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KA,미카스토리 1

2012 여름이야기

by NangNang

재작년 이른봄에

꿈에 그리던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왔다


오래된 집이지만,
나무로 심플하게 지어졌고

적당히 마당도 있고, 초보에게 딱인 텃밭도 있어
몇 가지 치명적인 불편에도 불구하고
이 선택은 너무나 훌륭한 것이었다.

아이들은 이사가 결정되기도 전에
전원주택에서는 무조건 개를 키워야한다고 졸라댔다.
갓 태어난 어린 새끼조차도 무서워

동물 근처에 얼씬도 못하는 나는 절대로 그럴 일은 없을거라 단단히 못을 박아두었다.

그러나 막상 이사를 와서 보니

방범 문제 때문인지 집집마다 개를

두마리 이상 키우고있었고

미처 예상하지못했던 더 끔찍한 현실은

고양이들이었다.


우리집 뒷마당이
고양이들의 사교장이나 되듯 무려
일곱마리 이상씩 늘어져 뒹굴고 있었다.

아파트에 살 때도고양이가 무서워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러 절대 밤에 혼자서는 나가지 못했던 내가 아니던가....


때마침 오월 어느 날

아랫집 개가 새끼를 낳은지라
자꾸 보면 정든다고....
꼬물거리는 강아지를 매일 보다 보니
결국 나는 아이들 등살에 못 이기는 척
저 녀석을 데리고 왔다.


밥주는 일이며

똥 치우는 일이며

목욕시키는 일이며

나는 절대로 안 할테니

나머지 가족들이 알아서 돌본다는 다짐을

단단히 받아내고서.


신이 난 아이들은
내 비위를 맞추려고 그 당시
내가 한참 좋아하던 영국싱어인
미카 이름을 갖다댔다.

그리하여
내 평생 절대로 하지 않을 일의
첫 번째 목록이
허물어졌다

개 를 키 우 기 시 작 하 고 말 았 다
내가.....허걱.

2012.5. 8 미카


데려온지 보름 정도 되었을 무렵,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이웃들을 따라해볼 요량으로

생후 한 달 정도 밖에 안된

미카를 데리고 남편이랑 뒷산으로 올랐다.

개를 키워 본 경험이 없는지라

나중에 알고보니

아직 산을 데리고 갈만한 나이가

아니었다고 한다.


인적이 거의 없는 문형산은 험하진 않지만 중턱까지 갔다 오는 데
1시간20분 정도 걸린다

산중턱에 올랐을 즈음
우리는 장난삼아
숲에 몸을 숨기고 미카가 우리를 찾는지

관찰하기로 했다.


한 번은 오케이!

한 번 더 볼까?

그러다 우리는 결국,
산 중턱에서 그만 미카를 잃어 버리고 말았다.

헉!
이를 어째,데리고 온지
보름 만에 ....


실망할 아이들의 얼굴이 팝업창처럼

튀어올랐다

이런 낭패가 쩝...

남편과 나는 산속을 헤매며
미카를 애타게 불러댔다
자기 이름이 미카인지도,
우리가 자기 주인인 줄도 모르는

생후 한 달 된 강아지를 찾아서.....

결국

아무 기척없는 산을 뒤로 하고 무거운 걸음으로 한숨 내쉬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미카는 우리보다 먼저와서
아랫집에 사는 자기 어미 개 옆에서 뒹굴거리며

놀고 있는 게 아닌가.

우와~ 대단하다!
초행길이었는데 어떻게 집을 찾아왔지?


미카는
믹스견
이른바 똥개인데,
햐~~~이 놈! 꽤 괜찬은데!

여전히 미카를 안지도 못하는 나였지만
녀석이 멋지게 보이기 시작했다.

#낭낭, 크레파스, 2012.미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