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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수기 Feb 26. 2024

책을 못 읽겠어요

오랜만에 꿈에 대해 이야기하다


오늘 같은 팀원분이랑 이야기하다가 새해 목표를 얼마나 실천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내 목표는 대략 역사 공부, 운동, 글쓰기, 책 2권 읽기, 영어 공부, 자격증 등이 있었는데, 운동은 새해 들어서 하나도 못했고, 역사 공부는 서양사 개론 책을 샀으나 매우 두꺼워서 아직 멀었고…. 책 2권은 사놓기는 했는데 이것 역시 진도가 느리다. 또한 영어 공부는 글쓰기에 밀려났고 자격증도 아직 시험 신청을 안 해서 본격적으로 시작을 안 했다. 그러니 결국, 제대로 실천하는 게 없는 격이다. 이제 곧 3월인데 벌써 24년의 1/6이 지나간 상황 아닌가?


그러다가 책을 못 읽는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얼마든지 핑계로 들릴 수 있지만 사실 대중교통 이용하면서 앉지를 못하면 책 읽기도 참 버겁다. 회사 점심시간을 이용하기도 애매하고(팀원분들과 함께 식사하기에) 퇴근 후엔 브런치에 글쓰기에 빠져 있느라 책 읽기는 뒷전이 되고 만다. 팀원분도 역시 공감했다. 원래는 항상 책을 들고 다니셨다고 하는데 요즘엔 통 책을 챙길 마음의 여유가 안 생기신다고…. 나 역시 그러하다. 생각해 보면 독서는 마음이 쫓기는 상황에선 하기가 힘들다. 과거 다독 했을 시절을 떠올리면 그때는 참 마음이 여유로웠다.


독서는 시간을 내서 하라는데 왜 그 시간을 못 낼까? 시간을 따로 만들어 두면 심적으로 


‘아, 이 시간은 오로지 독서를 위한 시간이야.’ 


하는 생각이 들 텐데 말이다. 희한하게도 유튜브 영상이나 인스타 릴스를 보는 시간은 따로 정해둔 것도 아닌데 중독되는 반면, 독서는 왜 중독되지 않는 거냐고!


오랜만에 독서 이야기를 하자니, 과거 내 꿈에 대해 떠올랐다. 무조건 ‘책’과 관련한 일을 하고자 했던 것. 그리고 독립책방, 나만의 서점을 운영하는 것이 꿈이었다. 정말 근사한 일 아닌가. 나만의 서점을 만든다는 것은 책을 그만큼 많이 읽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남에게 추천해 줄 수 있을 만큼 단단한 독서를 해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 취향도 뚜렷해서 개성 있게 큐레이팅할 수 있다는 것도 참 멋진 일이다. 그래서 꼭 독립책방을 하나 차리고 싶은데 문제는? 이 꿈도 점점 희미해져 간다는 것.


한창 독립책방을 쏘다닐 때는 다독을 했다. 망원, 합정, 혜화, 신촌, 봉천, 건대, 연희, 연남 등등…. 웬만한 독립책방은 다 둘러본 것 같다. 가면 꼭 한 두 권은 책을 많이도 읽고 또 모았다. 그때는 매우 좋았다. 인천에서 서울까지 멀리도 왔다 갔다 했지만 매번 가는 길은 설렜고 책방에서 머무는 1시간은 오로지 책만을 위한 시간이었다. 여유롭게 책만을 위하던 시절,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의 여유가 참 귀한 거더라. 지금은 왜 여유가 없는지 한 번 고려해 보자면….


1)    직무가 잘 맞는지 모르겠다.

-      회사에 다닌 지 어언 1년, 난 개발자에서 타 직무로 옮겨 왔다. 개발자 시절엔 개발이 심장이 쫄려서 힘들었고 실력이 좋은 인력들이 많아 위축되었다. 현재는 아무런 부담 없는 직무를 맡고 있지만 어쩐지 지루하고 아무런 변화 및 발전이 없는 것에 무기력해진다.


2)    해야 할 게 많다는 기분이 든다.

-      그래서인지 이직을 해야 할 것만 같고, 남는 시간에 자기계발을 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3)    어떤 문화를 향유해야 할지 모르겠다. (ex. 영화, 전시, 책, 연극, 뮤지컬, 발레 등)

-      무언가 마음이 조급해지니까 무엇에 시간을 할애해야 할지 모르겠다.


4)    글쓰기에 급급하다.

-      독서보다 작문에 더 힘써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물론 좋은 문장은 좋은 글을 읽을수록 나올 확률이 큰데도 말이다.


그러나 모든 것은 나의 핑계일 뿐…. 독서는 시간을 내서 하는 게 맞는 것이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서 다독하고 책방을 운영할 꿈을 꿀 만큼 여유를 가지고 싶다. 이런 다짐은 오늘부터 시작해야 하므로 바로 시작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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