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석기시대 Sep 08. 2021

양양에 살러 왔는데요... 이동근 님 이야기

다시 나무를 만났다


■ Profile

이    름 : 이동근 (81년생)

거 주 지 : 강원도 강릉시 초당동

현재직업 : 웨이브우드 공방 대표

정착시기 : 2018년 ~



■ History

2018년 ~ 현재  웨이브우드 공방 대표

2013 ~ 2018년  READYDO 마케팅팀 팀장

2009 ~ 2013년  UCCRH 기업교육 마케팅, 콘텐츠   



■ Prolog

어릴 적 목수였던 할아버지의 공방에서 뒹굴었던 어렴풋한 어릴 적 기억 속 일들이

지금의 직업이 될 줄이야...

갑갑했던 서울에서 밤낮없이 일에 치이는 삶에 무료하고 지쳐갈 때, 즉흥적으로 떠났던 양양,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처음 접한 서핑이었다.

양양에 살러 간다는 것이 양양에서 기회를 발견해서라기 보다는 명확하진 않지만 기회를 만들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는 기회 그리고 내 삶의 방향을 찾을 수 있는 기회...

직장생활을 하며 헛헛한 빈 공간을 메꾸기 위해 취미로 했던 목공과 양양과 그리고 서핑이 내 삶의 방향을 찾는 첫 실마리가 되었다. 


■인터뷰

Q1. 안녕하세요 우선 간단히 소개 부탁드려요.

A1. 안녕하세요 저는 나무로 된 서프보드를 제작하고 있는 우든 서프보드 빌더이자 현재 우든 서프보드를 포함한 다양한 목공 작업을 하고 있는 웨이브 우드 공방의 대표 이동근입니다.



Q2. 지금 하시는 일은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A2. 2019년 1월에 웨이브 우드를 시작했으니 3년 차입니다. 



Q3. 양양은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A3. 처음부터 서핑을 하고 싶어서 양양을 찾은 것은 아니었고요. 직장생활이 야근도 많고 하니 주말만이라도 확실히 놀자 하며, 주말이면 친구들하고 서울 인근 양평에 있는 펜션에서 주말에 쉬곤 했었는데, 즉흥적으로 이번엔 좀 다른 곳으로 가보자고 했었어요. 막연히 동해로 떠나자 하며 출발했는데, 양양 톨게이트에 다다르게 되더라고요. 이른 아침이었는데도 양양 해변을 드라이브하다 보니, 서핑을 하는 사람들이 보이길래, 호기심이 처음 서핑을 접하게 되었어요.

그때 이후로 거의 주말이면 양양에 서핑을 하러 다니곤 했는데, 그렇게 양양을 만나고 살게 된 지 벌써 6년 정도 되었네요.



Q4. 지금의 일을 하게 된 계기는?

A4. 마케팅업에서 일한 지 10년 정도 지날 때쯤이었던 것 같아요. 마케팅업에 대한 흥미도 있었고, 잘 맞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업에 대한 불만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뭔가 채워지지 않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문득, 힘들게 꾸미고 몇 개월을 고민해서 진행한 행사나 행사장이 행사가 마무리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휑하게 변해버린 행사장을 바라보면서 공허함을 느꼈던 것 같아요.

온라인 마케팅을 할 때도, 온라인 특히 SNS의 특성상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트렌드와 이슈를 따라잡고 예측하고 활용해야 하다 보니, 밤낮없이 머리 싸매고 전투적으로 일을 했는데, 그렇게 노력한 결과물들이 금방 또 과거의 것이 되어버리니 허무함이 컸던 것 같습니다.

문득 직장 선배들을 보면서,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해 보았어요. 그런데 그 미래가 제가 원하는 삶과는 거리가 있더라고요. 그 순간 제 삶의 방향성에 대해서 고민했고 내가 원하는 삶으로의 방향으로 핸들을 돌렸습니다.

내가 할 수 있고, 직접 내 몸을 써서 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 공허함을 채우고 싶어서 취미활동을 시작했는데, 그게 목공이었어요.

그리고 주말이면 친구들하고 서울 인근 양평에 있는 펜션에서 주말에 쉬곤 했었는데, 즉흥적으로 이번엔 좀 다른 곳으로 가보자고 했었어요. 막연히 동해로 떠나자 하며 출발했는데, 양양 톨게이트에 다다르게 되더라고요. 이른 아침이었는데도 양양 해변을 드라이브하다 보니, 서핑을 하는 사람들이 보이길래, 호기심이 처음 서핑을 접하게 되었어요.

서핑을 좋아하게 되었고, 점점 서핑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져갔어요.

그러다가 제가 나무를 만지는 걸 좋아하다 보니 나무로 서핑보드를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외국 자료들을 찾아보니 역시나 서핑 문화가 오래 뿌리내린 외국에서는 이미 우든 서프보드가 자리 잡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아무래도 우리나라에 서핑 문화가 전파된 기간이 짧기도 하고 서핑보드를 만드시는 분은 더욱 적었죠. 나무로 서핑보드를 만들고 싶은데 자문을 구하거나 기술을 배울 수 있는 분이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목공을 배우던 공방장님과 해외자료들을 찾아가며 만들었어요. 

그렇게 첫 우든 서프보드를 만들어보니 이걸 직업으로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던 것 같아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가구디자인과를 다니며 공부하고 서울과 양양을 거의 주말마다 왔다 갔다 했어요



Q5. 이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A5. 원래 전공이 산업공학이었고, 품질관리 관련 일을 첫 직장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었습니다. 기업의 품질관리와 제품인증 관련 업무를 하는 사무직이었어요. 

이후에는 기업의 HRD (Human Resource Development) 부서에서 일을 하면서, 현대 SK, 한국타이어 등 주로 대기업 위주의 직무능력 향상이나, 직장인 성희롱 예방교육, 직급별 워크숍 기획 및 진행 등을 하였습니다. 

자연스럽게 마케팅 분야의 업무에 흥미가 생겼고, 당시 SNS 마케팅, 그중에서 페이스북의 붐이 일면서, 페이스북을 통한 팀빌딩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했습니다. 



Q6. 웨이브 우드에 기업에 대한 미션이 있다거나 만드는 제품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A6. 나무의 성질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만드는데 노력하고 있어요.

물론 보드나 가구를 만들면서 휨이나 뒤틀림 등을 생각해서 가구를 만들지만 억지로 구부리도 가공하는 것보다는 최대한 자연스러우면서도 쓰기 좋은 제품을 제작하는 게 목표예요.

또한 미묘한 오류나 흠이 생기기도 하는데, 무결점에 도달하기 위해 집중하는 노력을 매번 하죠. 우선은 브랜드를 어떻게 키워나가겠다는 큰 그림보다도 제품의 질을 높이고 제 전문성을 높이는 것부터 집중하려 하고 있어요.

 웨이브 우드라는 이름을 들으면 목공방이고 서프보드를 만드는 곳이다. 그 정도만 알아도 저는 좋다고 생각해요 


Q7. 나무로 된 보드와 기존 보드와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Q7. 어떤 것이 더 좋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물성이나 스타일에 따라 적합한 용도와 기능이 있으니까요. 아무래도 퍼포먼스를 내야 되는 데는 나무보드보다는 일반 에폭시 보드가 더 유리할 테고요. 심하게 타고 교체 주기도 빠르기 때문에 만들기가 상대적으로 쉬우면서도 기능성이 좋은 보드가 더 어울리죠.

그렇다고 우든 서프보드가 기능성이 떨어진다는 건 아니에요. 전혀 퍼포먼스 적으로 떨어지거나 무거워서 부력이 약하지도 않고 가운데가 비어 있는 구조이다 보니

오히려 부력이 더 높을 수 있죠. 그런데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에요. 에폭시 보드에 비해 1.5배에서 2배 정도 차이나요. 아무래도 만드는 과정의 전문성과 기간과 재료비가 더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니 어쩔 수 없죠.

저는 우든 서프보드를 타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봐요. 첫 번째는 서핑 철학에 대한 이유 때문이에요. 서핑의 문화중에 가장 중요한 정신이 아무래도 환경보호 자연보호인데, 스티로폼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서프보드를 탄다는 게 다소 모순이 있긴 하거든요. 아무래도 나무 서프보드를 타면 자연을 생각한다는 일종의 심리적 만족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서핑의 원형에 가깝달까요. 초기에 서핑이 태동했을 때도 그 시작은 나무였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서핑과 서핑보드의 정체성이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독특하고 개성까지 있으니까요. 자신의 개성을 나타내기에도 좋은 아이템이라고 생각합니다.


Q8. 여기 처음 오셨을 때 텃세 같은 것들이 있었나요?

A8. 저는 없었어요. 지역주민과도 마찰도 없었고요.

 다만 서울에서 생활할 때는 사실 바로 옆집에 대해서 관심도 없잖아요. 알려고 하지도 않고, 그런데 확실히 양양에서 살다 보니 사소한 것도 물어보고 알고 싶어 하시더라고요. 이사올 때도 굳이 오셔서 말 걸고 이것저것 물어보시고요. 그런 대화를 피하고 안 하면 이상한 루머가 돌 때도 있어요. 저도 처음에는 펜션 사장님의 아들이라는 소문도 돌고 그랬었어요.

뭐 그런 에피소드는 대화를 나눠보지 않으니까 생겨나는 에피소드인 것 같고요. 시간이 지나고 조금씩 알아가게 되면 자연스레 오해는 풀리더라고요.



Q9. 어떻게 주변분들과의 관계를 맺어가시나요?

A9. 처음에는 내가 먼저 마을 분들께 가서 인사를 해야 하고, 또 마을에 계신 분들 다 알아야 할 것 같고, 어떻게 하면 빨리 친해질 수 있을까 하는 조바심이 났던 것 같아요. 한 지인이 너무 급해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라고... 그분 말처럼 시간이 지나니까 그때 그 마음이 조바심인 것을 알겠더라고요. 하루 이틀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마을 어른들과도 안부도 주고받고, 동네 어르신들이 지나가시면서 반찬도 주고 가시기도 하고요. 목공을 하면서 지역에서 열리는 프리마켓에 참여해보기도 하면서 지역의 또래 예술가인 김석기 작가님과 조연주 작가님도 만나게 되고 또 그 인연이 다른 인연으로 이어지고, 그렇게 자연스레 연결되고 그렇게 친해지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아요. 



Q10. 서울생활을 접고 오시는 분들은 보통 한적하고 간섭받지 않고 그러신 분들이 많은 신데 오히려 지방에 와서 더 많은 간섭을 받는다라고 생각이 들면 어떠하나요?

A10. 만약에 내가 아무 간섭도 받지 않으려면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산에 들어가서 살아야 해요. 한적하고 좋은 환경이 좋아서 내려왔다지만 이런 공간을 유지해오고 만들어온 사람들은 그 지역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 덕분이잖아요. 

그러니 내가 환경을 누리고 싶다면 기존의 원주민, 로컬 분들에 대한 존중이 필요한 거고, 로컬이 모인 공동체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맞춰가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11. 주거공간은 어떻게 알아보셨나요?

A11. 양양뿐만 아니라, 양양 속초 고성지역까지 알아봤습니다. 주거와 작업실 공간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집을 알아보았는데요. 매물이 많지 않더라고요.

인터넷 서치를 통해 대략적인 정보를 검색하고, 지역의 부동산을 통해서 알아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부동산이 많지 않아서, 직접 발품 팔아 알아보기도 하고, 다양한 경로로 알아봤어요. 



Q12. 집을 구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A12. 아무래도 익숙한 지역이 아니다 보니, 정보가 없어 막연했던 것이 제일 힘든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서울이야 제가 살던 곳이라서 아무래도 부동산 정보에 대해서도 정확하진 않더라도 대략적인 시세를 알 수가 있고, 합리적인 가격대를 판단할 수 있었는데,

양양은 전혀 정보가 없다 보니까 감을 잡을 수가 없더라고요.

지역의 부동산들에 대해서 등기부등본을 떼어보고, 지적도를 확인해보고 전반적인 시세들을 알아보고 조금씩 공부를 하고 발품을 팔면서 이해도를 높여나갔어요.

그럼에도 제가 생각한 가격보다 두배 세배 높은 금액으로 거래가 되니, 선뜻 투자하기에는 부담이 컸어요.

서울이야 부동산을 시세차익을 위한 투자의 목적으로도 구매하는데 그건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야 가능하잖아요? 그런데 양양의 경우는 부동산 거래가 그만큼 활발할 것 같지도 않고, 투자가 아닌 실제 주거의 공간으로써의 목적이 더 컸기에,

더욱더 큰돈을 쓰기가 부담스러웠죠.



Q13. 양양의 부동산 가격은 어떻든가요?

A13. 생각보다 비싸서 놀랐어요. 서울에 있을 때 주로 신문이나 뉴스들 보면, 지역에 폐가가 많다거나, 실제 거주하지 않는 빈집들이 많다는 내용들을 보았는데, 그런 내용을 접하다 보니 막연히 시골에 있는 집은 쌀 것이고, 집 구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부동산 소개를 통해서 처음 알아보게 된 집부터 제가 생각한 가격보다 훨씬 높았고, 해안 인접지역과 읍내를 제외한 내륙 산촌지역의 집값 차이가 많이 나더라고요. 적게는 두배, 많게는 3-4배 차이가 나더라고요. 제가 주로 알아보던 해안가 인접 주택들은 부르는 게 값인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러면서 양양의 부동산 현실을 직접 체감하게 되었어요.


Q14. 양양의 부동산 알아보는 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을 해본다면?

A14. 제가 가장 많이 알아봤던 부동산 정보의 경로는 일단 네이버 부동산이었고,

지역의 부동산 관련 블로그였어요. 그리고 의외로 지역에서는 교차로나 벼룩시장 같은 매체에 물건이 많이 올라오더라고요. 지방은 부동산 정보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통합된 플랫폼이나 사이트가 없다 보니,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다 개인마다 달라요. 행정에서 만들어주면 좋겠는데 그것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느꼈어요. 예전에 폐가나 폐교 같은 것들을 알아봤었는데 양양군에다가 폐가 정보가 있어서 알려달라 했더니 개인정보라 알려 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생각해보니 행정기관이다 보니까 할 수 있는 역할에 제약이 있겠다는 인정을 하게 되었어요. 

귀농귀촌 지원정책들을 보면 공공기관에서 장려는 하는데 막상 살려고 내려오면 집을 구하는 것부터 너무 힘들다 보니, 정착할 때 이미 자본이 넉넉한 사람이 아니면 적응하기가 많이 어려운 것 같아요.



Q15. 양양 물가는 비싸다고 생각하나요?

A15. 물가가 비싸다는 생각은 했었죠. 생필품이 아니라 음식점들이 비싸더라고요

아무래도 관광지다 보니 더 심한 것 같아요. 어쩔 수 없는 게 관광지다 보니까 일 년 내내 잘되는 게 아니라 한 시즌 바짝 벌어야 되니까 어쩔 수 없이 비싸기는 하지만 그 지역에서 사는 사람으로서 계속 사 먹기에는 비싸죠. 부담되죠.



Q16. 성수기인 여름에만 동네가 북적이고, 겨울에는 가게들이 대부분 닫혀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A16. 양양중에서도 특히 이곳 바닷가는 성수기 비수기로 나눠지는 계절 특수성이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생기는 문제들도 많기에 보완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고 생각해요. 비수기인 겨울에도 바닷가를 찾게 하는 건 힘들기는 해요. 바닷가라고 해서 멋진 포토존이 있다고 해서 그런 요소만으로 사람들이 찾아오는 건 아니니까요. 

방법을 찾는 게 참 쉽지 않아요. 그렇다고 사람도 안 오는데 그런 마이너스를 감내하면서까지 비시즌에 문을 열어놓을 수도 없는 일이니까요. 

강릉의 안목 커피거리 같은 경우는 사실 성수기 비수기 없이 사람이 붐비는 곳이긴 해요 4계절 내내 가게들도 똑같이 장사를 하고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우선 양양에는 강릉처럼 4계절 내내 관광객이 찾을만한 콘텐츠가 부족한 것 같아요. 서핑으로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유입되긴 했지만, 아직까지 서핑에 대한 인식은 계절적으로 여름의 이미지만 각인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여름이 없으면 서핑도 연상을 시키지 못하는 거죠.

그렇다고 유명한 먹거리가 많은 것도 아니고, 또 다른 볼거리를 찾을 수도 없고요.



Q17. 코로나 이후에 달라진 것이 있다면?

A17. 사실 코로나로 인해서 좋은 점도 있긴 했어요.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까 점점 집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가구나 용품 등에 대해서도 애착을 가지게 되면서 가구나 목공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진 것 같아요. 이케아의 방문율이 늘어났다는 이야기만 봐도 가늠할 수가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이케아와 같은 공간에 방문한다는 것은 가구와 원목 시장이 확대된다는 의미이기도 하거든요. 가구를 하는 저로써는 좋은 기회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Q18. 피서객들이 여기 와서 지켜줬으면 하는 매너는?

A18. 제일 문제는 쓰레기죠. 그나마 샵에 오시는 손님들의 쓰레기는 담당 샵에서 처리를 해주는데, 무분별하게 버리는 쓰레기 결국에는 현지에 거주하는 주민분들이나 샵 하시는 분들이 번갈아가며 치우시거든요.

민폐죠, 바다가 좋고 아름다워서 오게 된 양양일 텐데, 정작 바다가 오염되고 지저분해지면 관광객들도 발길이 뜸해질 것이고 생계를 이어가야 할 이곳에 현지인들은 너무 큰 피해를 입게 되니까요.



Q19. 양양에 있었으면 하는 편의시설은?

A19. 약국이나 병원이죠. 어느 날 갑자기 일을 하고 들어갔는데 이가 너무 아픈데 진통제가 없고, 상비약도 딱 떨어지고, 밤에 살 데도 없었어요, 다행히 주변에 거주하는 분께 실례를 무릅쓰고 전화드려 겨우 약하나 받아서  먹었는데, 그때 불편함이 실감이 나더라고요. 



Q20. 양양에서 사는 동안 제일 좋았던 점이 있다면?

A20.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는 거예요. 간섭도 없고 시끄럽다고 민원이 들어오거나 한적도 없었고요.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고, 저는 그게 좋아요. 제가 마을에서 모여서 살았다면 달랐을 수도 있지만, 공방이 있던 곳은 밀집지역에서 떨어져 있다 보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방해받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게 가장 좋았죠. 공방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산의 경치도 아름다웠고요.


Q21. 미디어에서 보이는 귀촌인들의 삶을 보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A21. 예쁜 집, 한적한 동네, 여유로운 생활, 행복한 이웃사촌의 모습들, 이주하는 청년들을 응원해주는 동네 어르신들 등 사실 너무 환상을 심어주는 것 같긴 해요.

귀농귀촌을 장려하려는 홍보의 측면으로는 좋을 수 있지만, 실제로 사는 현실은 이상과 많이 다르죠. 

 귀농이나 귀촌이라는 단어도 바뀌어야 할 것 같아요. 그냥 다른 동네로 이사 가는 것 정도로 표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서울에서 지방으로 가는 것을 굳이 귀촌이 아닌 이사처럼 환경이 바뀐 곳에 적응하는 정도로 비쳐야지, 귀촌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순간 뭔가 대단하고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한다거나 이전의 삶을 송두리째 포기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 같거든요. 게다가 TV 등에서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오히려 더 귀촌이라는 것을 현실과 동떨어진 삶으로 보게 되고 더욱 나와는 거리가먼 이야기로 만들어 갈 위험이 있다고 생각해요. 현실적이어야 쉽게 이해하고 어렵지 않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요.



Q22. 양양에 청년들의 정착을 위해 필요한 것을 제안하신다면?

A22.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까지는 아니더라도, 서울에서처럼 사회초년생들에게 

임대주택을 지원하는 것과 같이 지역에서의 정착을 위한 필수이지만 경제적으로 가장 부담스러운 주거공간에 대한 지원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공간 중에 농어촌 센터 귀농귀촌인의 집과 같은 제도가 있긴 한데, 그건 귀농귀촌 교육 대상자만 사용할 수 있더라고요. 그런데 지역에 농사를 지으러 내려오는 청년들이 과연 얼마나 되겠어요. 임대아파트나 임대주택을 통해 6개월 정도는 있어야 터를 잡고 일자리를 잡고 할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무료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테니, 다만 일부 금액이라도 지원이 된다면 정착을 원하는 분들이 심리적으로 큰 안정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또한 그런 공간이 생기면 단순히 주거의 공간만으로 끝나지 않고, 일종의 커뮤니티의 역할을 할 수가 있기에 정착을 위한 다양하고 유익한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Q23. 서울에 다시 올라가고 싶다고 생각하신 적이 있을까요?

A23. 딱 한번 있어요. 부동산 알아봤을 때 아니 이렇게 비싼 거 살 거면 서울에서 살지 왜 굳이 이러고 살지 이런 생각 때문에 한번 했었죠.



Q24. 양양살이를 하고자 하는 분들을 위한 조언이나 팁이 있다면?

A24. 우선 본인의 마음가짐이 중요하겠죠. 비단 양양뿐만이 아닌 어느 지역이라도

내가 정착해서 살고 싶다면 좋은 면도 있겠지만 이전의 삶에서 누렸던 혜택들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도 있잖아요. 그런데 포기하면서까지 기꺼이 정착하고 싶다면 

길을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제 몸하나 믿고, 퇴직금 몇백만 원 가지고 내려온 것 밖에 없는데 무엇이든 절실하게 필요하다면 자연스럽게 방법을 찾는데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아요.

돈이 부족하다면 당연히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정책을 찾아보게 되고, 주변 인맥을 동원해서라도 도움을 구하게 되고 말이죠.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다고 하잖아요. 정착을 위한 조건들을 따지기 전에 우선은 마음가짐부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그거예요.

그런 마음가짐이 없다면 아무래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다시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게 되겠죠.

양양은 지방의 작은 소도시에 불과해요 당연히 인구가 적고 산업군이 다양하게 발달하지 못할 수밖에 없죠. 그래서 선뜻 내려오기가 어려운 건 당연해요. 그런데 다른 관점으로 생각하면 그만큼 기회도 많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경쟁이 너무 과열된 서울보다 아무래도 지방에서는 본인의 능력과 노력이 있으면 성과를 거둘 확률이 높아지는 것 같아요. 일종의 블루오션을 발굴할 수 있는 기회도 많다는 거죠. 이미 서울에서는 익숙하거나 레드오션의 사업군이 이곳에 필요할 수도 있어요. 그렇게 다양한 기업들이나 사업들이 들어온다면 장기적으로는 인구도 일자리도 늘어나는 순기능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하고요. 

너무 한 곳에서만 평생 살아가려고 아등바등하지 말고, 어느 곳이든 내가 살고 싶은 곳에서도 충분히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Q25. 그렇다면 대표님의 마지막 정착지는 어디가 될까요?

A25. 마지막으로 정착을 한다고 한다면 저는 고성에 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현시점에서 그나마 조금 개발이 조금 덜 되어있어 평지가 넓게 펼쳐진 공간도 있고 고즈넉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남아있어요. 사실 조용하고 여유로운 곳들이야 많겠지만, 제주도로는 가고 싶지 않아요. 그렇다고 또 독도나 울릉도처럼 외딴섬으로 가고 싶지도 않아요.

저는 강원도가 좋더라고요. 일단 교통이 좋고 서울이랑 가까운 것도 있고 가족들이 서울에 있고 자주 뵙고 싶거든요 그래서 교통도 잘 되어 있고 거리도 적당히 떨어져 있는 강원도가 좋고 그중에서는 고성이 아직까지는 향후의 정착지로 고려중인 곳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양양에 살러 왔는데요... 한태규 님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