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싸우지좀 마세요
나는 아줌마다. 하지만 아줌마가 안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모든 아줌마가 그러겠지만 아줌마 지만 아줌마 비쥬얼은 싫다.
그래서 운동도 하고 나름 포니테일 머리스타일도 하고, 왕리본을 달기도 하고
부단히 노력중이다.
하지만 어쩔수없는 정체성은 아줌마다.
때로는 회사에서 일할때 아줌마 정체성이 편할때가 있다.
싱글이라면 세침떼면서 내빼거나, 뒤로 물러날 일을 아줌마라면 넋살 좋게 턱턱 시키고 있다.
특히 내가 맡은 업무는 교육, 워크숍 부서여서 강사를 섭외하는 일이 중요하다.
어떻게 보면 교육, 워크숍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일 자체가 그러다보니 아줌마 넋살은 더더욱 좋아진다.
공립학교 학교장들을 대상으로 1일 과정 워크숍을 진행해야 하는데
강사섭외가 안되고 있다.
(그도그럴것이 학교장 연수는 강의 이후 민원소지가 높아서 다들 꺼려하는 연수이다.)
줌마 파월~~~~~을 발휘할 때이다.
우리 회사의 기술직, 브레인들이 모여있는 10층 안전관리처로 올라갔다.
학교장 연수 일정표를 내밀며 강사 좀 맡아달라고 평소 안면이 있던 과장님께 말했다.
과징님 왈 "좀 부담스러운데......,"
"에이 과장님 좀 맡아주세요. 이번에 교안 잘 만들면 다른 외부강의때 써도 되고, 학교장 연수여서 과장님 PR하시기에도 좋을거에요. 제가 많이 도와드릴게요 "
과장님은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지만 계속 밀어붙였다. 과장님이 교안준비에 스트레스를 받으시기에 아아 커피 쿠폰을 보내드리며 쉬엄쉬엄 하시라고 당부했고,
그 쿠폰도 부담스러워하시자 "에유 뭘 그래요 부담스런 선물도 아니고만" 껄껄 웃으며 넘어간다.
이렇게 사투리쓰며 밀어붙일때는 영락없는 아줌마이다.
오히려 정색하고 일시키는 팀장님들보다 무작정 웃으며 밀어붙이는 아줌마가 무섭다.
아줌마가 아줌마 답게 일 밀어붙이는데 뭐라고 하겠나.
아줌마가 되고 나니 특히 남자직원들과 일할때가 편해졌다.
우리 회사는 시설 안전분야여서 앞도적으로 남직원들이 많은데,
그 분들과 의사소통하며 일하는것, 서로 이물감없이 일하는 것 등이 조금 수월해진 측면이 있다.
결혼 이전에는 (서로 감정이 없는 사이라 하더라도) 싱글남녀 사이에 알수없는 미묘한 어색함과 조심스러움이 있었던것 같다 .
상호작용이라고 했던가. 내가 편하기 상대도 편하다.
그래서 요즘에는 아저씨 친구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늦게 결혼해서 이제 막 아이를 가진 아저씨.
애 둘이 초등학생인 아저씨.
어린이집 다니는 아들 하나 있는 아저씨.
...... 어색하면 공통의 화제는 자식들 이야기가 된다.
서로 너무도 다른 이 세계에서 자녀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건 또 얼마나 큰 다행인가.
게다가 우리 아들에 대한 이야기라면 내 입에서 사랑에너지 + 기쁜 에너지가 뿜뿜 나온다.
그래서 듣는 사람도 말하는 사람도 기분도 좋아지고 말이다. (백날 하는 회사욕보다 낫지)
아줌마로 일하니 참 편하고, 다른사람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다.
아줌마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