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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기시대 Aug 23. 2021

양양에 살러 왔는데요... 한태규 님 이야기



■ Profile

이    름 : 한태규, 김아영 부부

거 주 지 :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현재직업 : 서핑전문채널 킵서핑 운영

정착시기 : 2018 ~



■ History

2018년 ~ 현재 양양 살이, 서핑전문 유튜브채널 ‘킵서핑’운영

2015 ~ 2018년 발리살이

2012 ~ 2015년 서울살이

2012년        결혼



■ Prolog

‘오빠가 하고 싶은 걸 한번 찾아봐’ 아영이가 내게 건넨 말이었다.

대학교 CC로 만나 결혼을 하고, 신혼의 알콩달콩함을 느끼기도 모자란 시간에 와이프의 잠든 모습을 보며 출근을 하고, 퇴근을 했었다.

지친 서울살이를 하다 우연히 만나게 된 서핑으로 우리의 삶의 방향은 바뀌었다. 서핑에 빠졌고, 이내 우리는 서울의 빡빡한 삶이 아닌 서핑보드와 함께 발리의 바다에 빠져있었다. 

삶의 방향이 선명해지려던 찰나에 갑자기 찾아온 갑상선암의 시련도 있었지만, 다시금 건강을 되찾고 위기를 이겨낼 수 있었던 건 결국엔 서핑, 그리고 바다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곳 양양에 살러온 지 몇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바다를 보고 만질 수 있음에 행복하다.



■인터뷰

Q1. 안녕하세요? 간단히 소개 부탁드릴게요

A1. (태규, 아영) 안녕하세요 저희는 양양에서 서핑 전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스튜디오와 샵을 운영하고 있는 킵 서핑의 한태규, 김아영입니다.



Q2. 양양살이는 언제부터 시작하였나요?

A2. (태규) 2019년 5월에 양양에 살러 왔어요. 그 전에는 강원도 고성에서 살고 있었는데 19년 4월에 고성 산불이 크게 났었는데, 그때의 산불로 집이 전소되는 바람에 한순간에 집을 잃고, 그때 나라에서 나온 보상금으로 양양의 하조대에 터를 잡았습니다.



Q3. 양양살이하면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A3. (태규) 저희는 서핑 전문 유튜브 채널인 킵서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유튜브뿐만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활동을 하고 있고, 최근에는 킵서핑 스튜디오와 굿즈를 판매하는 장소를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Q4. 유튜브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나요?

A4. (태규) 발리에서 지내다가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점이 다가올 때 즈음에 무엇을 해볼까 고민을 했었어요. 유튜브가 각광을 받기 시작하는 시기였었고, 우리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서핑을 소재로 한번 시작해 보자라는 생각으로 킵서핑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유튜브로 우리도 대박을 터트려보자라는 부푼 꿈을 꾸면서요. 그때가 16년 12월이었네요.



Q5. 콘텐츠 만드실 때 중점을 두시거나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A5.(태규) 역시 제일 큰 어려움은 창작의 고통이죠. 콘텐츠 특성상 주기적으로 콘텐츠를 기획해서 제작해야 하는데, 서핑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일주일에 한 두 편씩 제작하다 보니 소재도 거의 고갈되어가는 데 또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항상 다양한 자료를 많이 찾아보고 우리 콘텐츠와 결합할 수 있을 만한 아이디어를 뽑아내고 있어요.

(아영) 방송 프로그램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시청률이듯이 유튜브 채널은  조회수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조회수가 안 나올 때가 힘들죠. 저희가 생각했을 때 진심과 열정으로 만든 이야기인데 실제 조회수를 보면 독자들은 진솔한 얘기 하는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고, 서핑을 잘하는 법이라던지 다소 이목을 끌 수 있는 자극적인 소재의 콘텐츠가 더 조회수가 높을 때, 고민이 많이 되어요. 그래도 우리의 방향성을 밀고 나가야 할지, 그래도 구독자에 맞춘 콘텐츠를 기획해야 하는지 어떤 것을 위주로 제작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이 돼요. 우리 채널이 더 영향력이 있어지면 어떤 얘기든 다 잘 들어줄 날이 오겠지라며 그날을 기다리며 열심히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Q6. 그런데 두 분은 어떻게 만나셨나요?

A6.(태규) 대학교 cc였어요 (태규) 저는 전공이 기계과였고 (아영) 저는 건축과였어요

(태규) 만난 지는 입학하면서부터 선후배로 있다가 군대를 갔다 오고 나서 사귀기 시작했죠 한 3년 사귀고, 2012년 5월에 결혼했어요. 벌써 10주년이에요.



Q7. 이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어요?

A7.(태규) 우선 전공에 맞춰서 첫 직장을 잡았고, 삼성테크윈이라는 회사를 시작으로 창원에서 2년 정도 지내다가 결혼을 하게 되면서 다시 서울로 돌아와서 1년을 생활했어요. 그런데 그 1년 동안 와이프가 잘 때 나가서 잘 때 들어오는 그런 생활을 했었죠. 이럴 거면 결혼은 왜 했냐 차라리 결혼 안 할 때가 얼굴 자주 보고 좋았다 라는 푸념을 들었어요. 저도 그런 생활들에 자괴감이 들어 힘들어하는데, 와이프가 오빠 하고 싶은 일을 한번 찾아보라는 말에 생각을 정리하고 관심이 있는 차에 대해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요. 이후에 자동차 정비 자격증을 두 개 취득하고 폐차 공장에서 일하다가 스포츠카 외제차 전문 수리점에서 1년여간 근무했어요. 그리고는 그다음엔 와이프와 같이 발리로 떠나게 된 거죠 

(아영) 저는 건축 전공했으니까 건축 자재 관련 쪽 일을 하다가 우연한 기회로 예능 제작사에 들어가게 됐어요. 제가 워낙 TV 보는 거 좋아하고, 연예인 보는 거 좋아하고 그래서 방송일을 한번 해 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닿아서 면접도 보고 기획작가를 했어요. 프로그램 기획과 제안을 하는 업무를 했는데, 2년 근무하다가 서핑을 하게 되면서 발리로 떠났어요. 그렇게 서울을 떠나 2015년 발리로 떠났고, 2018년 여름까지 있었어요.


Q8. 양양에 살러오기 전, 그전에 서울생활을 접기로 했던 중요한 계기가 서핑인 것 같은데요. 서핑은 어떻게 시작하시게 되었나요?

A8.(태규) 서핑을 처음 경험한 건 저였어요. 직장생활을 하면서 지쳤을 무렵에 뭔가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었어요. 친구들과 부산에 가서 서핑을 한번 해봤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그래서 다음에 와이프와 같이 가자고 했죠. 부산의 다대포에서 아영이는 처음 입문을 했는데 그때 와이프도 너무 좋아했어요.

점점 서핑 앓이가 시작되었고, 인터넷을 검색하며 서핑에 대해서 더 알아가던 중에 발 리가 서핑의 대명사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그해 여름에 발리로 휴가를 가게 되었어요. 

(아영) 그렇게 발리를 접하고 서핑에 점점 더 빠지면서 일명 ‘ 발리 앓이’ 한다고들 하는데, 안 잊히더라고요. 서핑을 못하고 발리를 못 가니 시름시름 앓고 꿈에서도 파도가 아른거리고 서핑하는 꿈만 꾸고 발리 앓이가 시작된 거죠. 결국 1년 뒤에는 서울살이를 다 정리하고 발리로 떠났어요.



Q9. 여전히 발리 앓이 중이신 것 같네요. 그래도 양양의 몇몇 곳을 보면, 발리 느낌으로 꾸며놓은 곳이 많은데, 조금 위안이 되지는 않으세요?

A9. (아영) 아무래도 현지의 느낌을 내기에는 어려움이 있죠. 인테리어나 야자수 같은 요소 등 외형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발리를 찾는 다양한 나라의 관광객들의 분위기처럼 사람들이 주는 분위기가 있고, 도마뱀도 좀 돌아다녀야 되고 파리도 많고 이런 다양한 그 공간의 분위기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그런 감성까지는 담을 수 없으니까요. 



Q10. 서핑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A10.(아영) 서핑의 매력이 너무너무 많은데... 처음에는 재밌어서 좋아했고 바다에 나갔을 때 사람들이 똑같이 헐벗고 있잖아요. 발리에 가면 좋은 옷을 입거나 화장을 하거나 머리에 젤을 발랐거나 하지 않고 내추럴하게 바다 위에 떠있다 보니까 상대방에 대한 편견 같은 것도 없고 나를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 하는 비교의식을 내려놓을 수 있고 스스럼없이 상대방이랑 친해질 수 있는, 그런 것들이 매력적이더라고요.

물에 떠있다 보면 몸도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지다 보니까 마음도 그렇게 편안해지고, 자연이랑 가깝게 지내다 보면 똑같이 지나가는 하루하루지만 그 순간순간이 다 다르고, 그런 것들에 집중하다 보면 하루가 다채로워지고 건강하게 아름다운 풍경을 보게 되니까 감사하게 돼요.

아팠었던 시기도 있었기 때문에 건강하게 오늘 서핑을 할 수 있다는 게 항상 감사하고 겸손해지고,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게 좋은 것 같아요.



Q11. 어디가 아프셨어요?

A11.(아영) 갑상선암으로 수술을 해서 올해 완치 판정을 받았어요. 2016년도에 발리에서 한창 서핑에 빠졌을 때 갑자기 갑상선암 판정을 받게 되어서, 뭔가 갑자기 인생의 브레이크 걸린 느낌이랄까요, 제 세계관이 와장창 무너지는 시간이었어요

(태규) 저희가 한국에서의 짐을 다 정리하고, 발리로 떠나기 전에 넘어가기 전에 그래도 검사를 한번 받고 가자고 해서 꼼꼼하게 검사를 받았어요. 그때 발견을 하게 되었어요.

(아영) 마냥 건강할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잔병치례는 할 수 있지만 큰 수술 없이 잘 살 거다 인생이 긍정적이고 잘 풀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번 경고가 오더라고요.

오히려 이제 수술 전에는 시름시름하고, 한도 끝도 없이 엄청 우울해졌어요. 수술하고 나서도 계속 우울하더라고요. 목에 생긴 큰 수술 자국이 때문에 밖에 나가기도 신경 쓰이고 체력도 많이 떨어져서 몸이 너무 힘들었어요. 무엇보다 발리로 떠날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는데 갑자기 계획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니 더 우울해졌어요.

그런데 다행히 수술 후에 건강한 편이어서 방사선 치료를 안 받아도 됐었어요. 어찌 보면 운이 좋은 케이스였던 거죠. 

 (태규)그리고 서핑 같이하던 친구들 중에서 갑자기 갑상선암은 걸렸다는 소식을 전해 듣기도 했는데, 아영이가 그런 경험이 있다 보니, 찾아가서 극복했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많이 위로해줬어요.

‘나도 이렇게 극복하고 서핑 열심히 하고 잘 살고 있어 너무 괜찮을 거야’

(아영) 수술 후 치료를 잘 마무리하고, 그다음 해에 서핑대회 나가고 그랬었거든요 제가 힘든 시기를 겪었다 보니까 저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힘들어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회복하고 극복했던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커뮤니티에도 ‘저도 회복했다. 여러분들 힘내셔라’하고 쓰기도 했어요. 저도 그런 위로들이 큰 힘이 되었거든요. 지금도 약은 복용하고 있지만, 건강상에 큰 이상은 없습니다.


Q12. 최근에 인공 서핑 시설도 생기고 있는데요. 자연 파도가 아닌 인공시설의 서핑

어떻게 생각하세요?

A12.(아영) 서퍼로써는 너무 좋은 거 같아요. 파도가 좋은 날이 매일 있는 것도 아니고, 파도가 있다고 해도 내 파도가 없는 날이 너무 많거든요. 게다가 시즌에 사람이 너무 많이 있으며, 두세 시간을 기다려도 하나도 못 타고 돌아갈 때도 많아요. 게다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해있으면 사고 날 확률도 많고요.

그런 면에서 인공 서핑장은 자기 순서가 오면 파도를 탈 수 있으니, 안전한 면이 있고, 도심에서도 가까우니 접근성도 좋고, 그리고 무엇보다 파도가 보장되어 있으니 서핑을 하고 싶은 서퍼들에게는 환영받을 일인 것 같아요.

다만, 서핑의 매력이 무조건 파도를 타는 행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요소들이 있긴 하죠. 옷을 입고 준비하고 파도를 기다리고 옷을 다 갈아 입고 바다에서 사람들이랑 만나서 만나서 얘기도 하고 모든 이런 과정들이 해가지는 걸 보고 이런 것도 다 이 과정이 서핑인데 그런 게 다 빠져 버린 그냥 파도만 딱 타는 좀 감정 없는 서핑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것 같긴 해요.

그래도 서핑을 즐길 수 있는 안정적이고 안전한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건 장점일 수밖에 없죠.



Q13. 양양의 서핑 샵에 처음 방문하시는 분들은 어떤 경로로 오실까요? 

혼자 가시는 분들이 많으신가요?

A13. 초창기에는 홀로 오시는 분들도 많았던 것 같은데, 서핑 인구가 많아지다 보니

고객의 유입경로도 다양해진 것 같아요. 카풀이나 서핑도 그룹레슨을 받으면서 가까워지는 경우도 많고, 바비큐 파티도 많아지면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도 금방 연대의식이 생기는 기회가 많아지는 것 같아요.

 그렇다 보니, 이제는 서핑과 숙박 바비큐를 묶어서 하나의 패키지로 여행상품으로 자리 잡아가는 것 같아요. 여행 플랫폼을 통해서 패키지로 판매되는 비중이 늘어가고, 그러다 보니 서울과 양양 간 서핑 트립 버스 운행도 활발해지게 된 것 같아요.

양양에서의 만남 이후에도 서핑 관련 오픈 채팅방이나 동호회로 지속해서 확장되다 보니 그룹화되고 크루처럼 다니는 분들이 늘어난 것 같아요.

조금 재미있는 현상은 그렇게 서핑으로 만나게 된 분들은 서핑 외의 상대방에 대해서 깊게 알아가려는 성향은 상대적으로 적으신 것 같아요. 몇 년을 알고 지내다가도 우연히 직업을 물어보게 되면서 놀라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의사였어? 변호사였어? 이러면서요. 그 외에도 의외의 직업과 이력을 가진 경우가 많아서 그런 반전을 경험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Q14. 양양은 특히나 서핑 샵이 밀집되어 있는 곳인데요. 서핑 샵들에서도 고객관리에 노력을 많이 하실 것 같아요. 신규 고객 유치나 기존 고객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A14. 저희가 서핑숍 운영을 하는 게 아니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데 노력하실 것 같아요. 단순 체험객이 아닌 경우라면

아무래도 새로 입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우선은 강습료의 수입이 발생할 것이고, 또 신규 고객이 확보되어야 재방문을 통한 추후 매출기회도 발생할 테니까요.

그렇다고 기존 고객을 무시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기존 고객의 경우는 보드와 슈트 샤워랑 패키지 정도 이긴 하지만, 주로 신규 고객이 성수기에 집중되는 반면 재방문 고객은 비시즌 기간에도 방문을 해주는 소중한 고객이잖아요. 시즌권 구매나 서프보드 관리비등의 비율도 높으니, 매출 내기 어려운 비시즌 기간을 버티게 해주는 소중한 고객이죠. 게다가 재방문 고객의 경우는 주로 샵과의 연대감이 있기 때문에 관리를 해줘야 하는 부분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우니 운영자의 입장에서는 고마울 테고, 게다가 샵에 손님이 많으면 스텝처럼 의자도 치워주거나 서빙을 도와주거나 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손님인데 직원 같은?



Q15. 양양을 방문하시는 관광객들이 지켜 줬으면 하는 매너가 있나요?

A15.(태규) 열 가지도 말할 수 있어요. 우선 아파트에 주차선을 잘 안 지키세요. 관광객인데 왜 아파트 이야기를 하냐고요? 저희가 사는 아파트가 주말에만 사는 분들도 많고 에어비엔비 운영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셔요 그래서 관광객분들이 많이 오시거든요.  그런 분들이 규칙을 안 지키다 보니 실제로 거주하고 계신 분들이 많이 불편을 겪어요.

(아영) 해변에서 불꽃놀이나 폭죽 터뜨리는 행위도 자제해주셨으면 해요. 제가 알기로는 원래 불법이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그렇게 불꽃놀이를 하고 안 치우시는 게 제일 큰 문제죠. 그분들은 한순간의 낭만적인 시간이겠지만 뒷수습은 남아있는 여기 사람들이 해야 하니까요. 게다가 성수기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캠핑존에서는 정말 너무 쓰레기가 많아요. 심지어는 배설물을 담아두고 가는 사례도 많고요. 담배꽁초는 정말 아무렇지 않게 아무 데나 버리고 가고. 해변 주차장 주변으로 안전턱이 있는데 커피들 많이 드시는데 그대로 두고 가세요. 쓰레기가 진짜 많아요.

정말 희한하게 평소에는 서울 생활하실 때나 쓰레기 잘 안 버리실 것 같은데, 왜 놀러만 오면 길거리나 동네나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를 버리는지 모르겠어요

(태규) ‘나는 여기 즐기러 왔다’라는 생각 때문인지  무분별해지는 것 같아요.



Q16. 코로나로 인한 양양살이의 변화가 있을까요?

A16.(태규) 가장 큰 변화라면 오프라인 숍을 열게 된 것이에요. 코로나 이전에는 주로 해외로 나가서 서핑도 하고 콘텐츠를 만들었던 게 저희의 주 일이었다면 코로나로 인해 해외를 못 나가게 되면서 국내에 머물러 있어야 했기에, 생계를 위한 돌파구가 필요했어요. 그렇게 지금의 킵 서핑 오프라인 숍을 열기로 했죠.

숍을 오픈하고 나니, 좋았던 점은 집과 일터의 분리가 되었다는 거예요.

이전에는 집에서 업무를 하다 보니, 컴퓨터 앞에 앉아 밤 12시 넘게 일할 때가 많았어요. 그런데, 일터가 분리가 되니까 출퇴근의 개념이 생기게 되니, 자연스럽게 집의 공간과 업무의 공간이 분리되고, 일하는 시간의 집중도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휴식하는 시간도 온전히 갖게 되더라고요.

(아영) 오히려 코로나로 인해 저희는 기회가 많이 생겼다고 생각해요.

코로나 이후에 서퍼들이 국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내수시장이 활성화되는 것 같아요. 오프라인 숍을 방문하는 방문객이 많아지다 보니, 굿즈나 소품 저희도 서핑 용품을 판매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콘텐츠 제작 의뢰도 많이 들어왔고 채널도 활성화되다 보니 광고나 협찬도 들어오게 되고요.



Q17. 집을 구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어떤 방법으로 구하셨어요?

A17.(아영) 양양에서 집 구하기가 힘들었던 게, 우선 집 자체가 없을뿐더러, 부동산 사무실을 찾아가도 집이 없다는 이야기만 들었어요. 결국에는 부동산을 통하는 게 아니라 아름아름 물어서 발품 팔아가며 찾아다녀야 했어요. 지금 집을 구한 것도,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급하게 계약했어요. 타이밍이 맞아서 계약했으니 다행이죠. 

이런 과정을 겪다 보니, 양양에 정착을 희망하시는 분들이 처음에 정보를 어디에서 얻어야 할지에 대한 막막함이 제일 문제가 될 것 같아요.

 (아영) 군청 홈페이지나 통함 정보 페이지를 운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자체적으로 운영이 힘들다면, 직방과 같이 부동산 플랫폼과 연계를 해서라도 양양에 정착하고픈 청년들을 위해 부동산 정보를 조금 더 쉽게 찾을 수 있게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어요



Q18. 정착하러 오는 청년들에 대한 지역사회의 반응은 어떤가요?

A18. 딱히 크게 환영받거나 하는 느낌은 없는 것 같아요. 뭐랄까 그다지 꼭 필요한 존재들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으시는 듯해요. 오히려, 청년들이 많이 들어오면, 시끄러워지고 쓰레기도 많아지니 약간 귀찮아하시는 느낌이랄까요? 

그래도 서핑을 중심으로 청년층 정착이 늘어나면서 지역 상권도 되살아나고 부동산 가격도 많이 오른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 올랐는데, 크게 반응하지는 않으시는 것 같아요.



Q19. 타지로 살러오면 텃세에 대해서 걱정스럽긴 하잖아요. 양양 와서 텃세를 느꼈던 적이 있나요?

A19. 다행히도 저희는 전혀 없었어요. 저희는 서핑 샵이 아니니 경쟁업체도 아니었고, 음악을 크게 틀어놓을 일도 없으니 주민들과 소음문제로 마찰을 빚을 일도 없었고요. 저희가 위치한 곳이 의외로 조용하고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이 아니다 보니, 오히려 동네 할머니가 지나가시다가 들르셔서는 여기는 어떻게 돈을 버냐며 걱정해주실 정도였어요. 그런데 주위에 저희보다 먼저 정착하신 분들은 텃세를 경험했다는 이야기를 종종 접하긴 했어요.



Q20. 양양으로 오기 전부터 알고 지냈던 분들이 계셨나요? 

A20. (태규) 저희는 아무래도 서핑 콘텐츠로 유튜브를 운영하다 보니까, 서퍼들에게는 많이 노출이 되어서 그런지 알고 있는 분들이 많았어요.

서핑하시는 분들을 대부분 안면은 트고 지내다가 양양에 정착하면서 더 가깝게 지내게 된 분들이 많죠.

그리고 유튜브 채널 운영하면서 양양에 일명 마당발인 지인께서 양양의 서프 샵과 카페 등등의 사장님들을 소개해주셔서 더 많이 알게 되었어요

(아영) 그리고 저희가 서핑숍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제작하는 업을 하다 보니 관계를 맺는데 조금 더 수월한 측면도 있었어요. 아무래도 동종업계면 암묵적인 견제가 있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유튜브를 하면서 콘텐츠를 하다 보니 저희 채널에서는 출연자를 섭외할 수 있고 숍에서는 홍보가 될 수 있으니, 서로 시너지가 생기는 구조이기 때문에 조금 더 호의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21. 양양에서 생활하시면서 체감하는 물가는 어떠세요?

A21. 비싸요! 아무래도 관광업을 주로 하는 곳이다 보니 주로 관광객 대상의 업장들이어서 어느 정도 비싼 건 이해하지만, 특히나 여기 죽도랑 인구는 식당이 진짜 비싼 것 같아요.  식당을 운영하시는 지인분들의 가게나 서울에서 친구들이 놀러 오면 식당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자주 가서 사 먹기에는 아무래도 조금 무리가 있죠.

그래서 밥은 주로 직접 해 먹으려 하는데, 식재료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마트도 가까운 곳이 하조대의 하나로 마트 정도니까요. 그래서 식재료를 많이 구매해야 할 경우에는 속초나 강릉까지 나갈 일 있을 때 대형마트에 가서 많이 사 오거나, 온라인 구매로 택배를 많이 시키기도 해요.



Q22. 양양에 생겼으면 하는 게 있다면?

A22. 아무래도 다양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대형마트가 있으면 좋겠죠. 그리고 운동할 수 있는 공간 있었으면 좋겠어요. 자연 속에 둘러싸여 있어서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운동도 많이 할 것 같지만, 정작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건 쉽지 않더라고요. 양양 살이 초반에는 많이 걸어 다니면서 자연스레 운동이 되고 했는데, 저희 샵을 오픈하고 일이 늘어나기 시작하니 시간 내서 운동하기가 점점 힘들어지더라고요.

서울에서는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고 갈 곳도 많고 하니, 오히려 걸어 다니고 돌아다닐 일이 많았는데, 양양은 대중교통이 많지도 않고 시간 맞추지고 쉽지 않다 보니, 사실 자가용이 없으면 이동이 어렵고, 그러다 보니 점점 움직임이 줄어드는 것 같아요.



Q23. 양양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 청년인구가 많지 않다 보니, 간혹 귀촌을 결심한 청년들을 보면 지역사회에 일조하고자 하는 사명감을 갖는 분들도 많은데요. 혹시 지역에 정착한 청년으로써 일종의 책임감 또는 부담감은 있으실까요?

A23.(아영) 양양군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어떤지는 아직 정확히 모르겠지만, 저는 스스로 사명감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우선 제가 여기 와서 너무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좋은 아이템과 능력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많은데 스트레스를 감내하면서까지 굳이 서울이란 장소를 고집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습들이 안타깝기도 했어요. 그래서 내가 양양에서 자리를 잡고 자립해서 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 그런 분들에게도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해요.

그렇다 보니 내가 먼저 잘 먹고살 거리를 마련해놔야겠다 라는 사명감이 있어요.

(태규) 양양에 살러온 청년에게 지역사회에서 기대하는 무언의 압박이 있지 않을까?라는 물음이라면 사실 그런 건 없는 것 같아요. 청년들에게 지역의 일을 하자고 강요한다거나 기대하는 건 거의 없는 거 같아요.  



Q24. 양양은 청년이 살기에 괜찮은 곳일까요?

A24. (태규) 저는 아예 자본이 없고 너무 어린 친구들한테는 좀 힘들 곳인 것 같아요. 양양뿐만 아니라 어느 지역이나 정착이 쉽지는 않겠지만, 일단 이동 수단도 마땅치 않기에 자가용은 거의 필수라고 생각하고, 집을 구하기도 쉽지 않아요. 아무래도 양양은 지역 소도시니 집세는 좀 저렴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오는 분들도 있는데, 죽도나 인구 주변은 서핑 인기로 부동산 가치가 급속히 높아지면서 원룸을 구하려 해도 월 60만 원에 육박하는 곳도 있거든요. 

 (아영) 그리고 정기적인 일자리를 구하기가 힘든 것도 큰 부분인 것 같아요. 지속적인 생계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고정수입이 필요한데,  대부분의 일자리는 여름 성수기의 단기 일자리들이 대부분이니 아무래도 고용안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저희처럼 본인의 사업을 준비하고 내려오시는 분들이나 어느 정도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로 내려오면 힘들 수밖에 없죠.

(태규) 시즌성 단기 일자리 문제는 계속 악순화의 고리를 만드는 것 같아요.

일자리를 찾으면 시즌성 단기 일자리이고, 집세는 높고 하다 보니 양양에 정착해서 일을 할 엄두를 쉽게 낼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이런 상황이다 보니 영업장 운영자는 인력을 구하기 위해서 인건비 외에도 숙식까지 보장해줘야 하다 보니 부담이 커질 수밖에요. 그런데 서핑의 인기는 계속되고 서핑 샵들도 계속해서 늘어나니 가격경쟁력을 위해서 강습비를 낮추기도 해요. 그런데 강습비가 내려가면 고객이 가격 혜택을 받는 것 같지만, 그에 투여되는 인력이나 서비스는 아무래도 줄어들게 되다 보니 정작 서핑 강습의 질이 낮아질 수 있어요. 결국 고객 입장에서도 좋지는 않을 테고요. 서퍼들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런 전반적인 상황을 개선하는 여건이 녹록지 않은 게 사실인 것 같아요.



Q25. 양양살이의 제일 좋은 점이라면?

A25. (아영) 일단 좋은 건 거의 매일 좋은 것 같은데, 그래도 그중에서 제일 좋은 건

매일 시원한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것이에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집에서도 바다가 보이고, 출퇴근할 때도 7번 국도로 계속 바다가 보이고, 서핑을 하다 보니 바다를 또 직접 느끼고...

 그리고, 오히려 양양에 와서 서울 친구들을 더 자주 보게 돼요. 정작 서울에 있을 때는 이상하게 마음의 여유가 없다 보니 가까워도 못 만났거든요. 그런데 휴가철에는 친구들이 양양으로 많이 놀러 오고 또 양양에 오면 일단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오다 보니 양양에서 친구들을 만나면 너무 좋더라고요.



Q26. 반대로 제일 싫은 점은?

A26. (아영) 로켓 배송, 새벽 배송 안 되는 거요.

 (태규) 장비를 다뤄야 하는 업을 하는 저로써는 영상이나 컴퓨터 장비 매장이나 서비스센터가 없는 게 제일 불편해요. 급할 때는 대여라도 해야 하는데 당연히 대여업체도 없으니 불편하고, 하다못해 메모리 카드 같은 경우도 급하게 필요할 경우가 있는데 전문 브랜드를 구매해야 안정적이고 속도도 빠른데 구할 수가 없다 보니, 급한 대로 다이소 같은 데서 살 수밖에 없고요.



Q27. 다시 서울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

A27. 아직까지는 다시 서울로 간다는 생각을 한 번도 안 했어요.

(태규) 최근에 서울에 다녀왔는데 못살겠더라고요. 아니 너무 싫더라고요. 너무 피곤하고 운전을 하는데 계속 화를 내게 돼요

(아영) 이렇게 스트레스 많은 곳에서 그동안 어떻게 살았었는지 너무 신기해요.

(태규) 다만 그런 생각은 해요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는 건 아닐까?

(아영) 라이프스타일은 여유를 가지고 살 수 있지만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너무 트렌드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생각을 해서 사실 그런 거 여기 접하기 힘들잖아요 

빨리 알지도 못하고 그런데 그거랑 여유로운 삶을 바꿀 정도는 아니 것 같아요 



Q28. 양양에 언제까지 살 것 같으세요?

A28. (태규) 언제까지 살까? 아직까지는 양양을 떠난다는 생각을 안 해요. 이제 막 자리 잡았다고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런 생각은 해봤어요. 지금 저희가 하고 있는 서핑 콘텐츠에 대해서 지원을 해준다는 지자체가 있으면 조금 고려해볼 생각은 있어요. 

다른 지역 같은 경우엔 저희같이 지역에서 창작활동을 하는 청년들을 데려오려는 노력이랄까요? 지원금이나 장소를 제공해주거나 하는 움직임이 있더라고요.

현실적으로 생계를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지원사항들이 있으면, 마음이 움직이는 게 사실이에요. 양양에는 아직 그런 움직임이 없는 것 같아서 그런 부분은 살짝 아쉬워요. 양양군의 분위기가 다른 지역 예를 들어 고성군이나 바로 옆 속초에 비해서 조금 보수적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몇 년을 지내다 보니 보수적이라기보다는, 아직 이 문화에 대해서 낯설고 어색해서 그러신 듯해요. 




Q29. 마지막으로는 양양살이를 고려하고 계신 분들께 전하는 조언이나 팁이 있다면요?

A29. (아영) 자기가 좋아하는 게 확실하게 있다면 그래도 버티면서 자리 잡을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은 들어요. 저희도 그랬으니까요.

(태규) 동의해요. 명확한 무언가가 없다면 얼마 가지 않아 지칠 확률도 높고, 어설프게 왔다가 당황해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양양이나 다른 지방으로 살러가고 싶다는 생각이 도피성인지 아니면 환상인지 솔직하게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양양의 삶도 당연히 현실이고, 본인지 이전에 살던 곳에서 누렸던 문물의 혜택을 너무 익숙해서 간과하고 있을 수도 있거든요. 그런 마음들이 적응하는 데는 사람마다 다를 거예요. 금방 적응할 수도 있고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도 있고요. 그런 다양한 감정들과 고려할 사항들에 대해 깊게 고민이 필요해요. 아 그리고 양양살이를 하신다면 꼭 자가용이나 이동수단은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그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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