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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슈 Sep 29. 2022

나에게도 원더윅스가 있다

아주 밀도 높은 성장통

태어난 지 80일 즈음되어가는 조카가 시도 때도 없이 울 때가 있다. 이름하여 원더윅스, 아기의 폭풍 성장 기간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 아프다는 걸 아기는 모른다. 이유는 모른 채로 이곳저곳이 불편하고 버거울 뿐이다. 그래서 엉엉 악을 지르며 운다.


조카가 태어나고 일주일 뒤, 나는 입사를 했고 조카의 100일 잔치를 따라 나도 '입사 100일 잔치'를 치렀다. 자연스레 조카의 성장과 나의 성장을 같은 평면 위에 놓고 지긋이 바라보게 되더라.


태어날 때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초점도 맞추지 못하던 조카는 얼마 지나지 않아 흑색 모빌을 봤고 색감도 인지할 줄  알게 됐다. 목을 들어 가눌 수 있게 되고, 짜증 섞인 울음도 내가며 자기감정 표현을 한다. 몸도 꽤 커져서 묵직해졌고, 옹알이를 한다. 이렇게 자라나는 동안 아기와 엄마는 이유 모를 원더윅스를 함께 견뎠다.


나도 입사 후 첫 1달 그리고 3달. 아니 다섯 번째 달까지도 원더윅스를 겪었다. 어쩌면 지금은 원더윅스가 사라졌다기보다는 주기가 길어져서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다.

구체적으로 힘겨웠던 이유를 열거하긴 어려우니 내가 취한 행동만 나열해 보자면,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신세 한탄을 했고, 직장인이란 결국 이런 것이었느냐고 하소연했고 부모님에게는 아무런 걱정 없는 씩씩한 자식 된 모습을 보여드렸다.

나의 지난 기대와 이상을 꺾고 현실과 마주하느라 고통스러웠으며 그때 좀 더 밀어붙였어야 했나 후회를 조금 했더랬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별거 아닌 이유로 힘들어했고 지독히 고민했고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음에 답답했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이제 8개월 차가 되었고, 나는 올 초의 그 기간을 따스한 시선으로 회상한다. 조카가 한 인간으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처럼 나에게도 원더윅스였던 그 시절.  사회인으로서의 1차 성징을 장하게 견뎌냈다고 토닥인다.

속상하고 답답하고 힘든 마음이 들 때가 있어 결정에 회의가 들었으나 돌이켜보니 잘한 결정이었다. 나는 분명 성장했다.  변화에 적응하며 우리는 좀 더 나은 존재가 되어간다는 믿음을 경험으로 증명했다. 그 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시절 감정을 오롯이 마주했다.


내 결정은 매 순간 그 시절 최선이었음을 받아들인다. 내가 있는 이곳, 그리고 이곳에서 만난 시대와 사람 속에서 나는 내가 설 곳을 찾으며 변화하며 자라나고 있다. 직장인이 아니었으면 몰랐을 감정을 공유하며 평범한 사람 1의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겪은 성장통 중 아주 밀도 높은 성장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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