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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urbet Jan 19. 2019

여전히 그 바다가 그립다

포르투갈, 코스타노바

포르투갈 코스타노바

여전히 그 바다가 그립다



아베이루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30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코스타노바"라는 바닷가 마을이 있다. 


포르투갈어로 "새로운 해안"이라는 뜻의 이 바닷가 마을은 아베이루와 마찬가지로 아직 여행자들에게 덜 알려진 낯선 곳이다. 요즘은 좀더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내가 두 번째 포르투갈 여행을 다녀왔던 2013년 당시만 해도 그랬었다.  


"코스타노바는 도대체 어떤 곳일까?" 

이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또 하나의 예정에 없던 여정. 여행자에게 있어 호기심은 자동차의 연료만큼이나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는 모험. 그 자체로 여행은 늘 내게 설렘 그 자체였다.


버스는 멋진 바닷가 풍경을 스쳐지나 금새 코스타노바의 마을 어귀에 도착했다. 10월이라 그런 것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 곳인지,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가도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우리 일행 외에는 거리에 사람도 개도, 어느 살아 있는 무엇도 보이지 않았다. 






마을은 고요히 잠들어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가니, 겨우 동네 개 한 마리가 어슬렁거릴 뿐, 마치 한 겨울 동해 바다의 해수욕장처럼 그렇게 휑한 풍경이 전부였다. 약간 쌀쌀해진 10월 말이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겨울은 아닌데, 조금 당황스러울 만큼 마을은 고요하게 잠들어 있었다. 


그렇게 인적이 드물게 마을은 고요했지만, 절대 심심하진 않았다. 버스정류장에서부터 대로를 따라 나란히 모여 있는 컬러풀한 집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나하나가 다 독특하고, 다채로운 스트라이프 줄 무뉘 옷을 입은 집들을 구경하며 걷고 있으면, 절대 외롭거나 쓸쓸하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색채의 마법이 온 동네에 뿌려진 듯, 우리는 마치 마법에 걸린 사람들처럼 이 마을을 거닐고 있었다.


포르투갈 특유의 아줄레주 무늬 대신 컬러풀한 스트라이프 무늬가 씌여진 예쁜 집들. 코스타노바는 마치 동화 속의 한 장면처럼 예쁘고 신기하다. 




코스타노바는 색채의 마법에 걸렸다



새로운 곳, 낯선 곳,

이 예정에 없던 여정에서 나는 또 한 번, 여행의 카타르시스를 맛보고 있는 중이었다.


나란히 줄지어 선 집들을 하나 하나 감상하며 걷고 있으니, 마치 미술관의 갤러리에서 명화를 감상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나 하나가 다 독특하고, 예쁘고, 동화스러웠다.


그렇게 한참 동안 넋을 잃고 마을을 산책하다 보니, 저 만치 모래 언덕이 보이고, 그 너머로 시원한 파도 소리가 들려 온다.

"어솨~, 어솨~"

나를 부르는 듯한 대서양의 외침 소리.




대서양의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파도 소리는 언제 어디서 들어도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매력이 있다. 서울 촌놈이라 그런지, 나는 바다만 보면 정말 미칠 것 같다. 게다가 여긴 대서양이 아닌가?  넓고 넓은 모험의 바다, 대서양. 이 드넓은 바다가 지금 나를 부르고 있었다.


파도 소리를 따라 모래 언덕을 넘어 대서양에 다가갔다. 그 넓고 긴 코스타노바의 해변에 우리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사방에 보이는 건, 온통 모래 해변과 파란 바다, 그리고 간혹 보이는 잡초와 바위 뿐이었다. 사방에서 몰려오는 파도 소리에 내 옆의 속삭임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이 곳은 지금 완벽하게 홀로 남겨진 나만의 바다였다.


바위 위에 서서 마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듯, 사방에서 몰려오는 파도를 지휘해본다. 그리고, 그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에 몸을 내맡긴 채, 온전히 나를 바다와 합체한다. 나와 바다, 하늘과 바람과 구름이 모두 하나가 되는 순간이다. 이보다 더 완벽하게 내 것인 순간이 또 있을까?  그리고, 지금 내 옆에 사랑하는 나의 아내가 함께 있으니, 인생에 이보다 더 행복한 순간이 또 있을까?




마을은 고요히 잠들었지만, 바다는 한시도 잠든 적이 없었다



아내는 지금껏 함께 다녔던 어떤 바다보다도 코스타노바의 바다를 가장 좋아했다. 그리고, 포르투갈을 떠나온지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바다를 그리워하며, 나에게 그 때 그 순간의 감동을 이야기하곤 한다. 


우린 이 곳에 단지 몇 시간 머물렀을 뿐인데, 벌써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그 곳에 대해 추억하고, 이야기하곤 한다. 


여행이 주는 그리움.

그것은 여행이 주는 선물 중 어느 무엇보다도 가장 소중한 선물이 아닐까?

그 선물이 있기에 우린 또 여행을 떠난다. 


나는 코스타노바에서 아베이루로, 그리고 다시 아베이루에서 포르투로 돌아오는 내내, 코스타노바의 해변에서 들려 온 그 파도소리를 잊을 수 없었다.

"어솨~, 어솨~"



2013.10

Porto, Portugal

By Courb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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