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일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나의 삶을 내 것 보듯 찬찬히 들여다볼수록 삶에는 너무도 모순되고 복잡한 요소가 많은 거예요.
이 문장을 곱씹으며 '기획'이 어려운 이유를 생각하게 되었다. 새로운 기획이 머릿속에 잘 떠오르지 않는 이유는 어쩌면, '다른 이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지 않아서(혹은 못해서)'이지 않을까. 기획은 문제를 정의하는 일에서 시작하고, 어떤 문제를 정의한다는 것은 모순되고 복잡한 요소 속에서 본질을 발견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일 일터,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으면 현상의 모순과 복잡성이 어디에서부터 시작하고 어디에서부터 풀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을 것이다.
일에 대한 센스는 결국 '상대방을 향한 감각'이라고 했다. 기획 역시 '상대방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사고의 과정'이다. 누군가 새로운 기획의 갈피를 잡고 있지 못하다면, 내가 도움을 주고자 하는 대상의 삶을 아직 면밀하게 들여다보지 않아서 그 대상에 대한 감각이 아직 차오르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 아닐까.
영감, 그게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나는 모르겠어"라고 말하는 가운데 새로운 영감이 솟아난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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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의지와 열정으로 일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삶의 조건들이 그들을 대신하여 선택을 내리곤 합니다.
누군가 지금의 일에 지치고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면, 어쩌면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를 정확히 몰라서'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의 의지와 열정이 아닌 '삶의 조건들'로 인해 지금의 일을 받아들이게 되었다면 그저 의무감으로 일을 하게 된다. 스스로 끊임없이 새로운 질문을 던지지 않는 지식은 생존에 필요한 열정을 잃고 머지않아 소멸한다.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는 것은 삶의 조건이 강요하는 의무감을 넘어 자신의 의지에서 비롯된 열정과 호기심이 기반이 되는 것 아닐까.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것' 사이에는 '시선'이라는 격차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