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상사의 가스라이팅
나도 근 나이 사십을 바라보다 보니 내 머리에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도저히 업무 진행이 안되는 나이가 됐다. 한마디로 개기는 나이가 된 것.
어제는 포럼 기조발제자에게 메일을 보내는데 원하는 발표내용과 시간 등만 깔끔하게 정리하여 2주 정도 뒤에 발표자료를 송부해 달라고 메일을 보냈다.
그날 새벽쯤 본부장님이 내 이메일로 회사의 이미지가 실추됐다나 어쩐다나 하는 회신을 보냈다.
뜬금포. 메일에서 무슨 오탈자 실수라도 했나. 다시 읽어보니 오탈자도 전혀 없었고, 메일 내용도 깔끔했다
(다시 읽기도 싫은) 본부장의 메일은 수신자 입장에서 기분이 나쁠수 밖에 없는 수준으로 작성하였다는 것이었다.
포럼의 취지, 목적과 목표, 참석자가 누가오는지 등 이 행사를 하는 정식 소개도 없이 작성됐고 외부로 보내는 메일은 정중하고 자세를 낮추어 의사표현을 하고, 행사가 성료되게 고민을 많이 해 주실것을 부탁드리는 자세로 보내라고...... 메일에 쓰여있다.
당췌 이해를 못하겠다. 내 이메일이 예의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직장생활 40년 했는데......
그리고 나도 누가오는지 모르겠다. 애시당초 행사 자체가 이사장이 시켜서 하는 행사가 아닌가.
초청을 누가할지도, 누가 오는지도 모르는 이런 행사에, 위에서 시킨다고 발을 담궈야 되는 이 시츄에이션. 그리고 엄밀히 나의 메일은 잘못되지 않았다. 그래 물론 포럼에 대한 소개는 부족했을지언정 요청하는바를 명확히 썼지 않은가. 그리고 예의에 어긋남도 없었다.
그럼 기조발제를 요청하는데 엄청 또 굽신거리는 메일을 써야 되는거에 뭐야.
발표요청내용이 뭐가 잘못됐다는 거야......
이런때일수록 더욱 냉정하게 반응하면서 감정을 삭히고 논리로 반박하든지, 아니면 무시하든지 해야하는데 나는 둘다는 못하고 있다.
전자를 한다면 이건 뭐 본부장과 전면전을 하겠다는거고, 후자가 합리적인 대안인데 후자를 하기에는 내마음이 그리 이성적이지 못하고 쿨하지도 못한다.
일을 할때 감정이 없었으면 어떨까 kill the emotion.
또 한가지 이슈는 인정에 관한 부분이다.
나는 왜이렇게 인정받는걸 좋아하는 성격인지 모르겠다. 뭔가 일이 성취되면 나 잘했죠?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그래서일까. 어려운 프로젝트를 무리하며 추진시켰는데..... 그 이후 돌아오는 건 얘는 이걸 했으니 더 어려운 업무, 더 많은 업무가 줄지어서 오는거다. 또 일을 던질 사람들은 기다리고 있고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능력한 윗 사람들은 일을 조율할 생각은 안하고 그저 어떤 담당자가 맡아서 돌아가면 돌아가겠거니 하고 있는거. 그 담당자의 속은 썩어가고 있음을 모르고 말이다. 이 기간이 지나가면 괜찮아지겠지만....... 지금 내가 왜 남의일까지 해야하는지가 설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끊임없이 치고 들어오는 업무때문에 힘든다.
내가 가진 유일한 카드는 일을 안한다는 카드가 있다. 이 기관은 일을 안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엉덩이 무겁게 버텨볼란다. 답답해도 버텨볼란다. 그래 그러면 누군가는 움직이고 일은 해결돼 있다. 본부장에게 제한적으로 업무를 공유할 것. 실수는 절대하지 말것. 일을 늘리지 않을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