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부처님… 삶이 고달플 때 어떡해야 할까요?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가족이나 친구만큼 기댈 수 있는 존재를 뽑으라면 종교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과거에는 이 종교라는 것이 너무 접근하기 어려운 거룩한 존재였지만 그 접근성이 요즘은 좋아진 것도 사실이죠. 예능 프로그램에 각 종교인들이 모여 MZ체험을 하거나 고민을 풀어주기도 하고 개그맨 윤성호 씨는 뉴진스님이 되어 접근성을 가깝게 만들고 있습니다. 오늘은 좀 더 가까이 종교에 접근할 수 있는 영화 두 편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박석영 감독의 영화 ‘샤인’은 제주의 어느 마을을 배경으로 합니다. 열여섯 소녀 예선은 할머니를 떠나보낸 상태입니다. 의지할 사람이 필요했던 그에게 성당에서 라파엘라 수녀와 스텔라 수녀가 찾아옵니다. 이미 이들은 예선의 할머니의 임종을 지켜보고 도와줬던 분들이죠. 거기에 또래 친구인 다희와 스케이트 보드를 즐겨 타는 어린 친구들인 서우와 동석도 예선의 집에 자주 놀러 옵니다. 평범한 한 때를 보내는 이들에게 여섯 살 아이 새별이 이들에게 찾아오죠. 예선은 유일한 가족인 삼촌의 연락이 끊긴 상태라 삼촌의 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상하지 않죠. 아무튼 새로운 식구가 생기면서 행복한 한 때를 보내는데 새별이의 엄마가 성당에 찾아와요.
자신과 비슷한 상황을 겪은이에게도 용기를 주는 일이 되었습니다. ‘꽃’ 시리즈의 박석영 감독은 가지런히 정리된 이야기가 아닌 어수선한 상황들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오히려 그것이 이 영화를 진실된 마음으로 바라보았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영화는 마치 내가 ‘인간극장’을 보는 느낌이었어요. 그것도 그럴 것이 몇몇 배우를 제외하고는 비전문 배우를 기용했고 세월호 유가족이자 다큐 ‘바람의 세월’을 만든 문종택 씨도 이 영화에 얼굴을 비춥니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이름 없는 사진가로 등장하는데 이 작품과는 개연성은 떨어진다고 하는데(이건 감독님이 직접 얘기하셨습니다.) 어쩌면 할머니를 잃은 예선처럼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묘하게 이야기와 맞닿아 있지요. 새별을 연기한 송지온 양의 연기 또한 아이들에게서 나올 수 있는 자연스러움이죠.
한편으로는 종교적인 접근을 직접적이지 않고 부드럽게 그려낸 것인데 중년의 스텔라 수녀와 젊은 라파엘라 수녀는 예선의 할머니와 예선, 그리고 새별을 헌신적으로 도와요. 이득을 바란 것도 아니고 종교적인 인도주의를 강요한 것도 아니죠. 그런 상황에서 두 수녀는 고민을 하는데 참새가 바닥에 떨어져 자꾸 벽 쪽으로 부딪치는 모습을 애처롭게 바라본 이야기를 스텔라 수녀가 신부님에게 얘기하자 새는 아무 문제 없이 잘 날아갔다 얘기하죠.(역시 감독님의 경험담입니다.) 불안과 걱정은 도움이 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순리대로 가게 되는 게 아닐까 싶군요. 파도가 치고 바람이 불고 날씨가 흐리기만 합니다. 그런데 결국 찬란한 빛이 밝아오더군요. 영화의 제목이 ‘샤인’인 이유가 이 때문이지 않나 싶군요.
김은영 감독의 ‘더 납작 엎드릴게요’의 배경은 ‘관세음보살’ 이름의 불교 관련 출판사입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혜인은 5년 차 막내 직원이죠. 교정과 교열 담당입니다. 그 포함해서 직원 세 명 모두 여성. 가끔 사무실을 들락거리는 안 과장 정도. 법회 때 절하는 게 익숙지가 않죠. 불교 관련 서적과 사찰 불자들이 보는 잡지를 만드는 게 일이지만 이곳도 똑같이 사람 사는 곳. 채식을 매일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잠시. 그것도 가끔이면 좋은데 콩나물 가득한 사찰음식이 여전히 익숙지 않아요. 가끔은 내가 콩나물인가 싶기도 하죠. 사찰음식에서 해방되어도 점심을 결정하는 것도 막내 몫인데 쉽지 않고 안 과장은 눈치도 없고 꼰대 그 자체죠. 어느 날 사찰의 직원들이 모여 주지스님과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게 되는데 두 개의 현금과 달마대사 초상화 중 고르기… 혜인은 얼떨결에 달마대사를 골랐고 날아간 파일을 복구하기 위해 야근을 하다 꿈속에서 달마대사를 만납니다. 잡지가 발행되고 왕진상으로 손꼽히는 연화수 보살의 원고까지 잡지에 겨우 반영합니다. 문제는 원고 내용을 일부 뜯어고친 것. 출판사 사무실로 달려온 보살님. 사무실은 폭풍전야의 상태입니다.
사찰(절) 안에 위치한 출판사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오피스 이야기. 불교문화와 직장생활을 하나로 묶은 방식이 기발하며 이 두 가지를 푸는 방식도 나쁘지 않죠. 사찰음식이 물려서 분식을 먹는 직원들, 호칭은 ‘보살님’이지만 진상에 가까운 신자도 있고요. 동료 선배들은 새로운 취미를 갖지만 일에 치인 막내는 그것조차 쉽지 않죠. 결국 이곳도 작은 사회고 절 안에 있는 회사도 결국 직장이기에 감당해야 하는 것과 그렇지 못하는 것에 갈등합니다. 공과금과 카드값, 학자금 대출을 갚으려면 어쩔 수 없이 납작 엎드려야 합니다. 이게 세상이죠.
다섯 개의 에피소드는 살짝 연결이 되는데 하나하나 공감하게 되죠. 혜인 역을 맡은 김연교 씨는 전작 ‘파로호’와 다른 통통 튀는 MZ 사원으로 등장해 웃음을 주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한국인의 직장생활 이야기는 참으로 흥미롭죠. 과거로 가면 ‘TV 손자병법’이 있고 ‘미생’으로 완성시켰고 다큐 드라마인 ‘회사 가기 싫어’나 웹드라마 ‘좋좋소’, SNL의 ‘MZ 오피스’는 각자 한국판 시트콤 ‘오피스’를 표방하고 있죠. 그런 점에서 이 작품도 흥미로운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헤이송의 원작 에세이로 만든 작품입니다.
과거 이런 종교영화의 특징이라고 하면 선교 목적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나님(예수님) 말씀을 듣고 새사람이 되었다,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게 주된 내용인데 이런 영화는 여전히 많이 제작되었고 흥행성적도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는 이런 가르침이 강압적으로 느껴질 수 있죠. 그런 점에서 이들 종교가 주가 아닌 받쳐주는 조연 역할을 한다는 것은 주목할 부분입니다.
저도 요즘 걱정이 많습니다. 온갖 신에게 도움을 요청하고픈 순간들이죠. 어떻게 해라라고 강제적인 깨달음을 강요하는 게 아니기에 이런 작품들을 더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