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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N마리의 고양이를 키우는 것에 관하여..(2)

2025년 어느 날의 끄적임

by JIN
N마리 집사는 늘 어깨가 무겁다. 솔직한 심정으로 혹자가 나처럼 N마리의 고양이를 거둬들이고자 한다면,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며 말리고 싶을 정도다. 이런 수고와 부담은 나 혼자 짊어지는 것으로 족하지 않을까.


짐작들 하겠지만, 우선 비용이 많이 든다. 건강한 어린 고양이야 사실 사료값과 모래값만 들면 되지만, 10살이 넘어 노령묘가 되면 들어가는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일례로 올해로 나란히 17세가 된 첫째 구름이와 둘째 마중이의 경우 각자 원인불명의 심장병과 신부전을 앓고 있는데, 건강 검진에 영양제에 피하수액용 수액까지 건강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또 둘 다 전치 발치를 한 상태라 습식캔만 먹을 수 있는데, 두 녀석 모두 입맛이 까다로워 국산 캔은 입에 대지도 않는다. 아무 모래에나 똥 잘 싸고, 아무 사료나 잘 먹는 효묘(猫)들이 그렇게 많다던데.. 안타깝게도 그 정도의 행운은 내게 허락되지 않았다.


물리적 수고스러움은 또 어떠한가. 본가에서 독립해서 살던 시절에는 일터와 생활터전이 옮겨감에 따라 고양이들도 다 같이 이동해야만 했다. 불행히도 N마리의 고양이를 이사하는 일은 그 스케일부터가 남달랐다. 서울의 한쪽 변방에서 다른 쪽 변방으로 자차도 없이 N마리를 이동시키는 일은, 그 자체로 몇 달 치의 에너지를 들여야 가능한 일이었다. 우스갯소리로 엑소더스(출애굽기)에 비유하곤 했던 대이동은 때론 비밀공작처럼 은밀하고 신속하게, 또 때론 수개월에 걸쳐 한 마리씩 또 한 마리씩 느리게 수행되곤 했다.


결혼 후에도 바뀐 건 많이 없어서(다행히 결혼은 할 수 있었습니다^^;;;) 알레르기가 있는 남편을 배려해 신혼집 대신 고양이집을 따로 지척에 구해야 했다. 집사 17년 차인 지금의 현황을 보고하자면, 손이 덜 가는 건강한 녀석들은 고양이집에서 등 따시고 배부르게 먹이는 것을 목표로 돌보고 있으며, 노묘가 되어 매 순간 케어가 필요한 녀석들은 따로 사무실 한편을 할애해 돌보고 있다. 그리고 나의 하루 일과는 매일 사무실에 출근해 아픈 아이들에게 수액을 놓는 것으로 시작된다.


어떤가. 듣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지 않는가? 유튜브를 보면 세상에서 제일 이쁜 게 고양이고 세상 키우기 쉬운 게 고양이 같겠지만, 그렇게 이쁘고 귀여운 건 아이가 건강하고 어릴 때에만 가능한 모습이다. SNS에서 어쩌다 한번씩 보게 되는 노묘들의 모습은 사실 안쓰럽고 안타깝기 그지없다. 아이들의 시계는 우리보다 훨씬 빨라서, 그저 귀엽고 앳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너무도 빨리 노쇠하고 쇠약해진다. 금전적인 부담과 물리적인 수고를 차치하고,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며 고양이 키우기를 말리고 싶은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고양이들은 여전히 나에게 가슴 시릴 정도의 사랑과 행복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아픈 자식을 먼저 보내야 하는 부모의 심정처럼, 꺼져가는 내 새끼를 옆에서 바라보는 건 너무도 가슴 아픈 일이다. 아무리 돈을 들여도 이미 나이 든 고양이를 회춘할 방법은 없는 법이다. 그렇기에 나는 그저 내 도리를 다하며, 매일매일 그들을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를 할 뿐이다. 그저 한 번이라도 더 예쁘다 사랑한다 속삭이고, 한 번이라도 더 눈 맞추고, 안아주고 또 입을 맞춰준다. 그래서 아이들이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 적어도 살면서 온전히 따뜻한 사랑만 받고 지냈다고, 그렇게 나를, 또 생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좀 더 잘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과 후회는 온전히 내 몫으로 남게 되겠지만.


비록 나는 운명처럼 N마리 집사의 삶을 받아들이고 그 무게를 고스란히 짊어지고 있지만 내 딸이라면, 내 지인이라면, 내 친구라면, 내 조카라면 굳이 그런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다. 십수 년을 직접 겪어보니, 내게 준 행복과 사랑의 크기만큼 아이들을 떠나보낼 때의 아픔은 형언할 수 조차 없다. 그러니 그대가 정말로 고양이를 좋아하고 사랑한다면 한 마리로도 족할 일이다. N마리 집사의 고뇌는 나와 몇몇 다른 이들에게 남겨두고, 그대는 세상에 하나뿐인 그대의 고양이를 온전히 사랑하고 책임질지어다. [FIN25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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