫플레이스로 알려진 곳입니다. 영화 DVD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사와 굿즈 제작업체에서 공수한 굿즈들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중 일부는 무료로 배포되는 포스터나 굿즈들도 있어서 그야말로 득템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극장에서 굿즈 패키지 상영회나 상상마당이나 아트나인 등에서 개최되는 플리마켓에서 기회를 놓친 분들은 여기서 구입하실 수 있지요. 카페도 운영 중이라 가게 안 혹은 야외에서 가벼운 차 한잔을 즐길 수 있습니다. 비정기적인 이벤트도 열리고 있으며 시사회나 굿즈 추첨 행사, 할인행사 등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가게 안의 간이 상영관도 있어서 영상물 등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휴무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항상 열려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진열되는 굿즈는 대부분 판매하지만 개봉 후 종영되지 않은 영화의 경우 전시만 하고 종영이 되어야 판매가 되는 상품도 존재합니다. (물론 일부 상품은 개봉과 동시에 판매되기도 합니다.)
[카카오맵] 씨네마포 서울 마포구 독막로9길 3-3 (서교동)
http://kko.to/FEemWJs0j
반대로 한 달에 한 번, 그것도 마지막 주 토요일에만 깜짝 문을 여는 곳도 있습니다. 압구정 가로수길에 위치한 프로파간다 오프라인 샵입니다. 프로파간다도 사실 영화 마니아라면 한 번쯤 들어본 곳이 아닐까 싶은데요. 프로파간다는 굿즈보다는 인쇄물 (특히 영화나 영상매체, 음반 등) 포스터, 캘리그래피 등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업체라고 봐야 이해가 빠르실 것입니다. 최근 제작된 국내외 영화의 포스터뿐만 아니라 오래된 영화들의 재개봉으로 새로 만들어진 포스터의 경우 프로파간다의 작품들이 많습니다. 대규모 소규모 영화사들 뿐만 아니라 부천 국제판타스틱영화제, 한국 영상자료원 등의 영화단체들도 이들의 중요한 거래처입니다. 영화 포스터 외에 프로파간다 측에서 소장한 희귀 굿즈나 영화잡지, 포스터 등도 일부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아카이브 역할도 하고 있는데 1980-90년대 영화 카드 굿즈들을 모아 놓은 '영화카드 대전집' 시리즈나 1988년 서울 올림픽에 대한 추억을 수집하여 모은 책 '88 Seoul'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카카오맵] 마망갸또 신사가로수길점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10길 30-12 (신사동)
http://kko.to/FrxSFGb0H
(마망가또 건물 3층이며 평일은 사무실로만 운영되기 때문에 마지막주 토요일 방문을 권장합니다.)
다행인 것은 영화 굿즈 시장이 커지면서 제작회사나 오프라인, 온라인 전문점이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영화 굿즈를 전문적으로 만든 곳으로는 프로파간다 이외에도 딴짓의 세상, 소시민 워크, 4rest(포레스트), 씨네핀 하우스 등의 업체들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굿즈 판매업체 중에서는 군산의 마이 페이보릿 등 업체를 비롯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참고로 씨네마포 건물 위층이 바로 굿즈, 포스터 디자인 업체인 4rest라고 하네요.)
영화 굿즈 시장의 확대는 수집의 즐거움을 주는 장점을 가지기도 했지만 질 나쁜 영화를 굿즈 패키지로 묶거나 반대로 영화는 좋았으나 굿즈의 질이 나빠지는 문제, 굿즈를 단순히 돈벌이로 생각하는 일부 영화제작사(수입업체)나 굿즈 제작업체들이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굿즈 제작비용을 제작업체에 제대로 지급하지 않거나 이유 없이 늦어지는 등으로 비판을 받은 영화 제작/수입업체도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영화산업이 항상 좋을 수만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만 간혹 이들 업체 간의 신의나 상도덕 문제 소식을 접하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분명한 것은 이런 영화 굿즈를 모으는 일은 즐거운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저 역시도 차곡차곡 영화 포스터나 굿즈를 모으는 재미에 빠져버렸기 때문이죠. 영화 제작(수입) 업체는 자신의 영화를 알리고, 굿즈 제작업체는 아카이브의 장점과 수익창출의 효과를, 관객이나 굿즈 마니아들은 수집의 즐거움을 가질 수 있는...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이벤트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