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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아 Dec 17. 2021

N잡은 계속 된다 : 책이 가져다준 일감들

나는 말에 힘이 있다는 말, 말의 주술성을 믿는다. 글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를 향한 저주나 복이 때로 소름 돋을 만큼 들어맞는 것처럼 스스로에게도 마찬가지다. 머릿속에 든 확신을 어떤 형태로든 표현했을 때, 말이든 글이든, 힘이 실리고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난다.


지난 책에서 저자 소개에 이런 글귀를 적어 놓았다.

앞으로도 말과 글을 다루는 일,
다양한 사람과의 소통을 중심으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자 합니다.


이는 개인적 다짐이었고, 어떤 대상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말을 이뤄내듯 책으로 인해 새로운 N잡이 추가되었다. 숱한 직업을 여행하고, 오랜 백수 생활을 지속한 후, N잡러가 된 계기가 주위 사람 덕분이었듯, 이번에도 인연의 연결이었다.  모두 '말'과 '글', '소통' 모두와 관계한 일이었다. 인터뷰 장소 중엔 가보지 않은 지역도 포함되었기에 '여행'이라는 키워드에도 맞았다. (같은 책에서 나의 키워드로 '소통, 교육, 이주, 여행, 사람'을 언급했었다.)


새로 시작한 일 중 하나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모인 토론에서 사회자의 대본 작성이었다. 해당 프로그램은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 송출될 예정이라 어느 정도 틀이 갖춰져야 했다. 내 역할은 토론자들을 사전에 만나서 공통된 주제와 질문을 뽑아, 대략의 흐름을 정리하는 일이었다. '라디오스타'같은 프로그램의 방송작가 역할이랄까? 


다른 하나는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한 도서관을 대상으로, 프로그램 내용과 참여자의 소감을 인터뷰하여 신문 기사로 작성하는 일이었다. 신문지면 네 면에 해당하는 기획기사를 통으로 맡았기에 작지 않은 역할이었다.(외부 기자가 이렇게 맡는 일은 드물다고 했다!!) 마침 때가 맞았던 차에, 내가 눈에 뜨였고, 뭐 어느 정돈 쓰겠다 싶어 맡기신 모양이었다. 이유가 어찌 됐든 좋은 기회였다. 감사했다. 


일하러 간 김에, 맛집 탐방+친구와의 만남


연말이라 소속 직장서도 일이 많은 중이라 빠듯하기도 했지만, 새로운 일은 역시 신이 났다.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건 가장 좋아하는 일이라 재미도 있었다. 7km 이내의 거리 출퇴근만하던 초보 운전자가 비로소 시를 넘나들며 운전하는 스릴도 있었다. 인터뷰 간 김에 모처럼 대학 동기를 만나 한가한 점심 식사를 즐기고, 일하러 간 김에 괜히 호텔방을 잡아 숙박을 하기도 했다. 일탈을 즐기고픈 마음도 있었지만, 오후에 줌 강의가 있던 지라 촉박하게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였다.


일하러 간 김에 호캉스? 실상은 호텔에서 강의하기


글쓰는 일은 언제나처럼 고민스러웠지만 행복한 고통이랄까? 작은 변화도, 별일 아닌 시도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상을 바꾸곤 한다. 계획하지 않은 자리로 나를 데려간다. 앞으로도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이 물음에 깃든 마음은 걱정보다는 기대가 가득하다. 


점점 새로운, 점점 멋진 일이 일어나기를.


#직업여행자의 #밥벌이다반사 #N잡러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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