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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묘투병일기(2)

열일곱 해를 살아낸, 나의 나이 든 고양이 이야기

by JIN


2025년 10월 6일 오전

추석 당일,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며칠간 괜찮아 보이던 마중이의 상태가 오후부터 급격히 나빠졌다. 오른쪽 뒷다리를 절뚝이며 경련이 일었고, 만지자 통증에 앙칼지게 울었다. 검색해 보니 심부전 묘에게 나타나는 혈전과 증상이 유사했다. 응고된 피가 동맥을 막아 경련을 일으키고, 몇 시간 안에 치료하지 않으면 괴사가 시작된다는 내용이었다. 민폐인 걸 알면서도 주치의 선생님께 연락드렸고, 응급 상황이라 근처 응급 의료센터를 추천받았다.


마음이 쉽게 내키지 않았다. 빗속에서 차로 이동해야 하는 거리, 혹여 길 위에서 아이를 보내게 될까 겁이 났다. 결정적으로, 낯선 병원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아픈 아이에게 바늘을 찔러대며 이것저것 검사할 것이 뻔했고, 병원에만 가면 컨디션이 악화되는 아이가 버텨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만에 하나라도, 아이의 마지막을 차가운 병원 진료대 위에서 보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것만은 막고 싶었다. 몇 해 전, 노랑이를 병원에서 차가운 처치대 위, CPR을 받다 떠나보냈던 기억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그 잔상이 발목을 붙잡았다.


전화기를 들었다 놓기를 반복했다. 병원 가는 길, 캐리어 안에서 아이가 겪을 공포. 통증을 줄여줄 방법이 없다는 무력감. 그렇게 망설이는 사이, 마중이의 상태가 더 악화되었다.


후지 마비가 온 듯했다. 힘겹게 일어나더니 순간 그대로 무너졌다. 온몸을 뒤틀며 주저앉았고, 곧 앉은자리에서 소변을 보았다. 누구보다 깔끔한 걸 좋아하던 아이였다. 소변 묻은 모래에 발이라도 닿을까 곡예하듯 화장실을 사용하던 아이가 온몸을 소변에 적신 채 누워 있었다.


눈물이 쏟아졌다. 그 와중에도 마중이는 비틀거리며 베란다로 향했다. 아픈 고양이는 마지막이 가까워지면 어두운 곳을 찾는다고 하더니, 마중이의 발걸음이 향한 곳은 하필 집 가장 구석진 곳이었다.


차가운 베란다 바닥에 몸을 무너지듯 눕히던 순간, 마중이의 눈에서 생명의 빛이 희미해졌다. 초점을 잃은 눈동자가 허공을 응시했고, 곧 개구호흡이 시작되었다. 급히 산소방 호스를 끌어다 입가에 대주었다. 잠시 호흡이 안정되는 듯했다. 하지만 곧 다시 거칠어졌다.


다리 경련이 더 심해졌는지, 그쪽으로는 아예 돌아눕지 못했다. 오른 다리가 허공에서 파르르 떨렸다. 색전증을 살피려 발끝을 만지자 다시금 비명을 내질렀다. 통증이 극심한 듯했다. 누운 채로 또다시 소변이 새어 나왔다. 아이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창자가 뒤틀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제야 후회가 밀려왔다.


안락사를 받아들였더라면 이런 고통은 없었을 텐데...


엊그제 병원에서 권유했을 때 차라리 보내줄 걸. 내 욕심 하나로 마중이를 붙잡아 둔 건 아닐까.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을 겪게 한 것 같았다. 머리가 아득해지고 명치끝에서 구역질이 올라왔다.


가까스로 마음을 다잡고 응급 센터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눈물이 쏟아져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정을 설명하고 안락사 진행 가능 여부를 물었다. 응급센터는 기존 병원과 소통 후 다시 연락 주겠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 생각했다. 병원에서 연락 오기 전까지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무엇일까. 나는 집사다. 울고만 있을 수는 없다.


그 사이에도 마중이의 경련은 계속되었고, 눈빛은 점점 흐려졌다. 마중이를 부여잡던 생명의 빛이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았다.. 밥 잘 먹던 내 새끼, 그래도 한 달은 버텨줄 거라 믿었는데, 어쩌면 오늘을 넘기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To be continued]



기록을 시작했습니다. 노령묘를 반려하는 우리가 겪는 두려움과 다짐, 그리고 그 속에서도 발견되는 아주 작은 희망의 순간들을 그대로 남기고자 합니다.


이 글이 언젠가, 저처럼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누군가의 마음을 조용히 어루만지는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N마리 집사,

성진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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