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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야감성 Mar 09. 2024

2021년 12월 31일의 기억

#너를 기다리며 7

그날은 첫 번째 시험관의 결과가 나오는 날이었다. 대학 합격 결과를 기다리는 것처럼 불안하고 초조했다. 언제 해도 상관없었지만 임테기를 할까 말까를 망설이며 새벽 한 시까지 잠도 안자며 고민을 했다. 실패한 다음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마음을 다스리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던 같다. 그렇게 맞닿은 현실에서 도주하고 싶은 마음을 붙잡아 임테기 앞으로 가져다 놓았다. 임테기 할 결심이 섰다.


임신 테스트기를 확인해 보니 2년 동안 머릿속으로 계속 그려왔던 두 줄이었다. 그렇게나 소원했던 임테기를 붙들고 그 새벽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다. 이게 진짜 두 줄이 맞는지 아침부터 임테기를 해보라고 재촉해 왔던 언니에게 카톡을 보냈더니 두 줄이 맞다며 축하한다는 답장을 받았다. 임테기 두 줄이면 여기저기 축하소식을 알리려던 마음이 앞섰지만 임테기 두 줄이어도 피검사 결과가 낮게 나오면 임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따로 알리지 않았다.


1월 1일 아버님이 산에서 일출을 보며 우리들이 바라던 일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빌었다며 새해의 사진과 함께 메시지를 보내왔다. 아버님의 소원과 우리들의 소원이 올해는 이루어질 것이라는 카톡을 남겼다.


1월 2일 병원에 피검사를 하러 갔다. 전화를 기다리면서 많이 초조했었다. 결과를 알려주는 간호사 선생님이 울면서 전화를 주시길래 피검이 낮게 나왔나 보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다행히 안정권이었다. 내심 배아를 2개 넣어서 쌍둥이를 바랐지만 피검수치가 쌍둥이정도는 아니었다. 2차 피검사까지 마치자 정말 내가 임신을 했구나를 몸소 느꼈었던 것 같다. 한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기까지 먼 여정에서 겨우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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