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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슈 Nov 22. 2021

삶과 재

오늘 잘 살 것

할머니의 존재는 어제부로 재가 되었다.

3일장 동안 할머니는 다른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생전 우리가 느끼던 온기는 사라지고, 차가운 모습으로 입관하셨고, 발인 후에는 뜨거운 뼈만 남았다. 그리고 재가 되었다. 한 줌의 재.


할머니는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 면회도 되지 않았다. 고비라고 했다가 좋아졌다고 했다가 하루 밤새 악화되어 우리 곁을 떠나셨다. 영하의 추위가 오기 전에, 막내 손녀딸 수능도 다 보게 하시고 가셨다.


눈물이 난다. 나도 슬프지만 슬퍼하는 엄마를 보며 더 눈물이 난다. 내가 그렇게 살가운 손녀였는지 되돌아본다. 좀 더 공감해줄 걸. 아니어도 맞다고 해줄걸. 외롭지 않게 먼저 손 내밀어줄 걸. 한번 더 부축해줄걸. 설렁탕 한 번 더 같이 먹을걸. 이렇게 계속 '그렇게 할 걸...' 시리즈가 떠오른다. 사진첩 동영상에서 움직이는 할머니를 찾는다. 그러다가도 밥을 맛있게 먹고 영정사진을 보고 또 운다. 그러다가 또 보일러를 틀고 춥다며 잠을 잘 잔다. 꿈에서 할머니를 본다.


납골당에 할머니를 안치하고 주변 유골함들을 둘러본다. 나의 삶이 당연하지 않음을 깨닫는다. 나의 부모님이 살아계신 것도 당연하지 않음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상기한다.

 

내일이 아니라 오늘 잘 살 것을 다짐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일이 아니라 오늘 잘할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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