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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나 ZENA Jun 06. 2024

내가 그림을 그리는 동기에 대하여

내적동기 vs 외적동기

가끔 스레드를 눈팅하곤 하는데 어떤 분이 돈이 들어와야 그림 그리는 맛이 난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것을 보았다. (정확한 워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멘션을 보고는 '나는 무엇 때문에 그림을 그리는가?'라는 생각에 꽂혔다.





나는 돈 때문에 그림을 그리는가?

- 아니었다. 나는 누가 돈을 주지 않아도 그냥 그림을 그린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그려오곤 해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오히려 돈을 받고 그림을 그릴 때 알 수 없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엄청나게 부풀어 오른다. 뭔가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드는 것 같다.


나는 남들에게 칭찬을 받고 싶어 그림을 그리는가?

- 아니다. 나는 누가 내 그림에 칭찬을 해 준다고 해서 그림을 그리지는 않는다. 내가 내켜야 그린다. 물론 누군가 나에게 잘 그린다고 이야기해 줄 때 기분이 좋아지고 감사하긴 하다. 하지만 항상 동시에 마음 한 켠에 이런 생각이 든다. '그렇게 잘 그렸다고는 할 수 없는데..?' 또는 '그렇구나'(거의 무반응인 셈)


나는 소셜미디어에서 인정을 받고 싶어 그림을 그리는가?

- 어느 정도는 맞다. 위의 질문과 다른 점이라고 하면 불특정 다수에게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다. 주로 직접적인 칭찬은 내 그림을 보는 내 주변의 사람들이거나 지인들, 면식이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소셜미디어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상이 된다. 그래서 약간 느낌이 다르다.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뭔가 더 짜릿함이 있긴 하다. 그리고 내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반응을 얻으면 더 보람찬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내 작업 동기의 원천이 되지는 못한다. 






대학 시절 심리학 관련 교양 수업을 들으면서 접하게 된 개념이 있다. 바로 내적동기와 외적동기이다.

인간이 어떤 일을 하려고 할 때 어떤 동기로부터 시작하여 그 행동을 하게 되는지 그리고 어떤 동기를 바탕으로 행동해야 바람직한가에 대한 고찰에 대한 내용이었다.


위에서 언급한 질문들은 대체로 외적동기에 대한 것이다. 내면적인 동기가 아닌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오는 동기라고 할 수있다. 누군가의 칭찬, 물질적, 정신적인 보상 경우에 따라서는 외부의 강압 등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외적동기애 의한 행동이다.

나는 다른 일에 있어서도 그렇지만 외적 동기에 의해서는 잘 움직여지지도 않고 누가 시킨다고 말을 듣는 스타일도 아니다.


순수하게 내적 동기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이 대부분인 나는 내적 동기에 크게 좌우되는 인간이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동기는 어디에서부터 기인하는가?

- 순전히 내적 동기에 의해서다. 단순하게 대답하면 '그냥 그리고 싶어서'가 답이다.

그저 하얀 종이, 깨끗한 캔버스를 바라보고 있으면 뭔가 채우고 싶다. 그리고 어떤 때는 순간적으로 뭔가가 그리고 싶은 마음이 불일듯? 일어나서 갑작스럽게 스케치에 몰두하기도 하고 순간적으로 떠오른 영감이나 아이디어를 어디든지 간에 기록해 두려고 한다. 


그리고 내 마음에 들 때까지 작업을 계속한다. 그래서 종종 의도치 않게? 밤새도록 작업을 할 때도 있고 쉬는 날이나 연휴가 되면 평소 규칙적인 생활을 잠시 깨고 작업 중심적으로 생활하기도 한다. 


잘 그리고 못 그리고는 사실 큰 상관이 없다. 내 마음에 들면 그만이다. 내 그림이 내게 영감 자체가 되어 주면 그만이다. 그래서 나는 슬럼프가 거의 없었다. 그림에 대해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하는지에 대한 영상을 유튜브에서 많이 접하곤 했는데 여기에 대해서 나는 딱히 할 말이 없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나는 그냥 그리고 싶어서 그렸기 때문이다. 물론 작업하는 중간중간 막히는 과정들이 있지만 그걸 풀어나가는 과정조차 나는 즐겁다. 






경제 생활을 하며 살 수 밖에 없는 현대인이기에 그저 작업만을 하며 살 수는 없다. 현재 전업 작가도 아니고 작업만으로 벌어 먹고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가끔은 서글프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생각에 살아갈 수 있다. 


다시 그림을 진지하게 시작해 보기로 결정 했을 때, 그 이전에는 살기 위해서 돈을 벌고 경제생활을 했다면 이제는 그림 작업을 하기 위해서 돈을 벌고 경제생활을 한다. '나'라는 사람은 '작업하는 나'를 위해서 돈을 벌어 투자한다. '김예나'라는 사람은 '제나 작가'라는 사람을 위해서 돈을 벌어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고 표현하면 맞는 것 같다. :-)



내가 지금의 일을 하는 동기는 과연 무엇인가?


이것을 아는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가는 과정에 있어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내가 어떤 일에 대해 어떤 마음으로 임하고 있는지는 그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에너지와 연결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그리고 지금도 그저 그리고 싶어서 그림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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