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첫 시련을 겪었을 때, 왜 그렇게 되었는지 요리조리 분석했다. 생각을 계속 했고, 책을 찾아봤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주 많은 시간을 들였다. 그럼에도 그 당시 조그마했던 마음이 편히 의지할 수 있었던 '아무것도 하지 않기' 선택을 했다. 하지 않기로 이미 맘을 정해놓고 '왜 하지 않기로 선택했는지'를 다시 분석하고 정리했다. 그 뒤에 '어떤 조건이 충족될 때 하겠다'며 그 조건들을 하나하나 따졌다. 그러니 그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섣불리 무언가를 시작하기가 어려워졌다.
나를 안전한 구역에 밀어넣고 그 조건들에 맞는 것들만 하더라도 내가 생각한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아, 그럴 줄 알았는데 아니구나?'를 깨달아가며, 용기가 날 때마다 조금씩 한발 한발 내딛으며 이것 해보고 저것 해보다가, 이제는 안하기로 마음 먹은 것들을 해봤다.
그렇게 요즘이 되어 더욱 절실히 느끼는 것은 깊은 고민은 시작을 늦출뿐이라는 점이다. 요즘은 그냥 해본다. 고민도 별로 하지 않고 그냥 한다.
그냥 해 본 다음에 아니면 돌아선다.
그냥 해봤는데 걱정됐던 것보다 잘하면 다시 또 그냥 묵묵히 한다.
'왜 해야되는가'를 굳이 깊게 생각하지 않고 내 마음 끌리는대로 그냥 해나가도, 나는 내가 설정한 안정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걸 신뢰하기도 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